'예능인 변신' 김동현도 쇼군 같은 은퇴 가능할까

양형석 2023. 1. 2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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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22일 브라질에서 공식 은퇴전, 5년 넘게 경기 없는 '현역' 김동현의 은퇴전은?

[양형석 기자]

한국의 설날에 지구 반대편에서는 UFC의 두 체급 챔피언이 탄생했다.

UFC 라이트헤비급 7위 자마할 힐은 22일(이하 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주네스 아레나에서 열린 UFC 283 메인이벤트 라이트헤비급 타이틀전에서 2위 글로버 테셰이라를 판정으로 꺾고 새 챔피언에 등극했다. 앞서 코메인이벤트로 열린 플라이급 통합타이틀전에서는 잠정 챔피언 브랜든 모레노가 챔피언 데이비슨 피게레도와의 4번째 맞대결에서 3라운드 KO로 승리하며 통합챔피언에 등극했다.

UFC 283은 2020년3월 이후 약 3년 만에 브라질에서 열린 대회를 맞아 2개의 타이틀전이 열리며 성황리에 개최됐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는 두 개의 타이틀전 외에도 격투팬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경기가 열리기도 했다. 바로 프라이드FC 시절부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파이터로 이름을 날렸고 UFC에서도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을 지냈던 '싸움대장' 마우리시오 '쇼군' 후아의 은퇴경기였다.
 
 쇼군(왼쪽)은 은퇴전에서 KO로 패하며 20년이 넘는 파이터 생활을 미련 없이 끝냈다.
ⓒ UFC
 
'프라이드 싸움대장', 파이터 생활 마감

2002년 브라질에서 프로파이터로 데뷔해 2003년부터 일본의 프라이드FC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쇼군은 퀸튼 잭슨과 안토니오 호제리오 노게이라, 알리스타 오브레임, 히카르도 아레나, 고 케빈 랜들맨 등을 차례로 꺾고 미들급(UFC의 라이트헤비급)의 강자로 군림했다. 쇼군은 미들급의 실질적인 최강자로 불리면서도 챔피언이었던 체육관 동료 반더레이 실바와 싸울 수 없다는 이유로 정작 타이틀전은 거부하는 '낭만'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프라이드의 숨은 강자로 군림하던 쇼군은 2007년 프라이드가 와해되면서 활동무대를 UFC로 옮겼다. 비록 옥타곤 데뷔전에서는 포레스트 그리핀에게 서브미션으로 패했지만 베테랑 마크 콜먼과 척 리델을 연속 KO로 제압하며 타이틀 도전권을 따냈고 2009년10월에는 '무패 챔피언'으로 이름을 날리던 료토 마치다와 명승부를 벌였다. 그리고 쇼군은 마치다와의 재대결에서 1라운드 KO로 승리하며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하지만 쇼군의 시대는 오래 가지 않았다. 1차 방어전 상대가 하필이면 역대 최강의 파이터로 불리는 '괴물' 존 존스였기 때문이다. 존스를 상대로 '스탠딩 탭아웃'을 하는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쇼군은 댄 헨더슨과 알렉산더 구스타프손, 차엘 소넨 등에게 차례로 패하면서 타이틀 전선에서 한 발 물러나고 말았다. 쇼군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연승을 달리기도 했지만 2018년7월 앤서니 스미스에게 실신 KO패를 당하며 다시 한계를 드러냈다.

어느덧 불혹을 훌쩍 넘긴 쇼군은 작년 5월 과거 KO패의 아픔을 당했던 오빈스 생 프루와 설욕전을 가졌지만 졸전 끝에 판정으로 패했다. 그렇게 옥타곤에서 한계를 느낀 쇼군은 고국에서 열린 UFC 283 대회를 통해 은퇴경기를 가졌다. 상대는 우크라이나의 신예 이호르 포티에리아. 비장하게 경기에 나선 쇼군은 은퇴전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1라운드 후반 포티에리아의 펀치러시를 맞고 쓰러지며 KO로 패하고 말았다.

쇼군은 타이틀전도 아니고 대회의 메인이벤트도 아니고 하물며 메인카드도 아닌 언더카드 경기를 끝으로 20년이 넘는 프로파이터 커리어를 마감했다. 프라이드 시절 '스탬핑과 사커킥의 장인'으로 불리던 쇼군은 UFC 진출 후 자신의 주무기들이 봉인됐음에도 빠른 적응으로 챔피언까지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쇼군은 무엇보다 불혹이 넘은 나이까지 꾸준히 옥타곤에서 활약하며 은퇴하는 순간까지 후배 파이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됐다.

'예능인 김동현'은 다시 '스턴건'이 될 수 있을까
 
 격투기를 잘 모르는 대중들은 옥타곤에서 13승을 따낸 '파이터 김동현'을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 tvN 화면 캡처
비록 쇼군과는 체급도 다르고 커리어도 다르지만 한국에도 UFC에서 누구 못지 않게 훌륭한 성과를 올린 선수가 있다. 바로 한국 최초의 UFC 파이터인 '스턴건' 김동현이다. 지난 2008년5월 UFC에 진출한 김동현은 18번이나 옥타곤에 올라 13승4패1무효경기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김동현은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나 '격투계의 강백호' 정다운 등 현재 한국 선수들이 UFC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UFC 데뷔 후 10년 동안 한 번도 경기를 치르지 않은 해가 없었던 김동현은 지난 2017년 콜비 코빙턴전 판정패 이후 5년이 훌쩍 넘은 기간 동안 옥타곤에 오른 적이 없다. 선수시절부터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던 김동현은 2018년 4월부터 <놀라운 토요일-도래미 마켓> 고정출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예능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2019년3월에는 유튜브 채널 '매미킴TV'를 개설해 현재 73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김동현이 '현역 파이터의 예능나들이'를 넘어 예능인으로서 기대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김동현은 <도레미 마켓> 외에도 <뭉쳐야 찬다>와 <집사부일체> <강철부대> <벌거벗은 한국사> <슈퍼맨이 돌아왔다> <순정파이터> 등 많은 예능프로그램에 고정출연하고 있다. 심지어 '파이터'라는 직업과 크게 상관없이 그저 '예능인 김동현'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들도 적지 않다.

현재 김동현은 파이터가 아닌 예능인으로서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고 실전공백도 6년에 달하기 때문에 사실상 현역 파이터로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다른 곳도 아닌 UFC에서 활동하기 위해선 현재 누리고 있는 삶을 대거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김동현은 여전히 UFC 소속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현역 UFC 파이터'라는 신분을 활용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하지만 김동현이 아직 공식적으로 은퇴의사를 밝히지 않은 만큼 '파이터 김동현'을 위한 마지막 무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김동현 역시 작년 3월 40대 후반의 나이에 케이지에 올라 아오키 신야를 꺾은 추성훈을 보면서 파이터로서 큰 자극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과연 '한국인 UFC 파이터의 선구자' 김동현은 쇼군처럼 격투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파이터로서 마지막 경기를 치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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