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히면 수사'... 비판 언론 향한 윤석열 정부의 칼춤

신상호 2023. 1. 2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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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검찰·경찰 등 사정기관 총동원... 기자 기소에 전방위 압수수색까지

[신상호 기자]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보도 예고한 MBC를 항의 방문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022년 1월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MBC노조원들의 반대에 막혀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MBC와 KBS, <시민언론 더탐사> 등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를 향한 윤석열 정부의 칼춤이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불거진 비속어 논란을 첫 보도했던 MBC는 고용노동부 특별감독과 감사원 감사, 경찰 수사 등으로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고, KBS에 대한 감사원 감사도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더탐사>에 대해선 10번이 넘는 압수수색과 구속영장 청구 등 강도 높은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MBC]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 보도 이후 합동작전 나선 정부 부처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보도 이후 정부는 MBC에 대해 총공세를 펴고 있다. 'MBC 때리기'에는 국세청과 감사원, 고용노동부와 외교부에 이어 경찰까지 총동원됐다. 이 부처들은 MBC를 상대로 근로감독과 감사, 수사 등 사정(司正) 권한을 총동원해 압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후,  지난 10일 "체불임금과 포괄임금 오남용, 모성보호 위반 등의 위법 사례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감독 결과를 토대로 노동부는 박성제 MBC 사장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노동부는 지난해 11월 최승호 전 사장 등 MBC 전현직 경영진 4명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감사원도 MBC에 대해 칼을 뽑았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보수단체가 국민감사를 청구한 'MBC 방만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해태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12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현장조사를 하려 했으나, MBC 노조 반발로 잠정 보류했다. 감사원은 현장 조사 여부를 다시 결정할 방침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외교부도 나섰다. 외교부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보도한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냈다. 지난해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조정이 성립되지 않자 외교부가 직접 법원에 소송을 낸 것이다. 지난해 미국 뉴욕 방문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비속어를 하면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언급한 것이 맞는지가 소송 쟁점이 되 전망이다.

이와 함께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해 9월부터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과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이 윤 대통령의 순방 발언을 왜곡 보도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MBC 사장과 기자 등을 고발한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KBS] 6개월 가까이 계속되는 감사, 검언유착 오보낸 KBS 기자는 기소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KBS에 대한 특별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보수성향단체들이 KBS에 대한 감사를 해달라고 청구했고, 감사원 국민감사청구심의위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대대적인 특벌 감사가 이뤄지고 있다. 감사가 시작된 지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감사 절차는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감사원이 보는 의혹은 KBS이사회가 김의철 사장 임명과정에서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직무유기 의혹, KBS 이사회의 몬스터유니온 400억 증자강행 배임 의혹, 신사옥 신축 계획 중단으로 인한 KBS 재산상 피해발생 및 김의철 사장의 공금유용 의혹, 진실과미래위원회 단장 여행 시 병가처리 여부 및 사후조작·은폐 의혹, 대선 직후 증거인멸 목적으로 문서폐기 조직적 주도 의혹 등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현재 조사는 어느 정도 마무리됐지만 추가적인 자료 요청이 있을 수 있다"면서 "감사보고서 작성도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감사 절차가 언제 마무리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 7일에는 검언유착 의혹 보도와 관련해 KBS 기자가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KBS는 지난 2020년 7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당시 검사장)과 채널A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는 결과적으로 오보였고, KBS는 공개 사과하고 기사를 삭제했다.

그럼에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직접 KBS 기자들과 간부들, 제보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고, 서울 남부지검은 2년여간 수사 끝에 해당 내용을 보도한 KBS A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 '더탐사' 한동훈 아파트 침입 관련 경찰 출석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주거지를 무단 침입한 혐의로 고발당한 유튜브 매체 '시민언론 더탐사'의 강진구 공동대표(가운데)가 2022년 12월 14일 오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탐사] 압수수색, 구속영장 청구까지 경찰 수사 십자포화

윤 대통령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보도한 <더탐사>에 대해서는 경찰의 집요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뒤를 쫓거나 자택을 방문했던 <더탐사> 기자들은 한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과 스토킹법 위반, 보복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한동훈 장관이 <더탐사> 기자들을 "정치 깡패"에 빗대면서 직접 고소하고,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고통을 보여줘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수사 강도는 거세졌다. <더탐사>는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김건희 여사의 '쥴리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더탐사>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더탐사 사무실과 더탐사 기자 휴대전화, 더탐사 기자 자택 등에 대해 모두 15건의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중 10건의 압수수색이 윤석열 대통령 발언 이후 이뤄졌다.

이에 더해 검찰은 지난해 12월 27일 한동훈 장관 주거지를 찾아간 더탐사 기자 2명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의 소명이 다소 부족하다"면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더탐사에 대한 경찰 수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더탐사> 측은 지난 3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 없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공문을 보내 기자와 그 가족에 대한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까지 기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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