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역사]③'반도체 선구자' 강기동 박사가 이건희 회장에게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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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소종섭 트렌드&위켄드 매니징에디터] 대한민국 반도체의 역사는 1974년 1월 26일, 경기도 부천에 한국반도체주식회사(이하 한국반도체)가 설립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 후 한국반도체주식회사의 역사는 지워지고 제가 한 일들은 모두 삭제되거나 다른 사람이 한 것으로 기록됐습니다.
회장님께서는 모든 것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시어 지워버린 한국반도체주식회사 역사를 되살리시고 한국반도체산업 개척사에 새로운 전설 한 장을 추가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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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반도체는 지워지고 다른 사람이 한 것으로 기록"
[아시아경제 소종섭 트렌드&위켄드 매니징에디터] 대한민국 반도체의 역사는 1974년 1월 26일, 경기도 부천에 한국반도체주식회사(이하 한국반도체)가 설립되면서부터 시작된다. 대한민국 1호 반도체회사인 이 회사를 창립한 이가 강기동 박사다. 강진구 전 삼성전자 회장은 자서전 (고려원.1996)에서 “반도체의 미개지(未開地)에 최초의 본격적인 반도체공장을 설립한 것이 강기동 박사의 한국반도체였다”고 기록했다.
한국반도체는 이후 삼성으로 넘어가 삼성반도체가 됐고 오늘날 삼성전자로 이어진다. 그래서 강 박사는 ‘한국 반도체의 선구자’ ‘반도체의 씨를 뿌린 사람’이라고 불린다. 그는 “1974년 당시 지분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양산해야 하고, 수출한다는 조건으로 삼성 측이 반도체의 지분 10%를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분 10%’를 입증할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와 관련한 핵심 인물인 이병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강진구 전 삼성전자 회장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강 박사가 이런 주장을 공개적으로 하기 10여 년 전에 이미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게 최소 두 차례 편지를 보냈다는 점이 주목되지만 진위를 밝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시아경제는 한국 반도체의 역사를 기록하는 차원에서 강 박사가 보낸 편지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보도한다.
[2006년 7월 2일]
~ 회장님께서는 1974년 저의 회사를 인수하실 때 한국반도체사의 주식 10%를 저에게 주셨습니다. 인수 조건인 양산과 판매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서 1976년 저는 회사를 떠나면서 저의 지분을 요구했습니다. 그때 이병철 회장님께서 ‘돈을 벌게 되면’이라는 조건으로 저의 요구를 받아 주셨습니다. 그 후 계속 강진구 사장님께 독촉했습니다. “그까짓 10% 대삼성이 떼어먹겠습니까?” 하시면서 지금 엄청난 돈이 들어가고 있어 돈 달라는 말을 꺼낼 수도 없으니 좀 더 기다려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저는 삼성과 강진구 사장님이 계시는 한 이 약속은 꼭 지켜지리라 믿어왔습니다.
저의 C-MOS 양산 기술은 오늘날 삼성반도체의 뿌리가 되어 건재하고 있습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선구자로서 돈으로 살 수 없는 첨단기술을 미국과 동시에 삼성에 정착시켰습니다. 삼성은 그 후 이 기술을 토대로 생산 능력 확장에 전력을 투입하였던 것입니다. ~
[2011년 3월 30일]
~오늘날 삼성을 세계 제일의 전자회사로 키우신 회장님의 역량을 옛 삼성의 일원으로서 진심으로 존경해 마지않습니다. ~회장님께서는 반도체 양산 기술의 정착과 제품의 전량 수출이 이루어지면 인수하신 회사의 10% 지분을 저에게 주시는 것으로 약속했습니다. 제가 떠나던 1976년에는 수출 실적이 418만 4989달러였습니다. 당시 자본금의 4배가 넘는 액수입니다. 이 사실은 삼성반도체통신 10년사에도 기록돼 있습니다.
제가 만든 손목시계는 청와대에도 공급되어 외국 귀빈 선물용으로 쓰였고 상공부에서는 전자시계 사업을 스위스 수준으로 육성하는 안이 마련돼 조사단이 해외로 파견되는 등 저의 위상이 하루아침에 올라갔습니다. 삼성은 큰돈을 주고도 살 수 없었던 C-MOS 기술을 무상으로 얻은 것입니다. 저는 삼성에서 월급을 포함한 금전적인 보상은 한 푼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제 월급은 미국에 제가 먼저 세운 ICII사로부터 받았습니다. 그 후 한국반도체주식회사의 역사는 지워지고 제가 한 일들은 모두 삭제되거나 다른 사람이 한 것으로 기록됐습니다.
회장님께서는 모든 것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시어 지워버린 한국반도체주식회사 역사를 되살리시고 한국반도체산업 개척사에 새로운 전설 한 장을 추가해 주십시오. 회사 이름이 바뀌었다고 해서 역사가 지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
(는 삼성의 한국반도체 인수와 관련해 이렇게 기록했다. '한국반도체는 본격적인 생산체제를 구축하면서 과다한 투자 때문에 경영이 극도로 악화됐다. 제품 생산이 계획보다 늦어져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공장 준공과 함께 제품개발이 본격화됨에 따라 계속적인 투자가 요구됨으로써 자금압박이 가중됐다.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 사업의 장래성을 내다보고 1974년 개인자금(50만 달러)으로 한국반도체의 한국측 투자 지분을 50% 인수했다. 당시 삼성전기나 삼성전관 등이 고전하고 있을 때라 그룹 차원에서 또다시 전자사업에 투자할 여력도 없었고 명분도 없었다. 게다가 비서실에서는 한국반도체가 사업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룹 차원에서 한국반도체 인수가 쉽지 않음을 안 이회장이 적극 추진해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것이다. 1977년 12월 30일 미국 ICII사가 보유하고 있던 한국반도체의 나머지 지분도 인수했다. 1978년 3월 2일 사명을 삼성반도체로 변경했다.')
소종섭 트렌드&위켄드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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