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총재' 바뀌는 일본은행…초저금리 포기 언제
4월 구로다 퇴임 이후 정책전환 가능성
10년 초저금리 막바지…부작용 속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4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를 교체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지난 10년간 이어진 초저금리 정책도 전환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22일 일본 민영방송에 출연해 일본은행 총재 인사와 관련해 "우선 사람은 바뀐다"고 말했다. 2013년 3월에 취임한 구로다 총재는 역대 최장수 일본은행 총재로, 오는 4월8일 두번째 임기가 끝난다.
기시다 총리는 다음달 구로다 총재의 후임자를 국회에 제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현지에선 일본은행 출신인 나카소 히로시 전 부총재와 아마미야 마사요시 현 부총재, 재무성 출신인 아사카와 마사쓰구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 등이 거론된다.
구로다 총재의 재연임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한 만큼 그가 10년 가까이 뒷받침해온 초저금리 정책도 전환될 수 있다. 일본의 초저금리 정책은 2013년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 '돈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당시 일본은행과 정부는 1990년대 이후 계속돼 온 디플레이션(장기 물가하락)에서 벗어나 경기부양을 도모하기 위해 대규모 금융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을 펼친다고 발표했다. 이후 일본은 단기금리를 -0.1%로 낮췄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도 0% 수준으로 유도해왔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물가상승률이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무역적자도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난 만큼 일본도 더이상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 20일 일본 총무부가 발표한 12월 소비자물가(CPI)에 따르면 일본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4.0% 상승해 1981년 12월 이후 41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4%' 물가상승률은 한국(5.0%)이나 미국(6.5%), 유로존(9.2%) 등에 비해선 낮지만, 일본의 경우 지난 20여년간 이어진 장기 침체로 임금상승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4%대 물가상승률도 큰 부담이다.
또 지난 19일 일본 재무성은 지난해 무역수지가 19조9713억엔(약 193조원) 적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통계 비교가 가능한 1979년 후 최대치다. 재무성은 무역적자 원인과 관련해 "엔화 가치 하락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액이 급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미국 등 대부분의 주요국 중앙은행이 물가상승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릴 때에도 '나홀로 저금리'를 유지했다. 이에 지난해 1월 초 달러당 115엔 수준이었던 엔화가치는 같은해 10월 32년만에 최저 수준인 150엔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일본은행은 무제한 국채 매입을 통해 10년물 국채 금리가 목표 변동폭 사이에서 움직이도록 하면서 0%로 유도하는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을 펴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은행은 막대한 국고를 사용 중이다. 세라 아야코 스미토모 미쓰이 신탁은행 분석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행이 현재의 대규모 채권 매입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달에는 일본은행이 현 YCC 정책 유지를 결정했지만 오는 4월 YCC 정책의 폐기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 등 주요 중앙은행이 금리인상과 양적긴축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은행만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한 것도 한계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정책 전환 시점에 대해선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대내적으로 물가를 유발할 수 있는 여건이 약해 Fed처럼 선제적으로 정책 대응에 나서기 어렵다"며 "글로벌 경기 여건과 춘투(봄철 임금 협상) 결과를 확인한 후 하반기 YCC 밴드 확대 가능성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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