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 성욕에 안보위기, 주술사와 약혼한 공주…어이없는 왕족들
지난 10일 영국은 해리 왕자가 내놓은 자서전 한 권으로 발칵 뒤집어졌다. 가족 간의 불화, 동서지간의 갈등 등 '민낯'을 폭로한 책 『스페어』로 인해 대중의 관심은 영국 왕실에 쏠렸다. 하지만 '로열 패밀리의 갈등'은 영국 왕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영국만 왕실 문제에 대한 독점권을 가진 것은 아니다"며 "다른 군주제 국가에서도 무질서가 보인다"고 16일(현지시간) 전했다. 여성 편력과 부정부패, 배우자 논란 등으로 바람잘 날 없는 세계 왕실 이야기를 소개한다.
주술사와의 사랑에 업무도 포기
베렛은 기네스 펠트로 등 할리우드 스타의 영적 코치를 자처하는 인물이다. 그는 코로나19 회복에 효과가 있다며 '스피릿 옵티마이저'라는 메달을 1개당 222달러(약 27만원)에 웹사이트에서 팔았다. 2019년엔 "사람이 암에 걸리는 이유는 행복하지 않아서다"란 주장을 펴 논란이 됐다.
루이세 공주도 베렛을 만난 뒤 신비주의에 심취하면서 황당한 주장을 펼치는 일이 늘었다. 자신이 죽은 이의 영혼을 볼 수 있고 동물·천사와 의사소통이 된다는 식이었다. 지난해 6월 그와 약혼한 공주는 같은 해 11월 왕실 공식 업무를 중단했다. 베렛과 '대체 의학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공식 업무는 그만뒀지만 아버지의 뜻에 따라 공주 작위는 유지하기로 해 국민 반응은 싸늘했다.
국왕의 여성 편력에 정보기관까지 나선 이유
후안 카를로스 1세(85) 스페인 전 국왕은 젊은 시절 혼외정사로 물의를 빚었다. 2016년 출간된 책『후안 카를로스: 5000명의 연인의 왕』에는 카를로스 전 국왕이 성관계를 맺은 여성 수가 2154명에 이른다는 폭로가 담겼다.
청문회에서 이를 들은 국회의원들은 "무슨 스파이 영화같은 이야기냐"며 코웃음쳤다. 그러나 카를로스 1세의 의료 담당자 역시 국왕에게 성욕 억제제를 맞은 흔적이 있었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카를로스 1세는 2014년 퇴임 후 부정부패 스캔들도 불거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고속철도 수주를 돕는 대가로 1억 달러(약 1239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그는 2020년 아랍에미리트(UAE)로 도피했다.
━
3번째 부인 반라 영상 파문
마하 와찌랄롱꼰 태국 국왕(70)은 심한 여성 편력의 소유자다. 그는 3차례 이혼한 뒤 4번째 부인인 수티다 왕비(44)와 2019년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 2개월 후 시니낫 웡와치라파크디(38)라는 여성에게 '왕의 배우자'라는 칭호를 줬다가 직위를 박탈하고 또 다시 복권시키는 등 좌충우돌했다. 과거에 그는 3번째 부인을 반라 상태로 만들고 애완견 생일 파티를 여는 영상이 파문을 일으킨 적도 있다.
독일 신문 빌트에 따르면 그는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국엔 후궁이 포함된 수행단 250명과 반려견 30마리를 이끌고 독일의 호화스러운 호텔에서 머물며 외유를 즐겨 태국 내 여론이 악화하기도 했다.
현직 국왕이 전신에 문신 판박이를 붙인 채 배꼽티를 입은 것도 비판 거리였다. NYT는 "배꼽티 패션은 최근 몇 년간 태국의 청년 민주주의 활동가 사이에선 국왕을 풍자하는 상징적인 시위 복장이 됐다"고 전했다. 태국 시위대는 430억 달러(약 53조3000억원)로 추정되는 왕실 자산을 보유한 그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예비 시모 빚에 국민 98%가 반대한 결혼
나루히토(德仁·62) 일왕의 조카인 마코(眞子·31) 전 공주도 노르웨이 공주처럼 연인 문제로 논란이 된 경우다. 2017년 마코는 동창인 고무로 게이(小室圭)와 약혼한다고 발표했는데 예비 시어머니의 빚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지 언론은 고무로의 어머니가 남편 사별 후 사귄 애인에게 400만엔(약 3800만원)을 받아 갚지 않았으며 왕실에 채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도 2021년 마코는 혼인신고서를 냈다. 왕실을 떠나 민간인 신분을 택한 그는 현재 남편과 뉴욕에서 신혼 생활 중이다. 그러나 민간인이 된 뒤에도 마코 부부가 여전히 차기 일왕이자 친동생인 히사히토(悠仁·16) 왕자에게 금전을 요구하면서 폐를 끼칠 것이란 대중의 우려가 높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여왕이 현존하는 덴마크에선 지난해 마르그레테 2세(83) 여왕이 손주 8명 중 4명의 왕자·공주 지위를 박탈했다고 발표해 충격을 안겼다. 여왕은 손주들이 평범한 삶을 살도록 하고, 왕족 규모를 줄이려는 유럽의 추세에 따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위가 박탈된 아이들의 부친 요아킴(54) 왕자는 "자녀들이 잘못된 대우를 받는 것은 전혀 즐겁지 않다"고 토로했다.
첫째 아들에게서 얻은 손주 4명은 신분을 유지하면서 둘째 아들인 요아킴의 자녀 4명만 지위를 빼앗은 조치가 '차남 차별'이라는 뒷말이 나왔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여왕은 유감이라고 하면서도 "왕실을 시대에 맞게 만들어나가는 것은 여왕의 의무"라며 결정을 유지했다.
■ '네덜란드의 어머니' 베아트릭스 전 여왕, 퇴위시 지지율 80%
「 그렇다고 모든 왕실이 구성원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유로뉴스는 성공적인 군주상으로 '네덜란드의 어머니'로 불린 베아트릭스(85) 전 네덜란드 여왕을 꼽았다. 베아트릭스 전 여왕은 남편의 독일 나치친위대 복무 문제, 왕자들의 결혼 문제 등으로 위상이 흔들렸던 적도 있지만 퇴위 당시 80%의 지지율로 물러났다.
예고없이 벼룩시장에 간 그의 뺨에 시민들이 입을 맞출 정도로 여왕은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여왕의 재임 시절, 네덜란드 내각은 여왕과의 협치를 통해 1980년대 경제 위기를 극복했다. '네덜란드병(천연자원 개발로 경기 호황이던 국가가 전통 산업에서 국제 경쟁력을 잃는 현상)'도 치유했다. 이 과정에서 여왕이 국가 통합의 구심점이 됐다고 한다. 그는 환경문제, 존엄사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에도 귀를 기울였다.
결국 군주제의 성패는 대중의 지지에 달렸다. 로버트 하젤 런던대 교수는 유로뉴스에 "어떤 군주제든 대중의 지지가 중요한데 요즘 대중의 수준은 놀라울 정도로 높다"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세계 43개국에 왕실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국왕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는 전제 군주제 국가는 10개국이다. 나머지 33개국은 실질적 국가 통치는 총리가 하고 국왕은 상징적 의미만 갖는 입헌 군주제다.
」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혼숙 넘어 한 침대서 잔다? 연애 예능, 이러다 망하지 | 중앙일보
- "95% 학생커플, 100에 99는 성관계" 룸카페 알바의 충격 후기 | 중앙일보
- 이전 스폰서 사진 SNS서 지웠다…'톰 김' 김주형의 심리 | 중앙일보
- 서울 체감온도 영하 26도…기상청, 긴급방송까지 요청했다 | 중앙일보
- "빚내서 자취방 해주니 잠적" vs "법적 대응"…배우 김지영 무슨 일 | 중앙일보
- 車 블랙박스 방향 바꿔논 아내…불륜 증거 잡았는데 유죄? | 중앙일보
- 여성 혼자사는 오피스텔에 석달간 침입…분양업체 직원이었다 | 중앙일보
- 황교익 "남성이 차례음식, 여성은 노시라"…'유교 전통설' 꺼냈다 | 중앙일보
- 평양 한복판에 '똥 트럭' 줄섰다…자칭 핵보유국의 '퇴비 전투' | 중앙일보
- 18번 홀, 어느 캐디의 죽음…잔혹살인 시작은 '오구'였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