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한복판에 '똥 트럭' 줄섰다…자칭 핵보유국의 '퇴비 전투'
북한이 17~18일 이틀간 열린 최고인민회의(한국의 국회격)에서 농업 관련 예산을 지난해보다 14.7% 늘리며 연초부터 식량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당국은 퇴비 증산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핵보유국 지위를 강조하며 대남 위협을 일삼던 북한 경제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13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 늘어선 트럭의 행렬을 공개했다. 내각에 소속된 기관명이 걸려있는 트럭에는 농촌으로 보내기 위해 각 기관에서 모은 퇴비가 실려 있었다. 북한에선 각 지역의 국가기관, 공장·기업소 등의 사무원들이 매주 금요일 노동 현장에 나가 일손을 돕는 '금요노동'을 진행하는데, 그 일환으로 소위 '퇴비보내기' 운동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북한에선 매년 1월 이른바 '퇴비전투'를 진행한다. 퇴비전투를 벌이는 건 화학비료의 부족분을 퇴비로 메우기 위해서다. 퇴비는 인분과 가축 분뇨, 잿가루와 흙을 버무려 만드는데, 당국은 국가기관과 공장·기업소와 같은 모든 사업단위와 각 지역 인민반에 모아야 하는 퇴비의 양을 할당한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1일 "각지 농업부문 일군(간부)들과 근로자들이 올해 알곡 증산의 담보를 위한 자급비료 생산에서부터 성과를 이룩하기 위해 분발해 나섰다"며 최대 곡창지대인 황해남도를 비롯해 평양시, 남포시, 평안남도, 함경남도, 개성시 등 사실상 북한 전역에서 퇴비 생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 결과 보고에서 "12개 중요고지 기본 과녁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당국은 최근 각종 행사와 교육을 통해 전원회의가 제시한 중요고지의 첫 번째가 알곡임을 주민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이 연일 '비료 자급'과 '거름 증산'을 강조하는 것도 김 위원장이 제시한 과업을 관철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 주민들의 입장에서도 퇴비는 농업 생산력을 증강시키기 위해 필요한 중요한 자원이다. 비료 배급을 충분히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더해 주어진 퇴비 할당량의 달성 여부는 개인과 소속된 단체의 정치적 평가와 직결되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겨울철 퇴비의 주원료인 인분 확보를 위해 말 그대로 전쟁을 벌인다.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인분을 사고파는 것은 물론 다른 기관의 퇴비창고를 습격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탈북자 출신 북한학 박사인 김병욱 북한개발연구소장은 "북한 주민들은 할당량 채우기 위해 겨울이 시작하는 12월 퇴비준비를 시작한다"며 "농번기가 아닌 연초부터 퇴비전투를 벌이는 것은 주민들의 과업 관철 의식을 고취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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