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과에 빠졌어요"…누룽지 같은 크룽지도 인기, MZ '할매니얼'
직장인 김혜미(28)씨는 최근 약과에 빠져 있다. 주로 벌꿀이 들어간 미니 약과를 즐겨 먹는다. 김씨는 “예전에는 약과가 이렇게 괜찮은 간식인지 몰랐다”면서 “쫀득하면서도 달콤해 커피에 곁들이기 좋고, 아이스크림과 함께 하면 훌륭한 디저트가 된다”고 말했다.
약과의 유행이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전통 과자 정도로 여겨졌던 약과는 지난해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장인한과’가 소셜미디어(SNS)에서 인기를 끌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아이돌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는 것만큼이나 약과를 구매하는 것이 어려워 ‘약켓팅(약과+티켓팅)’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지난 20일 기준으로 인스타그램에는 ‘약과’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6만9000개를 넘어섰고, 유튜브에는 ‘약과 먹방(먹는 방송)’은 물론 ‘시중 약과 맛 비교’ ‘약과 만들기’ 같은 콘텐트가 넘쳐나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올해 설 3주일 전인 1월 첫 주 기준,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약과 판매량이 54% 늘었다. 헬스&뷰티 스토어 올리브영에서 일명 ‘품절 대란템’으로 불리는 ‘벌꿀 약과’는 지난해 10월 출시돼 지금까지 누적 33만개의 판매고를 올렸다.
약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주로 서양식 디저트에 약과를 더한 제품들이 인기를 끄는 추세다. 지난 17일 던킨도너츠는 약과를 활용한 도넛인 ‘허니 글레이즈드 약과’를 출시했다. 촉촉하고 쫄깃한 식감의 도넛 모양 약과에 달콤한 꿀을 입힌 제품이다.
‘완판 도넛 가게’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노티드 도넛’도 최근 약과를 활용한 신메뉴를 내놨다. 전통 디저트 브랜드 ‘만나당’과 협업해 출시한 ‘궁중 약과 스콘’으로 스콘 반죽 위에 조각난 약과를 넣어 바삭한 스콘과 쫀득한 약과의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밖에도 쿠키 반죽에 초콜릿 칩 대신 약과 조각을 넣은 ‘약과 쿠키’, 휘낭시에 위에 약과를 올려 구은 ‘약과 휘낭시에’ 등도 나타났다.
약과의 인기에는 최근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은 복고 문화와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 증가가 배경으로 꼽힌다.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즐기는 음식이나 문화가 20·30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끈다는 의미로 ‘할매니얼(할매+밀레니얼)’ 트렌드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는 전통을 고루하거나 뻔하게 보지 않고, 오히려 ‘힙’하게 보는 젊은 세대의 시선을 반영한다.
요즘 디저트 업계에서는 이런 할매니얼 문화 확산과 더불어 전통 간식을 활용한 서양식 디저트가 하나의 트렌드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크루아상을 납작하게 눌러 마치 누룽지처럼 바삭하게 먹는 ‘크룽지’가 SNS에서 화제의 간식으로 급부상 중이다.
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복고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한국 전통 디저트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제품에 반영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식품 업계는 워낙 빠르게 트렌드가 뜨고 지다 보니, 기존 제품에 한국적 요소를 더하는 식으로 조금씩 변화를 줘 새롭게 선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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