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해달라" 부탁했지만…친구들 배신에 240년간 구경거리 된 거인병男 그 후

이지희 2023. 1. 2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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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비대증을 앓았던 한 남성이 사후 240년 만에 진정한 영면에 들게 됐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런던의 헌터리언 박물관이 최근 인기 전시품목 중 하나였던 231㎝ 거구 유골을 더이상 일반에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후 번의 유골은 런던 레스터 광장에 있는 헌터의 저택에서 전시되기 시작했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연간 8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헌터리언 박물관의 대표적인 컬렉션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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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비대증을 앓았던 한 남성이 사후 240년 만에 진정한 영면에 들게 됐다.


ⓒ아일랜드 왕립내과대학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런던의 헌터리언 박물관이 최근 인기 전시품목 중 하나였던 231㎝ 거구 유골을 더이상 일반에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골의 주인공은 '아일랜드의 거인' 찰스 번.


번은 1761년 현재의 북아일랜드 시골에서 말단비대증을 가지고 태어났다. 1781년 스무살이 되던 해 그는 런던으로 건너가 '아일랜드의 거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커다란 키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유명인이 되어 많은 돈을 벌었다. 당시로선 흔하지 않은 키였기 때문.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1783년 이른 나이로 숨을 거뒀다.


그가 앓았던 말단비대증이란 성장이 끝난 후에도 뇌하수체에서 성장호르몬을 분비하는 종양이 생겨 얼굴과 손, 발이 커지는 질환이다.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은 번이 숨지기 전부터 그의 유골을 확보하는데 관심을 보였다. 이를 알고 있었던 번은 자신이 죽을 경우 시신을 무거운 관에 넣어 바다 아래로 가라앉히는 수장(水葬)을 해달라고 주변에 부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애석하게도 번의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영국의 외과 의사이자 해부학자였던 존 헌터는 번의 친구들에게 500파운드를 지불한 뒤 시신을 빼돌렸다.


이후 번의 유골은 런던 레스터 광장에 있는 헌터의 저택에서 전시되기 시작했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연간 8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헌터리언 박물관의 대표적인 컬렉션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고인의 뜻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유지를 거스르는 유골 전시가 과연 윤리적으로 올바른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헌터리언 박물관 신탁위원회는 수리 작업으로 5년째 휴관 중인 박물관이 오는 3월 재개관 할 때부터 더는 번의 유골을 전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헌터리언 박물관의 상급기관인 잉글랜드 왕립의과대학(RCS)의 던 켐프 이사는 "역사적으로 벌어진 일과 헌터의 행동은 잘못됐다"며 "번의 해골을 전시에서 빼는 것이 잘못을 바로잡는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윤리학자 렌 도얄과 변호사 토마스 마인저는 2011년 번의 유골 전시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논문을 영국 의학 저널에 발표하기도 했다. 도얄은 논문에서 "번은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자신이 죽으면 본인의 시신을 바다에 수장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헌터가 이들에게 막대한 뒷돈을 주며 관 속에 들어있던 번의 시신을 무거운 물건으로 바꿔치기했고, 번은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수백 년간 고통받아야만 했다"라고 했다.


헌터의 유골이 어떻게 처리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를 고향인 북아일랜드로 돌려보내 매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번의 이야기를 소설로 썼던 작가 힐러리 맨틀은 "이 뼈로 과학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었다"며 "그를 영면에 들게 해주는 것이 명예로운 일"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성장호르몬과 종양 등 거인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유골을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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