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 거인, 사후 240년 만에 진정한 영면에

김현정 2023. 1. 2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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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아일랜드 거인'으로 불리다 사망 후에도 박물관 전시품 신세가 된 남성의 유골이 사후 240년 만에 안식을 취하게 됐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영국 런던 헌터리언 박물관의 인기 전시품목 중 하나였던 '아일랜드의 거인' 찰스 번의 유골이 오는 3월부터는 전시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의 기구한 사연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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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에도 英 헌터리언 박물관에서 유골 전시
수장 유언…유골 처리 방안은 정해지지 않아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생전 '아일랜드 거인'으로 불리다 사망 후에도 박물관 전시품 신세가 된 남성의 유골이 사후 240년 만에 안식을 취하게 됐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영국 런던 헌터리언 박물관의 인기 전시품목 중 하나였던 '아일랜드의 거인' 찰스 번의 유골이 오는 3월부터는 전시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의 기구한 사연을 보도했다.

헌터리언 박물관에 전시됐던 찰스 번의 유골.[사진출처=연합뉴스]

231㎝ 거구인 번은 1761년 현재의 북아일랜드 시골에서 말단비대증을 가진 채 태어났다. 말단비대증은 성장 호르몬의 과다 분비로 인해 손, 발, 코, 턱, 입술 등 신체의 말단이 비대해지는 만성 질환이다. 특이한 얼굴 생김새가 나타나고 여러 가지 합병증이 발생한다.

그는 자신의 큰 키를 이용해 생계를 이어갔다. 20세이던 1781년 런던으로 건너간 그는 스스로를 '아일랜드 거인'으로 소개하면서 키를 구경거리로 만들어 큰 돈도 벌고 유명해졌다. 그러나 2년 후인 1783년 22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 소원은 '수장' 치러달라…시신 빼돌린 친구들

많은 사람이 번이 살아있을 때부터 그의 유골 확보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에 번은 자신이 죽으면 시신을 무거운 관에 넣어 바다 아래로 가라앉히는 수장(水葬)을 치러달라고 주위에 부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번이 숨지자 영국의 외과의사이자 해부학자였던 존 헌터는 번의 친구들에게 500파운드를 지불하고 그의 시신을 빼돌렸다. 당시 돈 500파운드는 지금의 화폐 가치로 1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거액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번의 유골은 런던 레스터 광장에 있는 헌터의 저택에서 전시되기 시작했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200년이 훌쩍 넘도록 연간 8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헌터리언 박물관의 대표적인 전시품로 전락했다.

"윤리적으로 문제 있다" 3월부터는 유골 전시 않기로

뒤늦게나마 고인의 유언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과연 번의 유골을 계속 전시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맞는 일인지 의문이 제기됐다. 결국 박물관 신탁위원회는 수리로 5년째 휴관 중인 헌터리언 박물관이 오는 3월 재개관할 때부터는 더 이상 번의 유골을 전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헌터리언 박물관의 상급기관인 잉글랜드 왕립의과대학(RCS)의 던 켐프 이사는 "역사적으로 벌어진 일과 헌터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며 "번의 유골을 전시품에서 제외하는 것은 잘못을 바로잡는 첫 작업"이라고 말했다.

헌터의 유골이 앞으로 어떻게 처리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의 유해를 고향인 북아일랜드로 돌려보내 매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연구를 위해 유골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번의 이야기를 소설로 만든 작가 힐러리 맨틀은 "이 뼈로 과학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었다"며 "번을 영면에 들게 해주는 것이 명예로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의학계에서는 성장호르몬과 종양 등 거인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유골을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냈다. 퀸 메리 대학의 마르타 코보니츠 내분비학과 교수는 "연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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