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아이돌이란 무엇일까②' 국가번호82의 나라에서 만든 워커홀릭 월드 [엔터XENTER]

이정범 기자 2023. 1. 2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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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이정범 기자) (K-POP아이돌이란 무엇일까①에 이어). 앞서 한국 대중가요와 K-POP 아이돌의 전체적인 그림에 대해 생각해 봤다면, 이번에는 그 그림 안에 있는 사람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대중가수는 음악 자영업자다

대중가요, 대중가수에 대한 담론을 보면 "진정한 가수란 이렇다", "제대로 된 가수라면 저래야 한다" 등의 주장을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그 담론에 의거해 어떤 가수가 위대한 가수, 진정한 가수라는 찬사를 받는 것도 합당한 일이라 여기고 있다.

이번에 하고자 하는 대중가수는 예술가로서 가수가 아니라 자영업자로서 가수다.

좋건 싫건 취미로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닌 이상, 가수는 시장에 발을 내딛는 순간 2인분의 인간(아티스트와 자영업자)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사실이 프로로서 대중가수의 첫 번째 어려움이다.

상술한 주장이 함의하는 첫 번째는 예술가로서 성패와 자영업자로서 성패는 다른 개념이라는 점이다. 매출을 발생시키지 못한다고 예술가로서 성취를 이루지 못했다고 볼 순 없고, 반대로 예술가로서 성취를 이뤘다고 자영업자로서 할 일 다한 건 아니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흔히 이야기하는 대중가수에 대한 담론은 (가장 보편적인 자영업인) 요식업으로 비유하면  '요식업자'가 아니라 '요리사'에 대한 담론에 더 가깝다. "어떤 요리사가 가장 요리(노래)를 잘하냐", "요리사의 어떤 메뉴(어떤 곡)가 가장 맛있냐", "이 요리사(가수)는 예전에 더 요리를 잘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맛이 변한 것 같다" 등등과 같다는 이야기.

세 번째는 사람을 실패로 이끄는 지뢰밭이 많은 건 가수나 일반 자영업이나 다를 게 없고, 어떤 지뢰의 경우엔 심지어 터지는 게 합당하기까지 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손님으로서 맛집을 판단할 때 맛을 제외하고도 바닥 청소와 테이블 청소를 잘했는가, 손님 응대를 친절하게 했는가, 주방을 청결하게 유지하는가, 음식의 가격이 합당한가 등등도 같이 본다.

물론 가수와 요식업은 엄연히 다른 업종이므로 완벽한 1대1 비교는 불가하다. 그렇다면 왜 굳이 가수를 요식업자로 비유를 했을까.

2. 아무리 맛있는 짜장면도 너무 늦게 나오면 짜증난다

맛있는 짜장면을, 제때, 친절하게 대접해야 한다는 것.

그냥 문장만 봐선 정말 거창하지 않은 법칙. 하지만 시장에 뛰어든 많은 사람들은 위의 단순한 문장을 지키지 못해 실패한다. 그리고 이번 파트는 바로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다.

K-POP아이돌 시장과 非아이돌 시장을 선명하게 가르는 선이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시간 개념이다.

아이돌 시장에는 '1년 N컴백'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아주 강력한 법칙이 존재한다. 1년 1컴백이 통상적으로 마지노선이고 2컴백하면 만족할 만한 주기, 3컴백 이상하면 "소처럼 일했다"고 평가한다. 1년을 1년이라 부르는 시장과 1년을 12개월이라 부르는 시장의 시각 차이는 엄연히 존재하고, K-POP아이돌 씬은 후자라고 할 수 있다.

1년 1컴백도 잔소리 범위 안에 들어가고, 컴백 주기를 개월 수로 계산할 수 없게 되면 말 그대로 비상등이 켜지는 곳이 K-POP 아이돌 시장. 현 한국 대중음악 시장을 통틀어 속도를 가장 중시하는 곳이라 할만하다.

앞서 언급한 부분유료화도 이렇게 빠른 시장 위에서 성립하는 것. 게임으로 비유하면 아이돌의 여러 활동은 '판매 행위'보단 '업데이트'에 가깝다. 아이돌이라는 콘텐츠에는 콘서트와 앨범 발매라는 대형 업데이트가 존재하고, 그 사이 사이를 각종 방송 출연, 행사, 자체콘텐츠, 각종 스케쥴 비하인드, 실시간 소통(인스타그램, 버블, 위버스) 등 소형 업데이트가 채운다.

당연히 업데이트 관리를 잘한 아이돌이 좀 더 높은 매출을 낼 확률이 높아지며, 그렇지 못한 아이돌은 직전까지 좋은 매출을 냈더라도 이후에는 낮아질 가능성이 생긴다. 실질적으로 아이돌의 수익 행위는 '판매 수익'보단 '운영 수익'에 더 가깝다.

세상에 완벽한 정답은 없다지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속담은 정답지에 한없이 가까운 문장. 상술한 여러 형태의 업데이트들은 이 '눈에서 멀어져서 마음도 멀어지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존재한다.

사실, 업계마다 세세한 디테일과 생존 방식은 다르지만 소설 중에선 웹소설이, 만화(+웹툰) 중에선 주간 연재물이 큰 매출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 것도 빠른 시간 개념과 시선 붙잡아두기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유튜버들이 주간 N회 영상 업로드 루틴을 지키는 것도, 실시간 방송하는 인터넷 방송인들이 주 N회 방송 루틴 지키는 것도 마찬가지. 꼭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손님 유치를 위해, 혹은 최소한 손님을 빼앗기진 않기 위해 제때 디지털 짜장면을 내놓고 있는 곳이 현대의 대한민국이다.

물론 가수 본인이 의지가 충만하더라도 여러 요인(기획사의 역량 및 재정 문제, 같은 팀 멤버가 일으킨 사건사고, 문화계를 멈추게 만드는 자연재해급 악재 등)들이 활동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으니 활동량이 적다고 무조건 불성실하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다만 예술가로서는 선생님 소리 들을만한 사람이라도, 자영업자라는 기준으로 보면 주문한 짜장면 제때 배달해 주지 않는 중국집, 문 여는 시간 제멋대로에 휴일 공지 제대로 안 하는 인스타 감성 카페나 다름없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럼에도' 돈을 벌 수 있지만, '그래서' 돈을 벌지 못할 수 있다. 전자가 자연스러운 만큼, 후자도 자연스럽다.

물론, 여기까지만 말하면 가수들 입장에서 많이 억울한 글이 될 수도 있는데, 아래 파트에서는 다소 다른 방향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3. 홍대병의 반대편

대중가요 장르 중 K-POP아이돌이 유독 두드러지게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단연코 팬들의 영업력이라 할 것이다. 기회만 있다면 내 아이돌을 더 널리 알리고 싶어 하는 마음은 시대 불문, 아이돌의 인지도 불문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작년에 많은 K-POP아이돌 팬덤에서 공감한 '무보수 크리에이터'(참고자료①)라는 단어가 이러한 성격을 압축해서 설명하는 단어.

기획사가 일을 아무리 잘해도 공급할 수 있는 콘텐츠는 유한하기도 하고, 공식 콘텐츠만 기다리는 건 팬 입장에서도 심심하기에 이러한 문화가 발전했다. 

또한 "아무리 일을 잘해도"라는 문장을 붙여줄 만큼의 기획사가 많지 않은 것(참고자료②)도 엄연히 사실. K-POP아이돌 기획사 포함해서 봐도 팬덤 입장에서 "일을 잘한다", "일처리가 매끄럽다" 이런 감탄사가 나올만한 회사가 적다 보니 "답답하니 내가 뛴다"는 성향이 강해졌다.

그리고 기획사와 아이돌 본인이 생각하는 아이돌의 매력과 팬이 생각하는 아이돌의 매력은 미묘하게 다를 때가 많다. 사람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보이는 게 다른 것이 당연하고, 이는 연예인도 마찬가지. 이에 팬들 반응 보고 아이돌 측에서 "아 그런 가?"하고 역으로 깨달음을 얻는 경우 종종 보인다.

이러한 K-POP아이돌 팬덤의 성격은 비교군 없이 독립적으로 봐도 그 개성이 매우 강하지만, 여타의 장르들과 비교해서 보면 더욱 그 색깔이 두드러진다.

20세기 말, 어린이였던 사람들이 좋아했던 문화 콘텐츠들 속 공통적 속성 하나는 '나만 좋은 것을 소비하고 있다는 심리에서 오는 우월감'이다. 이를 압축해 '홍대병'이라고 부른다.

좋은 아티스트를 '나만 알고 싶은 아티스트'라고 칭하거나, 가수의 성장보단 내 콘서트 티켓팅 난이도만 신경 쓰거나, '일반인'들이 내가 아는 아티스트나 작품을 알게 되면 진지하게 싫어하는 등의 행위들이 홍대병의 본체 혹은 파편.

그리고 이러한 홍대병을 다량 함유한 씬과는 극도로 다른 성향을 보여주는 곳이 K-POP아이돌 씬. 이에 K-POP아이돌의 실패는 "팬들까지 열심히 뛰려고 해도 가수가 성공하는 건 힘든 일이다"라는 사실을, 성공은 "가수가 좋은 땅을 딛고 있을 때 어디까지 달릴 수 있는가"를 상징한다.

현 한국 대중가요 시장에서 팬덤의 강력함으로는 어디에 밀리지 않는 트로트 팬덤, 그중에서도 '미스&미스터트롯' 스타 팬덤들의 성장을 봐도 '한없이 홍대병과 거리가 먼 성향'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임영웅, 영탁, 이찬원 등 '미스터트롯' 시즌1 상위 진출자 팬덤들의 기부 및 봉사 자료들을 보다 보면 "이러니 1명이라도 더 그 가수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당사자인 가수는 물론, 팬들까지 일을 빨리, 많이, 잘해야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성장한 판이기에 이번 글의 제목이 "국가번호82의 나라(대한민국)에서 만든 워커홀릭 월드"이 된 것.

일을 빨리하고 많이 하는 게 비즈니스를 굴리는 기본 옵션이라는 점에서, K-POP아이돌 씬은 지극히 한국적이라고 할만하다.



4. 성실한 연재자 방탄소년단(BTS)

이번 글의 마지막 파트는 방탄소년단. 지금까지 언급한 가요 기반의 부분유료화 구축, 음악 콘텐츠 자영업자로서 성실성, 매력 있는 재능들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팬덤 이 세 가지 요소 모두를 설명하기에 방탄소년단만큼 명확한 예시는 드물다.

부분유료화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는 얼마나 규모의 경제를 크게 형성하느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콘텐츠의 성공에 '동의'하느냐, 돈 버는 것만큼 무료 콘텐츠도 신경 쓰느냐 등이라 할 수 있는데, 방탄소년단은 한없이 모범답안에 가깝다.

'소비자가 굳이 돈 안 쓰려면 쓰지 않을 수도 있는 시장'에서 어마어마한 매출(참고자료④)을 발생시키는 팀이라는 점에서 그렇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료로 뿌리는 콘텐츠 역시 어마어마한 팀(참고자료⑤)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현대 K-POP아이돌 비즈니스의 3대 축은 앨범 발매, 콘서트 개최, 非활동기 자체콘텐츠 제작 등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개념의 정립에 있어 방탄소년단의 공헌도는 상당히 크다. 특히 非활동기 자체콘텐츠 파트에선 더더욱 그렇다.

방탄소년단 데뷔 전에도 자체 콘텐츠 혹은 자체 콘텐츠의 성격을 가진 영상물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달려라 방탄'처럼 초장기 예능의 성격을 가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팬들은 비활동기도 심심하지 않게 보낼 수 있게 됐고, 가수들은 멀어지는 현상도 방지했으며, 또 누군가는 이런 무료 콘텐츠 찍어 먹기를 통해 팬이 될 수 있었다.

순수 팬서비스로 시작했지만 꾸준히 성실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연재'함으로써 무료 콘텐츠조차도 비즈니스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축으로 만든 셈.

자체콘텐츠가 아닌 컴백 주기 측면에서 봐도 이 성실성은 두드러지는데 이미 슈퍼스타 반열에 오른 상태였던 2020년에도 그들은 'ON', '다이나마이트', 'LIFE GOES ON' 3번의 컴백을 했고, 그 다음해인 2021년에도 '버터'와, 'Permission to Dance'를 발표했다.

아이돌그룹 완전체를 10년 동안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고, 이 10년 중 후반기에 해당하는 시기에 1년 2~3컴백을 하는 건 정말로 쉽지 않다. 큰 성공이 오히려 완전체 활동을 흐지부지하게 만드는 일 K-POP아이돌 씬에선 정말 많이 일어난다.

활동기와 비활동기 모두 팬들을 심심하지 않게(재미+감동+감탄) 만들어주니 팬들이 아티스트의 성공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고, 그 동의를 누군가는 재능(무보수 크리에이터)을 펼치는 것으로, 누군가는 지갑(음반, 굿즈, 아티스트가 광고하는 상품)을 여는 것으로, 누군가는 시간(온라인 투표, 음원 스트리밍)을 붓는 것으로 표현한다. 

맛에 진심인 한국인들이라 K-POP아이돌 영업할 때도 '얼굴맛집', '퍼포맛집', '보컬맛집' 이런 식으로 홍보를 많이 하는데, 맛집으로 비유하면 방탄소년단은 영업시간에 문 제때 열고, 주문한 메뉴도 제때 나오고, 음식 양도 많고, 음식 맛도 있는데 거기에 서비스까지 잘 챙겨주는, 그리하여 단골손님들이 기꺼이 글로벌하게 입소문 내는 맛집인 셈이다.

(K-POP아이돌이란 무엇일까③)에서 계속.

※참고자료 및 출처

①미디어/엔터:2022 엔터 르네상스의 시작(유안타증권 / 2022.04.04.)

②보장받기 힘든 아이돌 노동권(성공회대 미디어 센터 / 2022.05.07.)
 이승기 '20억 기부'·후크 '횡령→탈세'…달라도 너무 다른 행보(엑스포츠뉴스 / 2023.01.04.)
 오메가엑스,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 승소 "걱정+응원 감사"(엑스포츠뉴스 / 2023.01.10.)

③The New Vibe, Hyukoh : GRAZIA INTERVIEW(콘텐츠랩 큐 / 2015.04.01.)

④하이브, BTS 매출 비중 65%…"신인 성장·M&A로 '군백기' 대응"(인베스트조선 / 2022.11.03.)

⑤방탄소년단(BTS)의 경이로운 결속력 [K-POP 코인](엑스포츠뉴스 / 2021.06.07.)

사진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달려라 방탄, 유안타증권, 꽁트인더시티, 오마이걸 미미 '밈PD', 1박2일 방송 캡처, 픽사베이, 풍월량, 임영웅 팬클럽, (여자)아이들 유튜브 채널, 엑스포츠뉴스DB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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