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왕국 접수한 머스크의 '날개 없는 추락'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계를 뒤흔들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추락하고 있다. 세계 첫 간편결제 업체 페이팔 창업을 시작으로 전기차·우주개발·태양광발전·인공지능(AI) 등 첨단 과학분야에서 거대 제국을 세운 그가 본업인 전기차 사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지난해 무리하게 추진한 트위터 인수 이후 시장의 신뢰를 빠르게 잃어가고 있다. 한때 고(故) 스티브잡스 이후 가장 혁신적인 기업가로 꼽히며 찬사가 쏟아졌지만, 변덕스럽고 충동적인 발언과 연이은 기행 탓에 미국 타임지는 그를 '광대'라고 평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머스크의 테슬라'가 올해 직면한 도전들로 소송, 폭락하는 주가, 자율주행 기술을 꼽았다. 가장 임박한 리스크는 자율주행 관련 소송이다. 테슬라와 머스크는 판매 증대와 투자 유치 등 자사 이익을 위해 자율주행 관련 허위 사실로 소비자들을 오도했다는 혐의로 각종 소송에 휘말려있다. 내달 예정된 첫 재판을 시작으로 4건의 재판이 연달아 이어진다. NYT는 "현재 계류 중인 다수의 소송은 결국 테슬라가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의 기대를 부풀리고 관련 위험은 축소했다는 결론 하나로 수렴된다"고 지적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은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다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가 계속 지연되면 기술적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인 AI에서 후발업체와의 기술 격차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에는 2016년 모델X의 자율주행 기능을 홍보하는 영상이 실제 장면이 아닌 연출됐다는 내부 관계자의 폭로까지 나오며 등 소송에 불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머스크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 재판의 원고측 변호를 맡고 있는 도날드 슬래빅은 "다른 완성차 기업이라면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원고(소비자)측과 합의를 이끌어 냈을 것"이라며 송사 리스크가 회사에 입힐 엄청난 데미지에도 머스크는 법정 싸움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각종 악재에 테슬라 주가는 내리막이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70% 가까이 추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후폭풍으로 시작된 반도체 칩 부족과 공급난이라는 전례 없는 불황 속에서도 사상 최대 성장세를 구가한 테슬라는 추락을 거듭한 끝에 역사상 최악의 주가 하락을 보인 기업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독일의 자동차시장 분석가인 마티아스 슈미트는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 업체들이 올해 험난한 시장 경쟁 환경에 내몰릴 것"이라면서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인한 차량 수요 감소, 신차 경쟁 격화, 주요국에서의 보조금 혜택 종료 등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주가 하락에 시가총액도 나날이 줄고 있다. 테슬라 시총은 한때 1조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한창 전성기때는 글로벌 완성차 빅7(도요타·혼다·폭스바겐·메르세데스벤츠·BMW·포드·제너럴 모터스)의 시총을 합친 것 보다 더 큰 몸값을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본업 부진과 머스크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시장의 팬덤은 빠르게 식어갔고 시총은 지난 17일 종가 기준 4152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시총 순위도 S&P 500 5위에서 36위로 크게 밀렸다. 시장에서는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더 이상 지배적 기업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테슬라 강세론자로 알려진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마저 "테슬라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끝났다"고 직격했다.
지난해 주가가 토막토막 나면서 '테슬라 거품설'에는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유명 투자자들은 벌써 등을 돌리고 있고,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테슬라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며 줄줄이 목표주가를 하향하고 있다. 시트론리서치의 창업자인 앤드루 레프트는 "테슬라는 아직도 비싼 주식이다. 아직 (하락은) 끝나지 않았다"며 추가 하락을 예상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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