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연의 조각이 모여 만든 장규리의 제2막 ‘배우’

이현아 2023. 1. 22. 07: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우연의 반복은 필연이라는 말이 있다. 우연이 몇 번이나 겹치면 얼마만큼은 운명이라는 것이다. 노래와 춤을 추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에서 배우로 ‘제2막’을 연 장규리에게 2022년은 연속된 우연은 피할 수 없는 운명임을 확신한 1년이었다. 일생 단 한번만 받는 신인상(‘2022 SBS 연기대상’)을 안긴 드라마 ‘치얼업’ 때문이었다. 그에게 이 작품은 우연과 필연 그리고 운명이 존재함을 믿게 했다. 

장규리는 기대를 가지지 않고 참여한 ‘치얼업’의 오디션을 거쳐 캐스팅이 됐다. ‘치얼업’의 주 배경인 연희대는 서울 신촌에 터를 잡은 연세대가 모티브였다. 블루컬러 단복이 눈에 띄는 응원단 테이아는 연대 응원단 아카라카와 유사했다. 

“친오빠가 연대 14학번이고 대학원에 재학중이에요. 제가 연기한 태초희가 화학공학과 학생인데요, 오빠도 실제 공대생이에요. 그래서 ‘치얼업’ 출연을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2015년과 2016년에는 오빠와 연고전 축구경기에 응원간 적도 있어요. 심지어 이사간 곳이 연희동이라 신촌캠퍼스에서 촬영이 끝나면 걸어서 집에 가기도 했죠.”

이쯤되면 ‘치얼업’ 출연이 그저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봐도 될 듯 싶다. 장규리는 이 드라마에서 테이아의 부단장으로,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걸크러시한 매력을 뽐냈다. 후배들을 잘 통솔하고 진정성 있는 듬직한 선배의 모습을 보여줬다. 장규리는 “오디션 당시에 감독님과 1시간 30분에 걸쳐 대화를 정말 많이 나눴다”며 “그런데 내가 원픽이라는 느낌이 안들더라. 나중에 붙고 나서 내 말투가 초희와 잘 어울렸다면서 ‘초희가 실제로 있다면 (너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장규리는 그룹 프로미스 나인으로 데뷔해 웹드라마 몇 편과 TV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연기의 맛을 봤다. ‘치얼업’은 그룹 탈퇴 후 아이돌이나 가수가 아닌 배우로 불리게 한 첫 작품이나 다름없다.

연기 역시 장규리에게 필연과도 같았다. 서울예대 공연학부에 입학해 연기를 중점으로 배웠다. 입시부터 따지자면 연기만 공부한 햇수는 3년 정도 됐다. 웹, TV 등 매체 연기보다 훨씬 오래 한 것은 연극이었다.

“어려서 연극을 본 뒤 연기가 하고 싶어 배우의 꿈을 꿨어요. 연극은 연기의 기초를 다질 수 있잖아요. 연기로 입시를 준비해 연기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했지만 아직 졸업은 못했어요.”

그러다 Mnet의 걸그룹 서바이벌 예능 ‘아이돌학교’에 선발돼 2018년 프로미스나인으로 데뷔 했다. 몇 년 간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 국내외를 누볐다. 반짝이는 조명 아래 화려한 무대가 아쉽지는 않을까. 장규리는 “걸그룹 활동을 5년 정도 해왔는데 이제는 멤버들을 지켜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연기로)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굳이 아이돌의 타이틀을 떼지 않고도 가수와 연기를 병행하며 배우 활동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장규리는 가보지 않은 새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 

“연기에 대한 갈증이 마음 한편에 늘 자리 잡고 있었어요. 걸그룹 생활을 하는 동안 나는 도전을 많이 해온 사람이에요. 첫 서바이벌부터 연습생도 안하고 나갔어요. 데뷔 후에도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나 무서움이 크게 없었죠.”
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도전에는 대범한 장규리도 팬들을 향한 미안함에 마음이 쪼그라든다. 스스로 선택한 새로운 도전이 아이돌이자 가수 장규리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행여 반하는 행동이 아닐지 하는 마음. 장규리는 “여전히 날 응원해줄까, 나로 인해 (팬들이) 상처받지 않을까. 그런 나는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장규리는 새로운 도전에 더욱 힘을 싣기 위해 새 소속사에 둥지를 틀었다. 정웅인, 김상호, 박지환, 윤계상, 길해연, 김주령, 김신록 등 배우들이 속한 저스트엔터테인먼트로 적을 옮겼다. “연기 잘하는 선배들이 많아 선택했다”는 장규리는 “새 회사에 와서 가장 좋았던 게 선배들과 스터디를 하는 자리가 많더라”며 미소지었다.

장규리는 2023년 새해 당장의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지난해 사계절을 거의 ‘치얼업’에만 전념했기에 재충전하고 있다. 오히려 오랜만의 휴식이 어색할 정도다.

“거의 쉼없이 달렸어요, 쉬는 동안 배우고 싶던 것들을 하면서 다음 작품에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구체적인 계획이라면 운전을 거의 못해서 운전 연습을 다시 해보려고요.”
 
이현아 기자 lalalast@edaily.co.kr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