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배는 안다..."1㎏ 3만5000원" 기와지붕 꼬막값 35배 뛴 이유[e슐랭 토크]
“예전엔 아짐(아주머니) 한 분이 1t도 넘게 잡았제. 키로(㎏)에 1000원 하던 꼬막이 지금은 3만 원도 넘어븐께.”
지난 11일 오후 전남 보성군 벌교읍 ‘보성 뻘배전시관’. 장동범(68) 하장마을 어촌계장이 뻘배를 타고 꼬막을 캐는 옛 사진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활황이던 꼬막산업이 위기 상황에 몰린 탓이다. 그는 “시절 좋을 때는 한 사람이 20㎏짜리 74포대(1.5t)까지 캤는데 2004년부터 작황이 확 나빠졌다”고 했다.
그는 꼬막이 줄어든 원인으로 수온상승과 고령화, 남획 등을 꼽았다. 1996년 시작된 중국 수출을 위해 대량 채취를 한 후 개체 수가 급감했다고 한다. 그는 “20년 전 40명이 넘던 하장마을 뻘배 조업자가 이제는 7명도 남지 않을 만큼 고령화가 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해 1만t 넘던 참고막, 64t까지 ‘곤두박질’
생산량이 줄자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했다. 설 대목을 일주일가량 앞둔 이 날 벌교시장에서는 참꼬막 1㎏(80~100알)이 3만5000원 선에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8000원 선보다 25%가량 가격이 올랐다.
30년 새 꼬막값 35배…생산은 ‘150분의 1’
꼬막은 찬바람이 부는 11월 이후부터 이듬해 설날 전후까지가 가장 찰지고 맛이 좋다. 옛 설날 친지들에게 세배를 가면 참꼬막을 한 접시 가득 대접받았던 배경이다. 전라도에선 겨울철이면 홍어와 참꼬막이 있어야 “걸게(푸짐하게) 준비한 잔칫상”이라는 말을 들었다.
단백질·아미노산 풍부…빈혈·숙취해소 탁월
참꼬막은 벌교 일대 득량만과 여자만에서 생산되는 것을 최고로 친다. 통상 어린 치패(稚貝)에서 3~5년이 지났을 때가 가장 맛이 좋다. 벌교꼬막은 알이 굵고 특유의 비릿한 냄새를 갖고 있다. 꼬막의 붉은색 피에는 적혈구 안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 성분도 풍부하다.
참꼬막? 새꼬막?…다 같은 꼬막이 아니다
꼬막류는 둥근 부채꼴 모양이며, 크기는 참꼬막이 가장 작고 새꼬막, 피조개 순이다. 참꼬막은 패각 표면에 털이 없고, 깊은 주름골이 17~18개로 적은 게 특징이다. 쫄깃한 식감과 해산물의 풍미가 깊어 임금 수라상이나 제사상·차례상 등에 올랐다.
‘양식 활기’ 새꼬막…매년 생산량 급증
피조개로도 불리는 피꼬막은 참꼬막보다 배가량 크며, 주름골도 39~44개로 가장 많다. 내장액 내 헤모글로빈이 많아 조갯살이 붉다. 주로 양식으로 생산되며 일본 수출에 이어 국내 소비도 증가하는 추세다.
양식 어렵고 뻘배로 수작업…가격 ‘껑충’
보성군은 2014년부터 종묘배양장을 건립해 참꼬막 치패를 생산·보급하고 있다. 사업 후 총 1.3t이 넘는 인공치패를 공급했으나 갯벌에서 양식 성공률은 여전히 낮다. 치패를 받은 어가 대부분이 치패를 관리할 만한 경제적·기술적 여건이 되지 않은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김철우 보성군수는 “인공 치패·종패 보급을 지속해서 늘리면서도 갯벌복원과 자연정화를 통한 어족자원 회복을 추진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와지붕 닮은 껍질…수산물지리표시 1호
벌교 꼬막은 국내 수산물지리적표시 제1호인 향토 특산품이다. 벌교꼬막을 채취하는 뻘배어업은 국가중요어업유산 제2호로 지정돼 있다. 유네스코 측은 한국의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하면서 “뻘배어업은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갯벌 유산”이라고 평가했다.
보성=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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