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연대’ 때리고 수도권 연대 띄운 安…진짜 복병은 나경원?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발언에 신중한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직설적인 비판보다는 완곡한 표현을 즐겨 쓰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김·장 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에 대해 “썩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 안 의원의 입이 요즘 날로 독해지고 있다. 안 의원은 경쟁자인 김기현 의원을 겨냥해 8일 “윤심(尹心) 팔이 후보”라고 공격하더니, 13일에는 “민주당식 토착왜구 세계관”이라고 비판했다. 이 비판은 7일 김 의원이 ‘당원투표 100% 경선 규칙’을 두둔하며 “한국 축구 감독을 뽑는데 일본 국민 의견을 30% 반영하라는 것이 가능하냐”고 말한 것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16일에는 김·장 연대에 대해 “영남연대가 본질이고, 줄을 안 서면 공천을 못 받을 것이라는 공포정치”라고 맹비난했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탄 김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안 의원이 공세 수위를 높였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이나 나경원 전 의원보다 열세였던 김 의원은 최근 복수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며 치고 나갔다.
안 의원 측은 안 의원이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단일화한 ‘연대 보증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반(反)김 연대’ 전선을 넓히는 전략을 펴고 있다. 안 의원 측은 “결국 결선 투표에서 김 의원과 최종 일대일 대결을 하면 안 의원이 더 승산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후보가 다시 승부를 가리는 결선투표를 한다.
안 의원은 16일 라디오에서 “결선투표 전 떨어진 후보들은 각자 ‘나는 누구를 더 지지하겠다’고 말할 것”이라며 반김 연대의 표심이 결국 자신에게 쏠릴 가능성을 언급했다. 19일 대구 서문시장에서는 “결선투표에서 1위 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특히 나 전 의원의 출마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나 전 의원을 향한 친윤계의 공세를 ‘백태클, 집단린치’에 비유하며 엄호했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윤상현 의원과는 ‘수도권 대표론’을 고리로 연대를 맺고 있다. 안 의원 지역구는 경기 성남분당갑, 윤 의원은 인천 동-미추홀을이다. 안 의원은 19일 대구에서 “수도권 중심으로 대응해야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며 “윤 의원이나 나 전 의원과 생각을 공유하는 지점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내에서는 “나 전 의원은 안 의원에게 양날의 검 같은 존재”라는 반응도 나온다. 반김 연대 측면에선 파트너라고 볼 수 있지만, 당 대표 경쟁자로 보면 나 전 의원의 존재감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안 의원 측은 통화에서 “실제 책임당원 투표에 들어가면 안 의원의 경쟁력이 확실히 입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8일 열린 안 의원 캠프 출정식에는 의원실 추산 700여 명이 모였다. 현역 의원 중에서는 이명수·이용호·지성호·최연숙 의원이 자리했다. 안 의원은 지난 9일 의원 40명이 모인 김 의원 캠프 출정식보다 참석 의원이 적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부러 의원을 부르지 않았고, 청년 위주로 고민을 나누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 측은 “안 의원은 인지도가 강점인 만큼 세를 과시하는 아날로그식이 아닌 실무형 캠프가 콘셉트”라고 전했다.
안 의원 캠프는 3선 출신 김영우 전 의원이 선대위원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총괄본부장은 안 의원의 최측근인 김도식 전 서울시 정부부시장이 맡았다. 원내에서는 탈북자 출신 지성호 의원이 안 의원의 러닝메이트로 청년최고위원에 도전장을 냈다. 후원회장은 한규홍 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원장이 맡고, 대변인단에는 손수조 차세대미래전략연구위원과 김동국 대구시당 디지털정당위원장이 합류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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