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문 열자 찾아온, 귀한 낙동강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정수근 2023. 1. 2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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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환경부가 낙동강 합천보 수문 다시 열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수근 기자]

귀한 낙동강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낙동강 모래톱을 찾은 국가 법정보호종 귀한 새 황새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 친구는 황새입니다. 녀석은 문화재청이 지정 보호하는 천연기념물이자 환경부가 지정 보호하고 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종입니다. 국내에서 멸종했다가 복원사업 등을 통해 혹은 다른 나라에서 날아와 가끔 목격되고 있는 귀한 친구입니다. 이 귀한 친구 두 녀석이 최근 낙동강 모래톱에서 목격된 것입니다.
 
 낙동강을 찾은 흰꼬리수리의 우아한 비행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흰꼬리수리입니다. 수리 종류 중에서 꼬리가 흰색을 띠고 있는 맹금류여서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흰 꼬리를 단 채 큰 날개를 펼치고 날고 있는 모습은 너무 경이로운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녀석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종으로, 국내 개체수조차 많지 않은 친구입니다.
 
 국내 서른 마리도 채 남지 않았다는 귀한 새 호사비오리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호사비오리입니다. 녀석은 멸종위기 1급종으로 국제적으로도 2천 마리가 채 안되고, 국내서는 30마리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은 정말 귀한 친구입니다. 이 친구가 모래톱이 돌아온 낙동강 지천 회천을 찾아 지금 월동하고 있습니다.
 
 정비비행이 일품인 귀한 친구 황조롱이입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황조롱이입니다. 녀석은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는 친구로, 주로 강 주변이나 들판에서 들쥐 같은 녀석들을 사냥하며 살아갑니다. 특히 먹이 사냥할 때 정지비행이 참으로 멋진 친구입니다. 낙동강과 지천이 만나는 합수부에서 주로 출몰합니다.
 
 하천변에서 왕왕 목격되는 맹금류 잿빛개구리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잿빛개구리매입니다. 녀석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으로 역시 하천 주변의 갈대나 물억새밭의 들쥐를 사냥하면서 생활하는 맹금류로 역시 모래톱이 돌아온 회천 주변에서 자주 목격이 되는 귀한 친구입니다.
 
 천연기념물 원아이 떼로 모여 있다. 상당히 특이한 경우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원앙입니다. 녀석은 천연기념물로 인적이 드문 하천변에서 왕왕 목격되는 친구로 암수가 쌍으로 잘 움직여서 부부 금술의 상징으로 쓰이는 친구들입니다. 수컷의 화려한 외모가 아름다운 새로, 모래톱이 돌아온 회천에 최근 50쌍 정도 100여 마리가 집단적으로 목격되고 있습니다. 이는 굉장히 특이한 경우이며,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구체적인 이유가 궁금할 정도입니다.
 
 낙동강 독수리식당을 찾은 천연기념물 독수리.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리고 독수리입니다. 녀석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으로 문화재청와 환경부 양쪽에서 모두 보호받고 있으며, 몽골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의 진객입니다. 이 배고픈 친구들을 위해서 국내 다양한 곳에서 먹이 나누기가 벌어지고 있는데, 이곳 낙동강의 돌아온 모래톱에서 독수리식당이 현재 매주 두 차례 차려져 성업중에 있습니다(관련 기사: '성업중'인 낙동강 독수리식당... 또 못 볼까 두렵다 https://omn.kr/22eg4 ).
 
 낙동강 모래톱을 찾아 내려온 멸종위기종 큰기러기 무리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큰기러기입니다. 녀석은 멸종위기종인 겨울철새로 무리로 움직이는 친구들입니다. 이 친구들이 낙동강에 새로 드러난 모래톱 위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너무나 평화로운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흰색의 깃과 털발을 간직한 맹금류의 아름다운 비행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털발말똥가리입니다. 말똥가리 종류 중에서 날개가 흰색이고, 발에 털이 나 있어 털발이란 수식어가 붙은 친구로, 우아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맹금류입니다.
 
 노랑부리저어새입니다. 멸종위기종으로 독특한 부리를 휘저어 먹이를 찾는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노랑부리저어새입입니다. 녀석은 멸종위기종으로 독특한 부리가 아름다운 친구입니다. 주걱 같은 부리로 강물을 이리저리 휘저으면서 먹이활동을 하는 특이한 새입니다. 녀석이 홀로 낙동강과 회천을 왔다갔다 하면서 이곳에서 월동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무리에서 이탈한 어린 녀석으로 추정됩니다.
 
 회천 모래톱에서 만난 흰목물때세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흰목물떼새입니다. 녀석은 멸종위기종으로, 꼬마물떼새와 비교됩니다. 보통 경박스럽지 않고 천천히 움직입니다. 특히 손살같이 날라다니는 비행이 일품입니다. 
그리고 참수리입니다. 녀석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종으로 국내서도 개체수 많지 않아 만나기가 쉽지 않은 맹금류로 이번에 모래톱이 돌아온 회천에서 역시 목격이 된 귀한 친구입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의 귀한 새 참수리가 낙동강 창공을 날고 있다.
ⓒ 에코버드 김석현
  
모래톱 덕분에 강 생태계가 되살아났다
이처럼 이들 국가에서 법으로 보호하고 있는 법정보호종의 이 귀한 친구들을 낙동강과 그 지천인 회천에서 만났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요. 이 귀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낙동강 합천창녕보(이하 합천보) 완전 개방 덕분이었습니다.
 
 합천보 상류 1킬로미터 지점부터 은백의 모래톱이 훤히 드러났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합천보의 수문이 완전히 열리자 그 상류 낙동강으로 은백의 모래톱이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은백의 아름다운 모래톱은 25킬로미터 상류에 있는 달성보 아래까지 나타나면서 낙동강을 4대강사업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려놓았습니다.

즉 합천보에서 달성보 사이 25킬로미터 낙동강은 강이 흘러가면서 비로소 강이 강다워지면서 생태계마저 되살아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지천인 회천에서도 마찬가지로 목격이 되었습니다.

모래톱 위에 각종 철새들과 야생동물들이 머무르게 된 것입니다. 위의 저 귀한 친구들을 낙동강과 회천의 모래톱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단지 수문만 열고 그 시간이 채 한 달도 안되는 기간 안에 야생의 친구들이 낙동강을 찾은 것입니다.

이것은 놀라운 변화입니다. 합천보 수문을 열기 전에는 낙동강과 회천엔 생명의 흔적이 없었습니다. 물이 깊어 깊은 물을 좋아하는 민물가마우지나 오리류 일부를 제외하곤 어떤 생명도 낙동강을 찾지를 않았습니다. 거대한 물그릇만 덩그러니 놓인 수로로 기능을 해온 낙동강일 뿐이었습니다.
 
 은백의 모래톱이 드러난 낙동강 지천 회천. 이곳에도 다양한 철새들이 찾아왔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런 낙동강에 수위가 떨어지면서 모래톱이 돌아오자 놀라운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12종이나 되는 법정보호종 야생의 친구들이 낙동강과 회천에 나타나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 것입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단기간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새들이, 그것도 법정보호종들이 찾아올 수 있었을까요? 모래톱의 힘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래톱은 이렇게 생명을 불러 모읍니다. 더불어 강의 수질을 정화하는 탁월한 기능도 하기 때문에, 강에서는 아주 귀중한 요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낙동강의 핵심이 모래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다시 합천보 수문 열어 공존의 길로 가야

그런데 이 모래톱이 다시 수장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환경부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말입니다. 합천보 수문을 닫는 것은 농업용수 공급 때문입니다. 환경부는 농업용수 등 취·양수를 위해 보 수문을 닫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낙동강네트워크는 20일 성명에서 이를 "졸속행정"이라 반박하며 "이는 (환경부가) 실태 파악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서 내린 탁상행정의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합천보의 수문이 다시 닫히자 강물이 차올라간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환경단체들의 연대기구인 낙동강네트워크가 합천보 물을 쓰는 농민들을 직접 만나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일대 양수장은 기본적으로 일러야 3월 중순부터 가동한다고 합니다.(관련 기사: "어렵게 찾아온 겨울 철새 쫓아내나... 합천창녕보 수문 개방 연장해야" https://omn.kr/22g0a ). 원래 낙동강 양수장은 모내기철인 5월 말에 맞춰 가동해왔는데, 마늘과 양파농사 같은 것이 늘어나면서 봄에 물 수요가 생겨났고, 그 시기가 3월 중순이란 얘기입니다.

물론 2월 말이나 2월 10일경을 주장하는 농민들도 만났습니다. 이는 특수한 경우로, 그렇다면 특수한 경우에 맞게 대응하면 됩니다. 대형 양수기를 동원해서 비상급수를 해줄 수도 있는 것입니다. 환경부가 바로 지난해 그런 방식으로 달성군 구지면 도동리와 자모리 들판에 강물을 댔던 것입니다.

올해도 똑같이 하면 됩니다. 그러면 적어도 환경부의 주장과는 다르게, 오는 3월 초까지 합천보 수문을 개방해놓을 수가 있습니다. 그때는 겨울철새들이 돌아가는 시점으로, 그들을 위한 충분한 배려를 해줄 수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시나브로 인간과의 공존의 접점을 찾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연과 공존의 길을 택해야 합니다. 더불어 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연은 병이 들어 오히려 인간에게 역습을 가하게 되고, 이는 인간에게도 엄청난 시련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지난 3년간 유행한 코로나가 바로 자연의 역습에 해당하는 역병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결국 모두에게 파멸의 길입니다.

파멸의 길을 갈 것인가요? 생명의 길을 갈 것인지요? 인간은 자연과의 공존을 통해 생명의 길로 가야 하고, 여기에 인류의 미래가 있습니다. 모래톱이 드러난, 낙동강의 '오래된 미래'에서 그것을 깨닫게 됩니다.

환경부가 지금이라도 합천보 수문을 다시 열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저 귀한 친구들이 낙동강 모래톱에서 이 겨울 한 철만이라도 편히 쉬었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봅니다.
 
 독수리가 머무는 모래톱. 겨울철새인 독수리가 편히 낙동강 모래톱에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합천보 수문은 3월 초까지 연장돼야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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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합천보 수문개방으로 찾아온 12종의 법정보호종을 목격했습니다. 그런데 이 귀한 친구들이 다시 쫓겨날 위기에 쳐했습니다. 합천보 수문이 환경부의 졸속 행정으로 다시 닫혔기 때문입니다. 이 엉터리 행정은 재고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환경부에게 보여주려고 최근 현장 조사를 종합해서 쓴 기사입니다. 어렵게 찾아온 이 귀한 친구들을 대신에 쓴 기사입니다. 널리 공유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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