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사 윤 대통령 헌정 콘서트" 이전과 달라진 국힘 전대
[박현광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당시 신임 당 대표가 지난 2021년 6월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2023년 3.8 전당대회,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논란이 연일 벌어진다. 당과 대통령실의 수직적인 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내부 총질이 아닌 일치단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부딪히는 중이다.
약 1년 6개월 만에 벌어진 변화, 그 차이점 세 가지를 정리해 봤다.
▲ 왼쪽부터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웅 의원, 김은혜 의원, 이준석 전 최고위원. |
ⓒ 오마이뉴스 |
2021년 6.11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는 모두 8명. 가나다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김웅(초선)·김은혜(초선)·나경원(4선)·윤영석(3선)·이준석(0선)·조경태(5선)·주호영(5선)·홍문표(4선). 기본의 정치적 문법과 맞지 않는, '경륜 없는' 초선의원들과 0선 원외당협위원장이 주요 당권주자로 부각돼 이른바 신진 돌풍을 형성했다.
▲ 대통령 후보 100% 국민 경선 ▲ 공천관리위원회 상설화 ▲ 공천 30% 청년 할당제 등을 내건 김웅 의원은 단숨에 지지율 2위의 여론조사 결과를 얻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지금은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된 김은혜 전 의원도 "원만한 통합을 위해 경륜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바로 이런 낡은 정치 때문에 오늘날 어려움에 처하게 된 것"이라며 '젊은 당대표'를 내세워 호응을 얻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변'의 상징이었다. 선거 초반 때만 해도 당내 세력 기반이 약한 초선 등이 후보 단일화를 통해 본선에 나설 것이란 게 전반적인 예상이었다. 그러나 이준석 전 대표가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면서 선두를 치고 나왔다. 이 때문에 오히려 중진 의원들 간의 단일화 가능성도 거론됐다. 신진 돌풍의 주역들 중 1차 예비경선 결과를 통과한 건 이준석 전 대표 혼자였지만, 결국 본 무대에서 당권을 움켜쥔 것도 이준석 전 대표였다.
2023년 3.8 전당대회에는 이런 '신진'이 없다. 현재 출마 선언을 했거나 당권 도전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주요 인사들을 대략 가나다순으로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김기현(4선)·나경원(4선)·안철수(3선)·유승민(4선)·윤상현(4선)·조경태(5선)·황교안(0선). 초선이나 신진인사는 보이지 않는다. 황교안 전 대표는 0선이지만 당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을 이끈 '전직 당대표'이기도 하다.
6.11 전당대회 때 드높았던 '새로운 물결'·'경륜보다 젊음' 등의 슬로건은 현재 당권경쟁 중에서 발견하기 어렵다.
[관련 기사]
① '초선' 김웅의 출사표 "국민의힘, 정상 아닌 가장 낮은 곳으로" https://omn.kr/1t7y0
② '당권도전' 김은혜 "통합 위해 경륜 필요? 이런 게 낡은 정치" https://omn.kr/1t8us
③ 돌풍 거스르는 국민의힘? "경선 룰, 노인정당 인증하는 꼴" https://omn.kr/1ted2
▲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왼쪽부터), 윤상현, 조경태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3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하지만 탄핵은 정당했다."
이준석 전 대표가 2021년 6월 3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저를 영입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감사합니다"라면서 한 말이다. '박정희 공항', 혹은 '박근혜 사면'을 말했던 다른 후보들과 결을 달리하는 발언이었다. 그는 또 21대 총선 참패와 관련 "가장 비겁했던 부류는 그것이 억측이었음을 알면서도 '부정선거는 아니라도 부실선거는 있었다'는 나약한 주장으로 음모론자들에게 면죄부와 땔감을 제공해 줬던 사람들"이라며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리는 극우 유튜버 세력을 '손절'한다는 메시지도 던졌다.
탄핵 후 대선과 총선 참패 때까지 당 안팎을 지배했던 '태극기 세력'과의 결별이 공식화된 순간이었다. 그리고 국민의힘은 이후 이어진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했다.
그러나 3.8 전당대회의 유력 당권주자들은 박근혜와 태극기 세력을 재소환하고 극우 유튜버와 손을 잡는 등 과거로 회귀 중이다.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얻었다는 김기현 의원은 지난 9일 선거 캠프 출정식에서 "우리 당을 사랑하는 많은 애국동지 시민들이 광화문에서 그 뜻을 표출하고 결집된 힘을 형성해왔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도 탄생했다고 생각한다"며 태극기 세력을 치하했다.
'원조 친박(박근혜)'이자 당권에 도전한 윤상현 의원은 지난 17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12개 친박(박근혜) 단체'의 지지를 받은 뒤 "좌파 세력들에 의한 탄핵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신뿐만 아니라 여기 계신 여러분들께서 겪었던 정신적 고통과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니 너무나 슬프고 격한 울분에 견딜 수 없다"며 화답했다.
극우 유튜버와 조우도 거리낌 없이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지난 18일 'V170' 캠프 출정식에 부정선거 음모론을 설파해온 보수 유튜브 '신의 한수'의 신혜식 대표를 출정식에 초청했다. 신 대표는 현재 3.8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김 의원 또한 '신의 한수'에 출정식 생중계를 맡겼고 성제준TV, 홍철기TV, 고성국TV 등 우파 유튜버 채널의 출연을 이어가고 있다.
[관련 기사]
① 이준석 "비겁함 게워내야, 음모론 유튜버들이 당 흔들어" https://omn.kr/1tbag
② 나경원·주호영의 공격 "이준석, 당 간판 떨어트릴 것" https://omn.kr/1toir
③ 보수층의 강력한 권력의지, "한 박자 빠른" 이준석 밀어올리다 https://omn.kr/1tvah
④ '윤석열 북' 때린 김기현의 우클릭 "애국 광화문 힘으로 윤 정부 탄생" https://omn.kr/22an4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5일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2022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소개할 때 인사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이번엔 18년 만에 전당대회 룰이 바뀌었다. '당원 70%-일반국민 30%'로 치러지던 당대표 경선이 '당원투표 100%'로 변경됐다. 앞서 거론한 변화들이 모두 이런 룰 변경에 따른 결과란 해석도 나온다. 2030세대 혹은 중도층을 포함한 '민심'이 아닌 전통적인 지지층인 '당심'에 경선 결과가 달려 있기 때문에 당내 경륜이 중요해졌고 우클릭이 필요해졌단 얘기다.
하지만 한 국민의힘 의원의 시각은 달랐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그건 간단하다.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를 본다는 것 아닌가"라며 "그러니까 지금 당권주자들은 국민께 어떻게 보일까가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께 어떻게 보일까가 중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당원투표 100% 규정 변화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 당원의 30%쯤 될까, 모두가 극우 유튜브를 보는 것도 아니다"라며 "박근혜를 찬양하고 태극기 세력을 치하해야 극우 유튜버가 그 당권 주자를 칭송하고, 그것을 대통령이 보니까 현재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정책이 실종된 전당대회"라며 "과거엔 후보마다 대표 공약이 있고, 당을 어떻게 이끌겠다는 게 있었는데, 지금은 다들 '윤심'이 내게 있다는 걸 어필하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돕겠다는 말만 늘어놓을 뿐"이라고 한탄했다.
이어 "이건 흡사 용산 대통령실을 위한 헌정 콘서트처럼 보이지 않느냐"며 "지금 하는 행태가 도로 영남당인데,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구속되고, 파탄 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윤심'의 개입이 너무 심하다"며 "지금 의원들은 어려웠던 지난 총선에서도 당선된 사람들이다. 그러니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다시 당선 된다는 생각에 윤심에 바짝 엎드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① 국힘 '당원 100%로 대표 선출' 룰 개정... 당권주자들 '충돌' https://omn.kr/221zc
② 핵심 윤핵관 장제원의 나경원 감별?... "친윤 위장한 반윤" https://omn.kr/22c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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