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가 침묵에 빠지는 ‘블랙아웃’ 온다…‘서학개미’ 맘 놓일까
한국에선 설 연휴 기간에 증시가 열리지 않지만, 미국 뉴욕증시는 정상 운영된다. 뉴욕증시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들이 명절에도 스마트폰 주식투자 앱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마음을 놓이게 할 소식은 있다. 미국 기준금리를 움직이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침묵을 지키는 블랙아웃(blackout) 기간이 21일(현지시간)부터 시작해서다. 여전히 많은 변수가 주가를 흔들고 있지만, 최소한 ‘깜짝’ 발언에 가슴 철렁이는 일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년에 8번, 10여일의 ‘침묵’
Fed 산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총 19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Fed 이사 7명과 뉴욕 등 12개 지역의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이다.
이들은 평소 각종 연설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통화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펼치지만, 매년 8차례 열리는 FOMC 정례회의 직전엔 블랙아웃에 들어가 공식 발언을 멈춘다. 금융 시장에 불필요한 혼선을 유발하지 않게 하려는 목적에서다.
Fed의 ‘FOMC 위원들의 외부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정책’ 규정에 따르면 블랙아웃은 정례회의로부터 2주 전 토요일 자정에 시작해 회의 이튿날 자정에 종료된다. 이번 2월 FOMC 정례회의(1월31일~2월1일)의 경우 1월21일부터 2월2일까지가 블랙아웃 기간이다. 이 기간에 위원들은 ‘대중과 만나는 회의나 대화에서 거시 경제나 통화 정책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0.5%p 인상해야” 한 마디에 증발한 호재
블랙아웃 규정을 두는 것은 FOMC 위원들의 발언 하나하나가 뉴욕 증시, 나아가 글로벌 증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만약 정례회의 직전까지 위원들이 제각각 발언을 쏟아낸다면 금융 시장 불확실성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 실제로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 위원의 발언이 그날 증시를 좌지우지하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한 예다. 오전에는 기분 좋은 상승세로 출발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로 0.5%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다우지수(-1.8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56%), 나스닥지수(-1.24%) 등 3대 지수 모두 큰 폭으로 하락한 채 마감했다.
증시를 끌어내린 주범은 매파 중에서도 강성 매파로 분류되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였다. 그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금리 인상은 가능한 한 일찍 5% 이상 범위로 가야 한다”며 “2월 FOMC에서 (인상 폭으로) 0.5%포인트 이상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미 시장에선 0.25%포인트의 소폭 인상(베이비스텝)을 확신하는 상황에서 돌연 더 큰 폭의 인상(빅스텝)이 필요하다는 충격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여기에 또 다른 매파,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까지 가세해 “우리는 아직 5%를 넘지도, 5%에 이르지도 못했다”며 최종 기준금리 상단이 현재(4.5%)보다 0.75%포인트 높은 5.25%를 웃돌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결국 인플레이션 둔화라는 호재 속에서도 FOMC 위원들의 강성 발언에 뉴욕 증시는 하락세로 전환했다.
한은 금통위도 ‘묵언 기간’…명문 규정은 無
한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묵언(默言)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금통위 회의 일주일 전부터 회의 당일까지로, 이때 금통위원은 물론이고 금통위에 참여하는 임직원들도 통화 정책과 관련한 대외 발언을 해선 안 된다.
그래서 2월 FOMC는…?
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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