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 조언 들었더라면...'네팔 비행기 희생' 승무원 딸 찰나의 선택
최소 7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네팔 포카라 여객기 추락 사고로 숨진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하나둘 외신에 소개되고 있다. 특히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던 20대 승무원은 당일 가족의 만류에도 근무했다가 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승무원이자 틱톡커로 활동 중인 오신 에일 마가르(24)는 지난 15일 네팔 포카라 신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중 추락한 예티항공에 탑승했다가 숨졌다. 당시 여객기에는 마가르를 포함해 승무원 4명과 승객 68명 등 총 72명이 탑승했다.
인도 육군에서 은퇴한 마가르의 아버지는 사고 당일 아침 딸에게 출근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고 한다. 힌두교 최대 축제인 '마카르 산크란티'를 맞이해 가족과 함께 집에서 시간을 보내자고 부탁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가르는 비행 일정이 두 번 있다며 일을 마치면 곧바로 돌아오겠다고 가족에게 약속한 뒤 집을 나섰다. 그렇게 떠난 마가르는 몇 시간 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고 마가르의 아버지는 전했다.
마가르는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살면서 2년간 예티항공 승무원으로 일해왔다. 6개월 전부터는 부모님과 함께 지냈다. 마가르는 2년 전 결혼했지만 현재 남편은 영국에서 머물고 있다.
그는 추락 사고 직전 자신의 틱톡 계정에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게시물에는 예티항공 유니폼을 입은 마가르가 승객들이 탑승하기 전 기내에서 자신의 모습을 찍은 영상이 담겼다. 마가르는 몇 시간 뒤 다가올 운명을 모른 채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온라인에는 마가르를 향한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해외 네티즌들은 마가르의 영상을 공유하며 "인생은 알 수 없는 일" "죽음은 예기치 못한 것이기 때문에 살아 있을 때 마음껏 살아라" 등의 글을 남겼다.
이번 사고로 숨진 여성 부기장 안주 카티와다(44)의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졌다. 17년 전 같은 항공사 기장이었던 남편 역시 여객기 추락 사고로 숨진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예티항공 대변인은 "카티와다의 남편 디팍포크렐은 2006년 네팔 줌라에서 발생한 예티항공의 트윈 오터 여객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카티와다는 남편이 숨지자 남편의 뒤를 잇기 위해 가족들의 반대에도 간호사를 그만두고 조종사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0년부터 예티항공에서 일한 카티와다는 카트만두와 포카라 등을 오가며 수천 시간의 비행 경력을 쌓았다.
사고가 발생한 포카라는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서쪽으로 140㎞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관광 도시다. 평소 현지 항공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착륙이 까다로운 곳으로 악명이 높다.
포카라는 안나푸르나 등 8000m급 히말라야 고봉에서 불과 수십㎞밖에 떨어지지 않은 고지대에 있어 이착륙 시 여러 높은 산 사이를 곡예 하듯 비행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또 짙은 안개가 자주 끼는 등 변덕스러운 날씨도 운항에 부담을 주는 요소로 꼽힌다. 포카라는 올해 신공항을 완공했는데, 사고가 난 지점은 구공항과 신공항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사고로 숨진 한국인 2명은 히말라야 등반을 위해 네팔을 찾은 40대 남성 A씨와 그의 10대 아들로 알려졌다. 현역 육군 간부로 알려진 A씨는 지난달 폭설 당시 탐방객을 구조하는 등 평소 투철한 봉사 정신으로 모범 군민상을 받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유가족이 18일 신속대응팀과 함께 현지에 도착해 병원에 안치돼 있던 시신을 확인했다"며 "육안으로 소지품 등이 확인됐기 때문에 유전자(DNA) 감식 등의 별도 조치 없이 장례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유가족들은 현지에서 화장한 뒤 국내에서 장례식을 치를 것으로 전해졌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학 동기에 유사 강간당해” 고소한 여성…무고 잡은 결정적 단서 | 중앙일보
- 세금 3억 안낸 래퍼 도끼, 신곡 '체납' 가사 보니 | 중앙일보
- “내 남편의 바람을 고백합니다” 이래야 아옳이가 돈을 번다 | 중앙일보
- 3주간 아무도 찾지 않았나…욕조 속 노모가 남긴 의문점 | 중앙일보
- 한국전 '비둘기 댄스' 핀잔 들은 치치..."한국 사령탑 제의 거절" | 중앙일보
- 도로 위 조용한 암살자...블랙아이스 만났을 때 대처법 | 중앙일보
- '61억 횡령' 박수홍 친형 "가족 악마화했다"…검찰 "2차 가해" | 중앙일보
- 버스 전용차로 달리자 길 막았다...벤츠 차주 기죽게 한 제네시스 정체 | 중앙일보
- "전화한다고 손해냐" MB가 잡은 남성, 14년뒤 윤 대통령에 37조 쐈다 | 중앙일보
- 내복 차림으로 30분 달렸다, 늙음 마주한 ‘악몽의 그날’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