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딛고 대목 맞은 대구 매천시장…"주차장 임시점포지만 활기"
지난 18일 오후 찾은 대구 북구 매천동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매천시장)은 설을 맞아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설을 앞두고 황금색 보자기에 싸인 과일박스가 곳곳에 적재돼 있고, 짐을 옮기는 지게차들이 시장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었다. 가장 바쁜 새벽 시간대가 한참 지난 오후인데도 시장엔 활기가 넘쳤다.
활기 되찾은 대구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시장을 찾은 김선자(44)씨는 “신선한 채소와 수산물을 살 수 있어 종종 매천시장을 찾는데 지난해 큰불이 나서 안타까웠다”며 “친정에 보낼 과일 선물을 고르려고 왔는데 다시 활기를 띠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언뜻 보기엔 설 대목을 앞두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도매시장처럼 보였지만, 입구에서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여전히 시커멓게 그을린 건물이 눈에 띄었다. 화재 현장을 가리기 위해 설치해둔 약 3m 높이의 철제 가림막 너머로 그을리고 부서진 농산A동 건물 지붕이 보였다. 지난해 발생한 대형 화재의 흔적이다.
매천시장은 지난해 10월 25일 오후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차 89대와 소방대원 248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에 나섰다. 대응 2단계는 화재가 발생한 지역에 인접한 2~5개 소방서 소방력이 총동원되는 상황을 말한다. 화재로 농산A동 점포 152개 중 69개(45.4%)가 다 탔다. 피해 면적은 8000여㎡에 이른다.
임시 점포·경매장 설치해 영업 재개…거래 규모 회복
대구시는 상인들이 영업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난연패널 형식의 임시점포 69곳과 임시경매장 4곳을 긴급 설치했다. 화재 발생 직후 몽골텐트 77개를 설치했지만 겨울 한파를 견디기 어렵고 경매에도 불편함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화재가 발생한 지 3개월여가 지난 현재 매천시장은 전년 대비 전체 농수산물 거래금액은 106%, 거래물량은 97% 수준을 회복했다. 화재 전후 3개월(지난해 10~12월) 거래 규모만 따져봐도 전년 대비 94% 수준까지 올라왔다.
다만 화재 복구에는 시일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화재가 난 농산 A동 건물은 아직 철거 작업조차 시작되지 않았다. 화재로 소실된 부분을 철거한 후 구조보강 등 보수공사 계획을 수립한 뒤 2024년 9월까지 복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비좁은 통로로 차량·보행자 뒤엉켜…시장 이전 검토
불이 난 건물이 그대로 방치되면서 기존에도 혼잡했던 매천시장은 더욱 비좁아졌다. 특히 임시 경매장과 점포가 주차장 위에 설치되면서 주차난이 가중돼 매천시장 이동 통로는 차량과 보행자로 뒤엉키는 일이 일상이 됐다. 18일 찾은 매천시장도 차량과 지게차, 보행자들이 동시에 통로를 지나면서 혼잡한 모습이었다.
이와 관련해 매천시장 이전 논의도 재점화됐다. 시장 내 건물 현대화에서 전체 이전으로 방향을 잡은 대구시는 최근 대구 지역 8개 구·군으로부터 유치 희망 신청을 받았고, 달성군과 북구가 유치 의사를 밝혔다.
달성군은 지역 균형 발전과 부지 확장성을 내세우고, 북구는 이전 희망 부지가 기존 시장과 가까운 위치에 있어 주변 상권이나 창고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이점으로 꼽고 있다. 대구시는 다음 달 매천시장 이전 타당성 조사와 기본 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에 들어간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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