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人사이드]"사회가 원하는 사업은 성공한다" 세콤 창업자 이이다 마코토

전진영 2023. 1. 21. 13: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 의해 수정되어 본문과 댓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일본 최초 사설 경비업체 설립
'불안 없는 사회' 실현 목표

편집자주 -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이름은 들어봤는데 이 사람이 누군가 싶은 인사들이 많습니다. 일본 뉴스를 담당하는 국제부 기자가 한 주 동안 화제가 됐던 일본 인사, 그리고 그에 엮인 이야기를 함께 소개합니다.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사설 경비업체를 이용하는 건물에 있는 '에스원 세콤' 표시를 자주 보셨을 겁니다. 경비업체하면 세콤이 떠오르는데요. 이번 주 소개해드릴 인물은 바로 세콤의 창업자 이이다 마코토입니다. 그는 지난 7일 89세 일기로 사망했는데, 세콤이 일본 최초의 사설 경비업체다보니 일본 내부에서도 그에 대한 추모 기사가 이어졌습니다.

술 도매상 아버지 밑에서 사업가의 꿈을 꾸다
이이다 마코토 세콤 창업자.(사진출처=일본 세콤 공식홈페이지)

이이다씨는 1933년 도쿄에서 5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이이다씨의 경영 DNA는 아무래도 유전인 듯 싶습니다. '오카나가'라는 술 도매상을 운영하는 아버지는 사업 경영에 의욕이 큰 사람이라 자식들에게 어떻게 가게를 경영해야 하는지 등을 꾸준히 가르쳤다고 합니다. 조기교육의 영향인지 형제들 대부분은 사업가가 되었고, 이이다씨도 자연스레 사업가의 꿈을 꾸었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오카나가도 '맛있는 술을 애주가에게 전하자'라는 비전으로 성장해 현재는 주식회사로까지 발전했으니, 사업가 집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가쿠슈인 대학을 졸업한 뒤 이이다씨는 오랜 술 친구인 토다 슈이치, 그리고 다른 지인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됩니다. 식사 자리에서 유럽에서 막 돌아왔다는 지인은 "유럽에는 경비를 업무로 하는 회사가 있더라"고 귀띔합니다. 이 말을 듣고 이이다와 토다씨는 '이거다!'라는 감을 잡았고, 일본 최초의 경비 보장 회사를 창업하기로 다짐합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듣고 결단을 내리는 데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모아둔 자금과 신용대출로 빌린 400만엔을 들고 두 사람은 '일본 경비 보장'이라는 회사를 차리고, 사원 5명으로 경영을 시작합니다. 처음에 회사 로고는 밤에 활동하는 새인 올빼미, 그리고 경비의 상징인 열쇠를 조합해 만들었는데요, 부엉이와 열쇠 마크는 지금도 일본 세콤 경비원들의 단추 디자인으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경비 알람 서비스 개발로 사업확대

모든 사업이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듯, 이이다씨도 창업 초기 스스로 발품을 팔며 홍보에 나서야했습니다. 계약을 따내기가 쉽지 않아 창업 4개월이 지나서야 첫번째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고 합니다.

겨우 두 자릿수 계약을 성사시킬 무렵, 이이다씨는 도쿄에 있는 한 국제 전시장과 상주 경비 계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온통 들판에 경비 초소도 없어 캠핑용 텐트에서 숙식을 하며 경비를 서야했을 정도로 열악했지만 끝까지 진행했다고 합니다.

회사가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된 것은 도쿄 올림픽 덕분입니다. 1954년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이이다씨에게 경비 의뢰를 합니다. 선수촌 경비를 공사 단계에서부터 맡아달라는 것이었죠. 당시 선수촌은 철거 예정인 미군 주택이 400여 채 남아 있어 치안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이이다씨는 사고 없이 도쿄 올림픽 경비를 끝내게 됩니다. 이를 통해 회사의 명성이 크게 올라가게 됩니다.

알람이 울리면 세콤이 출동하는 경비 방식은 1966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순회 경비나 상주 경비를 계속 확대하면 사원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관리가 불가능하고, 인건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계약하는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본부에서 기계를 보고 있다 빨간 불이 울리면 계약처에 출동하는 ‘SP 알람’ 서비스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지금의 세콤 시스템은 사실상 이때 완성된 것입니다.

세콤은 이같은 출동 서비스로 연쇄 살인마 검거에도 성공합니다. 1969년 건물에 침입자가 있어 현장에 출동한 세콤 대원은 일본 각지에서 4명을 권총으로 살해한 살인마를 마주치게 되고, 격투를 벌이게 됩니다. 범인은 도주한 뒤 얼마 못가 경찰에 체포됐는데, 세콤의 초기 대응이 검거로 이어졌다는 세간의 평가에 세콤의 명성이 더욱 올라가게 됩니다.

사회가 원하는 사업은 성공…경영 철학에 쏠리는 눈

이후에도 이이다씨는 단순한 건물 경비에서 나아가 홈 시큐리티 서비스를 개발하고 방재, 보험 등 안전 전반으로 사업을 확대해나갑니다. “나는 사회에 도움 되는 사업 밖에 하지 않는다”는 그의 철학 때문입니다.

그의 별세로 다시금 ‘세콤의 경영철학’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이이다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사업은 포기하지 않는 집념과 죽더라도 해내겠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이것이 없으면 100% 실패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새로운 시대에 적합하다는 것만으로는 느리다. 항상 파도 머리에 서서 파도와 같은 속도로 헤엄쳐야 한다”거나 “결정할 것을 결정하지 못하고 하루 미루면 결국 기업이 위태로워진다” 등의 발언을 통해 경영자는 언제나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불안 없는 사회 실현'을 목표로 시작한 세콤은 현재 일본에서만 1만개 지점이 있고, 근무하는 경비원은 59만명에 달합니다. 최근 재벌가 경영과 관련한 드라마가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는데요, 좋은 기업과 경영자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에 “사회가 원하는 사업은 결국 성공한다”는 그의 말을 다시 한 번 곱씹게 됩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