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잔소리, 이 남자가 해결해줬다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여느 때보다 이른 설 명절이 반갑기만 하면 좋으련만 생각만 해도 가슴 한 편이 답답해지는 이들도 있죠. 남편 뒷바라지만 강요하는 시어머니, 걱정인지 염장인지 모를 말만 늘어놓는 친척들, 설 연휴에도 일하라는 사장님, 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추억의 빌런'까지. 그들이 보고 무언가 깨달을 수 있는 영화와 드라마, 노래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손화신 기자]
민족 최대 명절 설이다. 가족과 따뜻한 정을 나누는 동시에, 설 빌런과 맞서 싸워야하는 기묘한 날이 다가온 것이다. 주의를 게을리 해선 안 된다. 좌측에선 오지랖 공격이 들어올 것이고, 우측에선 자랑 공격이 들어올 것이다. 어쩌면 동시에 날아들지도 모른다.
당신이 설 빌런들의 주 먹잇감이라면 물 샐 틈 없는 방어태세를 갖춰야 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장기하 노래 2종 세트 '그건 니 생각이고'와 '부럽지가 않어'를. 자존감 떨어질 땐 역시 장기하다.
▲ 장기하와 얼굴들 '그건 니 생각이고' 뮤비 한 장면. |
ⓒ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
내가 너로 살아 봤냐 아니잖아/ 니가 나로 살아 봤냐 아니잖아/ 걔네가 너로 살아 봤냐 아니잖아/ 아니면 니가 걔네로 살아 봤냐/ 아니잖아/ 아니잖아 아니잖아 어 어
그냥 니 갈 길 가/ 이 사람 저 사람/ 이러쿵저러쿵/ 뭐라 뭐라 뭐라 뭐라 뭐라 뭐라 해도/ 상관 말고/ 그냥 니 갈 길 가/ 미주알고주알/ 친절히 설명을/ 조곤 조곤 조곤 조곤 조곤 조곤 해도/ 못 알아들으면 이렇게 말해버려/ 그건 니 생각이고
장기하는 이 곡의 소개페이지에서 "밴드를 시작한 후 십 년이 지났는데 한 가지 배운 것은,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거다. 날고 기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고, 그건 경험이 쌓인다고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남들을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각자 씩씩한 척하며 제 갈 길 가면 되는 거다"라고 썼다.
그의 이런 의도는 음악팬들에게 정확히 가 닿았다. "꼰대들 귀에 볼륨 최대로 틀어 박고 싶네"라는 댓글부터 "대놓고 프로필뮤직 설정해서 저격하고 싶다", "진짜 어떤 위로보다도 더 통쾌상쾌하다", "흔들리는 멘탈 잡을 때 듣는 곡", "내 상황이 뭣 같을 때 듣는다. 그러면 힘이 난다. 도움 안 되는 오지랖은 넣어둬 넣어둬"라는 반응까지 다양하다.
한 유튜버이자 작가가 한 말이 문득 떠오른다. "아기는 언제 가질 거냐"는 친척들의 말에 본인은 "그러게요~" 딱 네 글자로 대처한다고. 아이가 없는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대신 그냥 '그러게요' 하고 수긍하는 투로 끊어버리면 상대는 '아이를 가지고 싶어도 잘 안 되는 건가?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는 건가?' 하면서 아무 말도 못하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참 괜찮은 방법 같다.
▲ 장기하 '부럽지가 않어' 뮤비 한 장면. |
ⓒ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
야/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 어
근데 세상에는 말이야/ 부러움이란 거를 모르는 놈도 있거든/ 그게 누구냐면 바로 나야
우리 애는 이번에 반에서 1등을 했지 뭐예요, 공부하라는 말 한 마디 해본 적 없는데, 우리 첫째는 아니 글쎄 200만 원짜리 안마의자를 턱하니 사줬지 뭐야... 레퍼토리는 많지만 이것도 이쯤 해두겠다. 자랑이란 게 언뜻 보면 오지랖 공격보다 약해 보이지만 그렇지가 않다. 뒷맛이 더 쓰린 게 자랑이다. 그럴 땐 이 가사를 조용히 읊조리며 자기 최면을 걸어라. 나는 부러움이란 거를 모르는 놈이다, 얼마든지 자랑해라, 하고.
이 곡에도 역시나 '사이다'라는 내용의 댓글들이 달렸다. "나의 배아픔 방지송! 하나도 안 부럽다!", "엄청 우울했는데 듣자마자 입꼬리 슬금슬금 올라감"이라는 반응부터 "이 곡 마지막에 작게 읊조리면서 욕 두 글자만 딱 들어갔으면 완벽한 곡이었을 텐데"라는 재치 넘치는 상상까지.
친척은 정말 이상한 존재다. 분명 가까운 가족인데, 비교대상 한가운데 있는 인물들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래도 방어막을 양쪽으로 준비해뒀으니 안심하고 그들과 마음을 나누고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란다. 명절은 좋은 날이니, 어떠한 질투와 시기가 있더라도 마지막엔 사랑이 이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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