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로 티켓팅' 풍경에 눈 즐겁고, '독한 미션'에 흥미진진
[김상화 기자]
▲ 티빙 '두발로 티켓팅' 1회의 한 장면. |
ⓒ 티빙 |
한동안 잠잠했던 해외 여행 예능 프로그램들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해 tvN <텐트 밖은 유럽>(이탈리아)과 버라이어티 예능 <뿅뿅 지구오락실>(태국)이 각각 이국적인 풍취를 영상에 담은 데 이어 KBS <배틀트립>은 2년여 공백을 깨고 시즌2로 돌아왔다. 이밖에 SBS에선 학교 선후배 배우들을 중심으로 <찐친 이상 출발, 딱 한 번 간다면>이 호주의 멋진 볼거리를 선사하면서 간접 해외 여행의 기회를 마련해줬다.
기존 TV 방송의 흐름에 발맞춰 OTT에서 해외로 발길을 내딛고 있다. 지난 20일 첫 공개된 티빙 <두발로 티켓팅>은 하정우, 주지훈, 최민호(샤이니), 여진구 등 20대부터 40대까지로 구성된 한국의 대표 남자 배우 4인방이 차 한 대 몰고 뉴질랜드 남섬 1000km를 관통하는 캠핑 여행을 다룬 예능이다.
샤이니 활동 때부터 다양한 예능 경험이 있는 최민호, tvN <바퀴 달린 집> 시즌1을 통해 일찌감치 여행 예능을 몸소 터득한 여진구와는 달리 영화 혹은 드라마 이외의 영역에선 보기 힘든 하정우, 주지훈의 가세라는 점에서 <두발로 티켓팅>은 방영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 티빙 '두발로 티켓팅' 1회의 한 장면. |
ⓒ 티빙 |
4명의 배우 조합이긴 하지만 하정우, 최민호, 여진구 3인은 이번 프로그램 출연이 첫 만남이었다. 어색할 수 있는 선후배들을 중심에서 연결하는 인물은 다름아닌 주지훈이다. 하정우와는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왔고 최민호와는 2015년 MBC 드라마 <메디컬탑팀>을 함께 출연하며 지금껏 인연을 맺고 있다. 여진구는 2008년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에서 주지훈의 아역으로 등장했었다.
출발 일주일 전 식당에서 모여 회식으로 어색한 분위기를 털어낸 이들은 시작부터 오랜 기간 우정을 쌓아온 친구들 마냥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 속에 뉴질랜드 남섬에 도착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멋진 호수와 캠핑장이 기다리고 있는 테카포였다. 뉴질랜드 여행객들이라면 꼭 들러봐야 할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기에 도로 주변 풍경을 화면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금세 가슴이 설렐 정도였다. 그런데 이들의 여행이 과연 편하고 순탄하게 흘러갈까?
여타 여행 예능과 마찬가지로 <두발로 티켓팅> 스태프들 역시 순순히 경비를 넉넉히 선사하는 인물들이 아니었다. 최대 100뉴질랜드 달러를 획득하려면 제작진이 제시하는 게임을 무사히 통과해야 한다. 비교적 난이도 자체는 수월한 일심동체 게임에선 '하트' 제시어를 듣고 천차만별 행동으로 인해 일찌감치 실패했고 이어진 단어 역시 마찬가지였다.
▲ 티빙 '두발로 티켓팅' 1회의 한 장면. |
ⓒ 티빙 |
간신히 얻게 된 금액은 고작 26달러(한화 약 2만 1000원 정도)에 불과한 터라 포장육 2개만 구입해도 모든 돈을 탕진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닭고기를 대신 집었다가 식빵과 잼을 구입하려던 이들은 결국 소시지, 감자 등 최소 경비로 구입할 수 있는 가성비 재료만 챙긴 채 슈퍼마켓을 나서기로 한다.
그런데 이들이 타고 왔던 차량을 제작진이 탈취(?)하고 그대로 떠나버린 것이다. 4명 앞에 놓인 건 자전거 4대 뿐이었다. 최종 목적지까지 44km 구간을 완주하면 최대 7장의 여행 티켓을 대한민국 청춘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미션이 부여되었다. 평소 자전거 마니아로 잘 알려진 주지훈의 특징을 파악한 제작진의 구상대로 이들은 착실하게 페달을 밟아 10km 구간까지 통과하는 데엔 성공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초보 라이더들에게 비까지 내리는 이곳 도로 주행이 수월하지 않았다. 자칫 저녁 늦게 도착할 수도 있는 터라 일단 장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맏형 하정우와 막내 여진구가 먼저 캠핑장에 도착해 텐트를 설치하고 저녁 식사 마련을 하기로 한다. 하지만 차근차근 길을 나서 30km 구간을 통과할 무렵 최민호가 탈진 직전 상황과 허벅지 통증을 겪으면서 위기가 찾아오고 말았다.
▲ 티빙 '두발로 티켓팅' 1회의 한 장면. |
ⓒ 티빙 |
여행 예능의 성패는 현지의 이국적인 풍경, 그리고 출연진의 케미라는 2가지 요소가 좌우하곤 한다. tvN 나영석 PD의 <꽃보다 OO> 시리즈, <윤식당>, 버라이어티 성격이 강했던 <신서유기> <지구오락실> 등 인기 예능 속에는 이러한 내용들이 고르게 담겨져 있었다. 일단 1~2회부터 공개하기 시작한 <두발로 티켓팅> 역시 기대 이상의 케미, 뉴질랜드라는 배경만으로도 확실한 눈도장을 받을 만했다.
영화 속 이미지와는 다르게 평소 수다 많고 능청스러운 하정우+주지훈의 선배들과 수많은 관찰 카메라를 이미 겪어 본 최민호+여진구라는 조금은 낯선 조합은 빠르게 화학반응을 일으키듯 하나가 되어 여행에 나섰다. 특히 난감한 상황을 맞이할 때 입버릇처럼 외치는 하정우의 "오...맘마미아" 한마디는 어느새 이 프로그램 속 묘한 중독성을 불러 일으키는 BGM 같은 요소로 자리 잡았다.
유명 스타들의 출연이다 보니 편안한 여건의 여행이 되는 게 아닌가 라는 걱정 아닌 걱정도 있었지만 과감히 출연진을 낙오(?)시키고 자전거 타고 오게 만드는 제작진의 과감함은 첫회부터 흥미진진한 재미와 볼거리를 OTT 시청자들에게 안겨준다. 다소 무리가 될 수 있겠다는 우려감이 들긴 했지만 고단한 하루를 경험하면서 좀 더 서로 친밀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해준다.
향후 벌어질 일들을 조금씩 영상으로 미리 보여주면서 쉐프급 요리 실력을 자랑하는 주지훈의 향후 활약상도 기대하게 만들었다. 예능 능숙자와 초보자들의 고른 구성과 더불어 뉴질랜드라는 '치트키' 수준의 빼어난 배경을 등에 업고 <두발로 티켓팅>는 연애 예능만 범람하는 OTT 환경에서 여행 예능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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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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