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만큼 했다. 이제 제사는 그만”… 남편의 결심 [사연뉴스]
명절이 다가오면 반복되는 논란거리가 있습니다. 바로 ‘제사 스트레스’입니다. 최근에는 이에 반발해 전통에서 탈주하는 흐름이 점차 거세지는 듯합니다. 설 연휴를 맞아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 규모가 지난해 대비 13배 넘게 증가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고민 끝에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했다는 사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제사를 그만둡니다’라는 제목의 사연이 올라왔습니다. 이 사연을 전한 A씨는 스스로를 “조상을 각별히 생각하는 집안도 아니고 그런 환경도 아닌 그저 그런 남자”라고 소개했습니다.
A씨는 아내 B씨가 결혼생활 15년간 군말 없이 매년 3번의 제사와 차례를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던 중 이번에는 A씨가 문득 “할 만큼 한 것 같다. 이제 그만하자”라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고 합니다. A씨는 “좋아할 줄 알았더니 뭔가 허전해하며 당황하더라”고 아내의 반응을 전했습니다.
A씨는 “15년이 흐른 뒤에야 그 끝마침을 제 입으로 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A씨는 아내에 대해 고마움을 곡진히 표현했습니다. 그는 “그동안 제사 준비하느라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았을 텐데, 아무 말 없이 명절과 제사 때마다 분주히 준비하는 모습에 늘 고마웠다”며 “15년이면 짧은 시간도 아니고 딱히 기억도 없는 분들을 위해 최소한의 예의와 도리를 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오붓하지만 푸짐했던 제사상이 이제 더 이상 없다. 당장 내일부터 뭘 준비할지 고민에 빠진 아내가 배시시 웃는다”며 “내일이면 제사 음식 장을 봐야 하는데 딱히 할 게 없다고 책임을 지라고 눈을 흘긴다”고 전했습니다.
A씨는 이날 아내가 좋아하는 메뉴로 외식을 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아이도 함께 데리고 말이죠. 그는 “다음 명절엔 여행을 준비해야겠다”며 “가까운 국내부터 천천히 돌아보고 5년 뒤에는 유럽여행을 가자는 약속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A씨는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게 맞다 틀리다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우리 삶에 필요한 예식은 맞기에 가볍게 덕담을 나누며 예를 갖추는 형식은 이어가려고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15년간 묵묵히 저의 트라우마를 극복해주기 위해 제사를 치러낸 아내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려고 한다”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이 사연에는 많은 공감이 뒤따랐습니다. 여러 누리꾼은 “어찌 보면 제사가 진짜 허례허식 같다” “조상 덕 본 자손은 다 해외여행 갔다” “격식 따지지 않고 생전 좋아하는 음식 꺼내놓고 간단히 절만 한다. 이제야 모두 만족한다”고 반응했습니다.
“살아 있을 때 잘해야지 돌아가신 뒤에 진수성찬 차리면 뭐하나” “15년이면 할 만큼 하신 것 같다” “결국 산 사람 마음 편해지자고 하는 것 같다”는 등의 호응도 이어졌습니다.
다만 “제사의 의미를 어디 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며 “거창하게 격식을 차리려고 하는 탓에 부담스럽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라는 다른 의견도 있었습니다. 일부는 “왜 나라 전통을 다 없애려 하나. 줄여나가되 지키는 게 맞는 것 아닌가”라고 제사 문화 자체가 없어지는 것에는 반대 입장을 표시했습니다.
명절마다 제사 스트레스로 불화에 시달리는 가정이 많은 점을 생각하면 이 같은 변화를 이해 못 할 바도 아닌 듯합니다. ‘제사를 그만둔다’는 사연에 호응하는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보면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는 실감이 납니다. 그와 동시에 급변하는 세태 속에 명절의 의미가 본뜻을 잃고 퇴색하는 건 아닐까 우려하는 시선도 무시할 순 없을 겁니다.
한 누리꾼은 ‘죽은 사람 그만 위하고, 산 사람부터 챙기게’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정답은 이처럼 무심코 나오는 사람들의 생각 속에 이미 담겨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사를 지내든 지내지 않든 산 사람이 불행해지는 상황에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 말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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