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 거둔 롯데의 변화... 올핸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까
[유준상 기자]
지난 시즌을 앞두고 롯데 자이언츠의 홈 구장인 부산 사직야구장은 대대적인 변화를 거쳤다. 홈플레이트를 본부석 쪽으로 당기면서 홈플레이트~외야 펜스까지의 거리가 늘어났다. 여기에 4.8m였던 외야 펜스 높이는 6m까지 높아졌다.
투수들에게 좀 더 유리한 구장으로 탈바꿈한 만큼 타자들에게는 홈런을 생산하기 어려운 구장이 됐다. 이는 기록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롯데의 피홈런 개수는 2021년 72개(최다 2위)→지난해 44개(최소 3위)로 대폭 감소했다.
▲ 지난해 7월 23일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린 부산 사직야구장 |
ⓒ 롯데 자이언츠 |
홈런을 덜 맞은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롯데의 홈 경기 피장타율은 2021년 0.422(최하위)→지난해 0.405(9위)로 여전히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최근 두 시즌 모두 피장타율이 0.4 이상이었던 팀은 롯데가 유일하다.
원인을 크게 두 가지에서 찾을 수 있다. 첫 번째는 홈런 이외의 장타가 늘어난 점이다. 지난해(130개)에 이어 리그에서 가장 많은 2루타(141개)를 내줬고, 전년대비 정확히 2배 증가한 3루타 개수는 14개(최다 2위)였다.
홈런이 될 타구가 펜스를 직격하고 2루타 또는 3루타로 연결됐다고 볼 수도 있고, 혹은 안정적이지 못했던 외야진의 상황도 생각해봐야 한다. 시즌 도중 DJ 피터스에서 잭 렉스로 외국인 타자를 한 차례 교체했고, 황성빈과 고승민 등 새로운 얼굴에게 많은 기회가 돌아간 시즌이었다. 황성빈의 경우 691⅔이닝 동안 실책 7개를 범하며 1군 적응기가 다소 험난했다.
두 번째는 구장이 바뀐 것에 대한 이점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투수들의 잘못이다. 구단의 노력에 비해서 눈에 띄는 결과물을 만들지 못했다. 볼넷 272개(최다 4위), 몸에 맞는 볼 45개(최다 2위), 이닝당 출루허용률 1.56(최하위), 피출루율 0.363(최하위) 등 모든 게 나빴다.
▲ 올겨울 롯데가 영입한 외부 FA 3인방, (왼쪽부터) 유강남-노진혁-한현희 |
ⓒ 롯데 자이언츠 |
다양한 시도에도 한계를 체감한 롯데는 결국 과감하게 지갑을 열었다. 지난해 10월 투수 박세웅(5년 총액 90억)의 비FA 다년계약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그 이후 외부 FA(자유계약선수) 포수 유강남(4년 총액 80억), 내야수 노진혁(4년 총액 50억), 투수 한현희(3+1년 최대 40억)를 차례로 품었다.
롯데 이전까지 외부 FA 3명을 모두 영입한 사례는 2015년 한화 이글스(권혁, 송은범, 배영수)와 kt 위즈(박경수, 박기혁, 김사율), 올해 한화(채은성, 이태양, 오선진)까지 총 세 번이었다. 다만 총액만 놓고 보면 이전 사례보다 롯데(170억 원)가 더 많고, 박세웅의 계약까지 포함하면 올겨울에만 롯데가 쏟아부은 금액은 260억 원에 달한다.
주전 포수로 활약하던 강민호(삼성 라이온즈)가 FA로 팀을 떠나고 한동안 '포수난'에 시달린 롯데는 리그 최고의 포수 중 한 명인 유강남에게 중책을 맡길 수 있게 됐다. 공격력뿐만 아니라 수준급 프레이밍 등 수비에서도 유강남의 진가가 발휘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수비에서 왼쪽 내야(3루, 유격수)를 소화할 수 있는 노진혁이 합류한 것도 수비 강화를 원했던 롯데에게 큰 보탬이 됐다.
의문부호가 남아있는 한현희의 가세는 선수 본인과 기존에 있던 투수들에게 분발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게 롯데의 생각이다. 아직 4~5선발 주인공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박세웅을 제외한 투수들이 다음 달부터 열리는 스프링캠프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FA 선수 이외에도 방출선수를 6명이나 영입했고, 두산 베어스에서 외야수로 뛰었던 안권수도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이 정도면 구단은 할 수 있는 것을 다했다. 팀의 특성에 맞춰서 구장의 환경에 변화를 주었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영입까지 진행했다. 이제는 그 결실을 맺을 시간이다. 선수들이 결과물로 보여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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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록 출처=스탯티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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