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날엔]진박감별사 불씨는 朴 “진실한 사람”
총선 앞두고 “진실한 사람 선택을 부탁”
20대 총선 새누리당 패배 이어진 내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편집자주 -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2015년 11월10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전한 메시지다. ‘진실한 사람’은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당시 여의도 정가가 술렁였던 이유는 발언의 의미와 맥락을 둘러싼 다양한 해석 때문이다.
2015년 11월은 2016년 4월 총선을 5개월 앞둔 시점이다. 여야의 총선 공천 경쟁이 달아오르는 시기, 이른바 ‘진실한 사람’ 발언이 대통령 입에서 나왔다. 대통령 발언의 무게를 고려할 때 파장이 만만치 않았다.
야당에서는 야당 의원을 떨어뜨려 달라는 얘기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발언의 맥락 때문이다. 노동 개혁과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국회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진실한 사람 발언이 나왔다.
흥미로운 지점은 여당인 새누리당에도 미묘한 파장이 일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은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와 내각에서 요직을 경험한 이들이 후보로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었다.
진실한 사람 발언을 친박(친박근혜)계 가운데 진실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뽑아 달라는 메시지로 해석하는 시선도 있었다. 대구·경북(TK) 물갈이론에 박근혜 대통령이 힘을 실었다는 시선이다.
진실한 사람은 한동안 여의도 정가의 관심 키워드였다. 2016년 제20대 총선 판도를 갈랐던 ‘진박감별사’ 논란의 기원을 놓고 여러 해석이 있지만, 2015년 11월10일 박근혜 대통령 메시지에 주목하는 이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조원진 의원의 발언을 기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조원진 의원은 2015년 12월19일 대구 동구을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던 이재만 전 동구청장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다.
조원진 의원은 “모두가 대통령과의 친분을 얘기하며 친박이라고 주장하는데 진실한 사람이 누구인지 헷갈린다”면서 “제가 가는 곳은 모두 진실한 사람이 있는 곳이다”라고 주장했다.
친박 정치인인 조원진 의원의 당시 발언이 이른바 진박감별사 논란의 시작일까. 조원진 의원의 메시지는 박근혜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이 나온 지 한 달 지난 시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1월에 “진실한 사람 선택을” 언급했고, 조원진 의원은 12월에 “제가 가는 곳은 모두 진실한 사람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조원진 의원의 메시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이어받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진박감별사 논란이 증폭된 또 다른 이유는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과도 관련이 있다. 친박 실세였던 최경환 의원이 격려 방문을 한 후보가 진박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친박 중에서도 진짜 친박인 진박이 누구인지를 놓고 감별사 논란이 벌어지자 야당은 표정 관리에 나섰다.
여당 내분의 전주곡으로 인식했다. 친박 중에서도 진짜 친박을 가려내겠다는 작업은 결국 제20대 총선 판도를 흔들었다. 새누리당은 질 수 없는 선거에서 결과적으로 패했다. 특히 수도권 패배가 뼈아팠다.
당시 민심은 진박감별사 논란으로 내분에 빠진 새누리당보다는 견제론을 내세운 더불어민주당 손을 들어줬다. 민주당은 정치 본거지인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일격을 당하면서 참패를 했지만, 수도권 압승을 토대로 원내 제1당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민주당은 123석으로 제1당, 새누리당은 122석으로 제2당이 됐다. 단 한 석 차이였지만 원내 제1당을 내줬다는 충격파는 새누리당을 혼돈의 늪으로 인도했다.
2016년 4월 제20대 총선이 있은 지 8개월 후인 12월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당했다. 민주당이 탄핵을 주도했지만, 새누리당 의원 중 상당수도 탄핵에 손을 들었다. 탄핵 찬성 의원 가운데 진박이 아닌 사람으로 낙인찍힌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한국 정치의 역사를 바꿔 놓은 2016년 12월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진박 감별사 논란이 그런 나비효과를 만들어낼 것인지 예상한 이는 얼마나 될까. 작은 사건이 거대한 변화를 추동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정치인들은 간과할 때가 많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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