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조카의 눈을 피하게 되는 이모·삼촌이라면 [이생안망]

한성주 2023. 1. 2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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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입버릇처럼 ‘이생망’을 외치며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는 2030세대. 그러나 사람의 일생을 하루로 환산하면 30세는 고작 오전 8시30분. 점심도 먹기 전에 하루를 망하게 둘 수 없다. 이번 생이 망할 것 같은 순간 꺼내 볼 치트키를 쿠키뉴스 2030 기자들이 모아봤다.

이승렬 디자이너

설날 아침 조카들 눈망울이 기대감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눈을 마주치는 순간 얼떨결에 자리에 앉아 세배를 받는다. 순식간에 어학 시험 3회차 응시료가 사라졌다. 사회 초년생은 어른들 중에선 레벨이 가장 낮지만, 조카들 눈엔 이미 지갑 사정이 넉넉해 보이는 자립한 어른이다. 세배 받을 때마다 세뱃돈을 얼마나 줘야 할지 난감한 2030 이모 삼촌들을 위해 세배 교통정리를 해봤다.

세뱃돈 줄까 말까

이모, 삼촌에게는 세배를 받거나 피할 핑계가 모두 있다. 전통이나 가풍을 강조하며 지갑 형편에 따라 전략을 세워야 한다. 세뱃돈의 의미는 ‘설날에 손윗사람이 손아랫사람에게 세배받고, 덕담과 함께 주는 돈’으로 좁게 정의하는 것이 전제다. 세배하지 않고 주는 용돈은 논외다.

만약 세배 받고 싶지 않으면 전통을 강조하자. 전통에 따르면 세배는 집안 최고 어르신만 받는 것이다. 3대가 모였다면 부모님과 내가 조부모님께 차례로 세배한다. 조부모님이 부모님과 내게 덕담과 세뱃돈을 주면, 그것으로 전통 세배는 끝이다. 이모와 삼촌이 조카에게 세배를 받는 것은 상당히 어색한 모습이다. 선조들의 예를 실천하며 지갑을 지키자.

세배 받고 싶으면 가풍을 내세우자. 세배와 같은 세시풍속은 집마다 고유한 문화를 반영해 달라지기 마련이다. 조선시대에도 조부모님께 세배를 마친 뒤 조부모님 눈에 띄지 않는 방에서 부모님이 자식에게 세배를 받는 경우가 있었다. 조카에게 세배를 받아도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라면, 얼마든지 가족의 관습을 따라도 좋다.

세뱃돈 얼마나 줄까

조카를 향한 사랑은 무한하지만, 이모 삼촌들의 잔고는 유한하다. 세뱃돈의 취지와 여론을 참고하면 마음을 표현하기 적당한 금액을 정할 수 있다. 무한한 사랑을 돈으로 마음껏 표현하려다가 공권력이 정한 상한선과 맞닥뜨릴 수 있으니 주의하자.

세뱃돈의 취지를 살리려면 학생들에게 필요한 책값이나 필기도구값을 주면 된다. 과거 선조들은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건넬 때 봉투에 ‘붓값’, ‘책값’ 등을 적었다. 이에 따르면 올해 고3이 된 조카에게는 11만1800원 정도가 적당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 공식 연계교재인 EBS 수능특강과 수능완성의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탐구과목 16권 정가를 모두 더한 값이다. 조카가 제2외국어나 한문 영역도 응시할 예정이라면 5300원을 더 줘도 좋다. 

대세를 따르려면 5만원권 한 장을 준비하자. 최근 성인 남녀 604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적당한 세뱃돈 금액을 묻자, 응답자 대부분이 5만원을 꼽았다. 20대(47%)부터 60대(41%)까지 모든 연령대가 예외 없이 40% 이상의 비율로 5만원이 적당하다고 답했다. 조카들 연령대가 다양하면 1만원권도 준비하자. 세뱃돈 적정 금액을 나이에 따라 세분화한 여론조사에서는 미취학 아동 및 초등학생은 1만원, 중고등학생은 5만원이 적당한 금액으로 꼽혔다. 대학생은 5만원과 10만원이 비슷한 응답률을 보였다.

본인이 어린 시절 받은 세뱃돈 금액을 참고해도 좋다. 평화로웠던 과거 설날과 달리, 이번 설날은 팬데믹과 전쟁으로 화폐 가치가 크게 흔들렸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통계청 ‘CPI 소비자물가지수’ 홈페이지에서 과거 화폐 가치에 소비자물가지수 변화를 반영해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계산기를 활용할 수 있다. 계산해보면 16년 전인 2007년, 초등학생이었던 내가 고모에게 받은 세뱃돈 10만원의 가치는 현재 13만8100원이다.

통 크게 쏘고 싶다면 상한선이 1000만원이란 걸 기억하자.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6촌 이내 혈족과 4촌 이내 인척에게 10년 동안 비과세로 증여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다. 1000만원이 넘어가면 과세표준에 따라 10% 이상의 증여세를 물게 된다. 법률은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축하금과 부의금 등을 비과세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네자릿수 세뱃돈을 받는 조카는 사회 통념상 비자금 은닉처로 간주될 수 있으니 주의하자.

상한선을 넘어서는 조카 사랑은 국세청과 상의하자. 과세 대상임에도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으면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 단순 과실로 신고하지 않았으면 20%, 악의적인 술수를 동원해 증여를 감췄다면 40%까지 가산세율이 적용된다. 조세 정의 앞에 ‘내야 하는지 몰랐다’는 항변은 인용되지 않는다.

세배 몇 살까지 해도 될까

지금도 세배를 하고 싶은 이모 삼촌들도 적지 않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당당히 세배를 하면 된다. 세배를 할 수 있는 사람의 기준은 정해진 것이 없다. 조선시대에도 연령이나 혼인 여부와 관계 없이 세배를 했다. 세배를 할 수 없는 시점은 집안 최고 어르신이 되어 더는 세배할 웃어른이 없는 때이지 않을까.

취재 도움=이대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김종필 세무사김종필사무소 대표, SK커뮤니케이션즈 여론조사, 잡코리아·알바몬 여론조사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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