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의 위기 탈출과 전화위복을 위한 3가지 비단 주머니 [배종찬의 정치빅데이터]
대통령실과 갈등 파장 이후 국민의힘 지지층 지지율 하락세
윤심, 당심, 민심을 관통하는 태도 변화 있어야 전화위복 가능
오는 3월로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 대회가 후보자 등록도 하기 전에 심각하게 격화되고 있다.
정당의 행사 중 가장 큰 잔치가 되어야 할 전당 대회가 시간이 지나면서 더 격화되는 밑바탕에 윤심과 공천권이 있다. 윤심은 윤 대통령의 마음이다. 새 당 대표가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어야 하다는 의미다. 대통령과 당 대표 모두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집권 여당의 대표는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하기 위한 조력자 역할이다. 얼마나 잘 대통령과 손발을 맞추는 후보인지 여부는 오롯이 당원들이 손에 달려있다.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를 밀어 주는 ‘보이지 않는 손’은 오늘날 대중 정당 정치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김기현 의원이 장제원 의원과 연대한 기본적인 이유는 ‘윤심’을 잘 반영하는 후보로서의 장점을 극대화해서 당원들에게 긍정적으로 전달하려는 전략이다. 개인적인 친소 관계만 따지고 보면 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대통령과 더 가까울 수도 있고 대선 후보 단일화로 손을 잡은 안철수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권 창출 최대 협력 파트너인 자신을 ‘연대 보증인’으로 인식할 것을 굳게 믿고 있다. 따지고 보면 ‘윤심 쟁탈전’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더라도 이번 전당 대회 당 대표 선거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 버렸다.
나경원 전 의원은 출마 선언 이전에 윤심을 확인하거나 가능하다면 확보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 지난 12일 이후 첨예한 갈등을 빚고 난 이후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전 의원의 존재감은 더욱 축소되고 있는 상태이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의 의뢰를 받아 지난 16~17일 실시한 조사(전국 1202명 유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 전체 95% 신뢰수준±2.8%P 국민의힘 지지층 95% 신뢰수준±4.3%P 응답률 3.2%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차기 국민의힘 당 대표로 누구를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국민의힘 지지층(520명)에서 김기현 의원이 40.3%로 가장 높았다. 나경원 전 의원은 25.3%, 안철수 의원 17.2%, 유승민 전 의원 8.1%로 나타났다. 김기현 의원이 나 전 의원보다 15%포인트 더 높은 결과다.
나경원 전 의원과 대통령실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거취관련 갈등을 빚었던 지난 12일이 변곡점이 되었다. 그 이전까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선두를 달렸었고 김기현 의원은 3위 정도 선에 머물렀었는데 ‘나대파장(나경원 전 의원과 대통령실 사이의 갈등이 일파만파 확대되는 파장)’이 더욱 확산되는 위기에 처해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지금이 자신의 정치 인생에서 최대 위기 국면이다.
출마 여부와 상관없이 나 전 의원이 현재의 위기 상황을 타파하거나 제대로 다시 자신의 정치적 가치를 세우기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윤석열 대통령과 감성적 긍정 관계 복원’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대통령과 협력은 최우선적 과제다. 그런데 나경원 전 의원은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으면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실제로 ‘나대 파장’ 이후 나 전 의원의 지지율 변화가 가장 큰 조사 응답자층은 대통령 지지층이다. 당 대표 자리에 의향이 있는 후보가 대통령 지지층의 지지를 못 받는 상황이 된다면 치명적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초선 의원들 중심으로 대통령에 대해 나경원 전 의원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고 재선 의원들은 규탄 성명서까지 거론되고 있을 정도다. 나 전 의원의 정치 여정에 당 대표 도전만 있지 않다. 당 대표 출마 여부와 상관없이 대통령과 갈등을 빚는 관계를 다시 정상적인 관계로 복원할 필요가 있고 좋은 방법은 대통령에게 사과하고 자신의 거취에 대해 분명히 하는 일이다.
둘째, 나경원 전 의원의 당심 회복 전략
나 전 의원은 보수 정당의 대표적인 여성 중진 의원이고 지도자다. 그렇다면 당원들로부터 믿음과 지지를 받는 탄탄한 기반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당권 도전 파동을 지켜보면 끈끈하고 폭 넓은 조직과 브레인 참모가 있다는 인식이 들지 않는다. 그동안 숱한 당내외 선거에 도전했지만 ‘희생’과 ‘기여’는 부족했다는 평가일지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남성보다 여성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지지가 상대적으로 적고 60대 이상 연령대를 제외하고 ‘나경원 파괴력’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극히 제한적이다. 최고 학벌과 화려한 스펙은 있을지 몰라도 당원들과 현장 밑바닥에서 함께 공유하는 가치는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당 대표 출마 여부와 상관없이 많은 것을 가졌던 중진 정치인으로 후배들과 나누고 당원들에게 헌신하는 자신의 철학을 공유하는 노력을 시도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청년과 여성 정치인들을 더 배려하고 기회를 제공하는 나경원 브랜드의 당심 얻기 전략은 어떨까.
셋째, 당의 확장성에 보탬이 되는 민심까지 얻는 방법
돌이켜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결정된 이유는 문재인 정권에 등 돌렸던 보수와 보수중도층을 결집했던 때문이다. 국민들에게 나경원 전 의원이 가지고 있는 정치 비전이 무엇인지 그리고 남아 있는 시간 동안의 정치 활동이 어떤 성과와 성취를 위한 것인지 분명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민심은 천심이다. 가장 강력한 무기가 바로 민심이다.
글/배종찬 인사이트케이소장·정치컨설턴트(mikeb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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