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이 최적 경로 찾고, AI가 이동 돕고… 어느새 고향 도착

황인호 2023. 1. 21.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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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는 귀성 풍경
CES 2023이 알려 준 모빌리티 변화


명절이면 고향 부산으로 내려가는 A씨는 이제 ‘귀성길 7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모든 게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차량 범퍼에 숨겨진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의 ‘레이다’와 헤드램프에 장착된 에스오에스랩의 ‘라이다’가 도로교통정보를 수집해 A씨 차량에 최적 경로를 알려준다. 완전 자율주행까지는 아니지만 최대한의 편의도 제공한다.

전장 오디오업체 하만의 차량 내 ‘AI 비서’는 A씨의 몸상태 등을 실시간 확인해 졸음운전 같은 위험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알려준다. 아이들은 차량 유리 대신 부착된 디스플레이를 보면서 게임을 즐긴다. 쉬고 놀며 가다 보니 어느새 고향 집 앞이다. 예상한 7시간보다 시간도 줄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5~8일 열린 CES 2023에 등장한 기술들은 가까운 미래에 이런 ‘귀성 풍경’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번 CES에선 아마존,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보쉬, BMW, 삼성, LG 등 글로벌 기업들이 모빌리티를 주제로 첨단 기술을 내놓았다. 먼 미래가 아니라 2, 3년 뒤의 가까운 미래에 일상에서 실현될 기술·제품·서비스라는 공통점도 드러냈다.

CES 2023에 참여했던 김용환 스마트레이더시스템 대표와 정지성 에스오에스랩 대표 역시 “CES 2022 때에는 저 하늘 너머의 미래, 초혁신적 기술을 다뤘다. 하지만 올해는 현업에서 판매 중인 실용적인 모빌리티가 전시장을 채웠다”고 입을 모았다.

김용환(왼쪽) 스마트레이더시스템 대표와 정지성 에스오에스랩 대표가 지난 17일 경기도 성남시에 자리한 스마트레이더시스템 사무실에서 ‘모빌리티 산업의 흐름과 미래’를 얘기하고 있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 참가했던 두 사람은 “모빌리티 기업들이 예년과 달리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미래에 일상에서 현실화할 실용적인 기술들을 내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상으로 스며든 모빌리티

정 대표는 “지난해였으면 미래 귀성길에 대해 도심항공교통(UAM)을 타고 공항으로 가서 패스트트랙으로 고향에 내려가고, 예약된 자율주행 셔틀로 집에 도착한다고 말했을 것”이라며 미래 모빌리티와 관련해 달라진 산업계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는 “기업들이 당장 적용 가능한 기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에 대해 자율주행 업체만 얘기를 했다. 지금은 완성차 회사들이 이런 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만큼 확장된 것이다. 모빌리티 산업은 더 일상으로 스며드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도 “올해 CES에서 자율주행이라는 말은 상대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는데, 그게 자율주행 시장이 침체됐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레벨 4, 5 등 정도의 문제일 뿐 자율주행은 거스를 수 없는 기본 방향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BMW 회장이 기조연설자로 나서면서 한국에 ‘전격 Z작전’으로 소개된 드라마에 등장하는 말하는 슈퍼카 ‘키트’를 들고 나왔다. 영화에나 등장하던 기술들이 현실에서 구현되는 시대가 왔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차량이 오피스(사무공간)가 되고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되는 건 이미 가능하다. 이뿐 아니라 지금의 레벨에 맞춘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면서 이스라엘 기업이 미국 7개 주에서 시행하고 있는 ‘트래픽 컨트롤 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교통 정체를 없애는 게 목표라는 이 회사는 도로 곳곳에 설치한 CCTV에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의 레이다를 부착해 교통량을 측정한다.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신호 제어권한을 받아 교통량에 따라 신호를 조절한다. 교통량이 늘어 정체가 발생하면 신호를 바꿔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식이다. 김 대표는 “이 시스템을 적용했더니 평균 14분 걸리던 구간이 4.5분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용화, 상용화 성공한 곳만 생존할 것

정 대표는 일상으로 스며든 모빌리티와 관련해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모빌리티 업계가 경기침체를 만나 생존전략으로 ‘실용화’에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했다. 정 대표는 자율주행 라이다의 원조 격인 미국의 ‘벨로다인’이 ‘아우스터’와의 합병으로 CES에 참가하지 않은 점, 얼마 전에 파산한 뒤 인수된 ‘이베오’ 부스가 카페·스낵 코너로 대체된 점 등을 예로 들며 “상용화가 좌절되거나 수익을 내지 못한 기업의 사업·제품은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정 대표는 CES 전시관을 채운 한국 기업이 많아진 건 그만큼 고무적이라고 역설했다. 김 대표도 일정 수준에서 정 대표 의견에 동의했다. 한국의 모빌리티 업계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경쟁력을 키운 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물론 모빌리티 시장의 성장성은 여전히 폭발력을 지니지만 미래는 불안한 편이다. 김 대표는 극복 방안으로 ‘연결’을 꼽았다. 그는 “경쟁력 있는 개별 기업이 모빌리티라는 주제로 힘을 합치면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한다. 이번 CES를 보면 한국 기업이 따로 부스를 차렸던데, 삼삼오오 모여서 부스를 잡으면 라이다든 레이다든 인공지능이든 소프트웨어든 함께 그리는 모빌리티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이미 대만의 경우 폭스콘을 중심으로 ‘MIH(Mobility in Harmony)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전 세계의 자동차 부품·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기업 2574곳을 포함한 MIH는 해마다 시제품을 선보인다. 최근에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자율주행차 플랫폼을 공동 개발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글·사진=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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