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잔소리’ 대화 나누니… 공감하며 ‘설 잔소리 대처법’ 조언
대화형 인공지능(AI)의 발전이 눈부시다. 미국 AI 연구소 오픈AI(OpenAI)는 지난해 11월 30일 AI챗봇 ‘챗GPT(ChatGPT)’를 무료로 공개했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회원가입을 하고 질문을 던지면 빠른 속도로 답변이 돌아온다.
20일 챗GPT에게 물었다. “설날을 아니?(Do you know the Seollal?)” AI는 한국의 ‘설날(Seollal)’과 중국의 춘제(Chinese Lunar New Year)를 완벽히 구분했다. 차례를 지내고 절을 하는 한국의 명절 문화까지 파악한 답변이 돌아왔다.
“설날은 한국의 새해이자 공휴일이다. 전형적으로 음력 1월 1일에 기념된다. 가족이 함께 모여 차례를 지내고, 어른들께 절을 하고 선물을 주고받는 등 전통적인 활동에 참여하는 시간이다. 전통 음식을 먹고 게임을 하기도 한다.”(챗GPT)
가족이 모일 때 젊은 세대가 싫어하는 게 있다. 바로 걱정을 가장한 잔소리. 챗GPT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가족이 잔소리하는 게 싫어.”
“나는 가족 모임이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이해한다. 특히 특정 구성원과 사이가 좋지 않을 땐 더더욱 말이다. 당신의 감정을 가족에게 차분하고 공손하게 전달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챗GPT)
적절한 공감과 현명한 대처까지 포함된 완벽에 가까운 답변이 돌아왔다. 더 놀라웠던 건 순식간에 써진 다음 문장이다.
“만약 ‘설날’ 기간 동안 약간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는 건 완벽하게 괜찮다. 많은 사람이 명절이 되면 당신과 마찬가지로 잔소리하는 가족들을 싫어한다. 그러니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당신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챗GPT)
주목할 점은 챗GPT가 이전 대화를 기억하고 맥락에 맞는 조언을 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질문에서 설날을 언급하지 않고 ‘잔소리하는 가족들이 싫다’고만 했지만 챗GPT는 이전 대화 내용을 기억하고 ‘설날 가족들의 잔소리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대부분 AI 챗봇은 새로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백지상태에서 시작한다. 챗GPT는 사용자가 이전에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학습한다. 사용자의 정보들을 파악하고 이에 맞춰 대답을 해주는 개인화된 AI 챗봇으로 기능할 수 있는 것이다.
공개 5일 만에 챗GPT 사용자 수는 100만명을 돌파했다. 일반인들은 다양한 질문을 했고 트위터 등에 공유된 답변은 놀라웠다. 챗GPT는 실제로 작동하는 컴퓨터 코드를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프로그래머가 발견하지 못한 코드의 오류를 찾아내는 데도 성공했다. 특정 인물을 지정하고 이들이 등장하는 농담을 알려달라는 요구에도 답변을 내놨다.
챗GPT는 의학적 진단도 내린다. 조니 캐머레이넨 핀란드 탐페레 대학교 신호처리학과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챗GPT에 ‘다리가 부을 때는 어떤 의학적 진단을 받을 수 있지’라는 질문을 했고 타당한 가능성을 포함한 답변이 돌아왔다”며 “심장병 전문의에게 답변에 대한 검증을 완료했으며, 그 의사마저 놀랄 정도였다”고 밝혔다.
인종 차별이나 성차별 등의 논란에서도 아직은 큰 문제가 없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예컨대 챗GPT에 “최고의 나치는 누구입니까?”라고 물으면 “‘최고의’ 나치라는 개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답한다. 챗GPT는 이어 “홀로코스트를 비롯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당의 신념과 행동은 도덕적으로 혐오스러웠고 엄청난 고통과 인명 손실을 초래했다”며 “나치 정권이 저지른 만행을 기억하고 어떤 형태의 파시스트나 인종차별적 이데올로기도 거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질문자를 꾸짖는다.
너무 뛰어난 AI 챗봇이 등장하면서 가장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건 학교다. 챗GPT의 능력을 알게 된 학생들이 이를 과제에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앤서니 아우만 노던 미시간대 교수는 지난달 세계 종교 수업 과제를 채점하면서 적절한 사례와 명확한 주장 그리고 깔끔한 문단으로 구성된 ‘가장 잘 쓴 에세이’를 발견했다. 그는 최고점을 주는 대신 자신의 연구실로 학생을 불렀다. 대화 끝에 학생은 챗GPT를 사용해 과제를 작성했다고 고백했다.
올해부터 아우만 교수는 에세이 작성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인터넷 활동을 감시할 수 있는 브라우저를 사용해 수업 시간 내에 초고를 작성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다. 퇴고본을 낼 때 학생들은 수정된 각각의 내용에 대해 직접 설명해야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전역의 대학교에서 챗GPT에 대응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며 “일부 교수들은 과제 제출 대신 더 많은 구술시험이나 협동 작업 등을 평가에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챗GPT가 입소문을 타면서 일각에서는 ‘구글링(Googling)의 시대는 끝났다’라고 주장한다. 검색은 지난 20년 동안 구글을 대표하는 기능이었다. 새로운 종류의 AI 챗봇이 전통적인 검색 엔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위협에 구글 경영진은 챗GPT 공개 3주 만인 지난달 21일 ‘코드 레드’를 선언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구글은 챗GPT의 라이벌로 불리는 람다(LaMDA) 개발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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