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수사, 문정부가 뭉갰나
못잡게 방해해서 이제야 정상화"
박지원 "재임 시절 간첩 조직
고발해 구속되고 재판 진행 중"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공안당국 수사가 본궤도에 올랐다.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들이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정황이 파악된 만큼, 노동활동을 명분삼아 국내에서 반정부 활동을 벌였을 수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관련 의혹에 대한 내사가 진행돼온 것으로 확인돼, 임기 내 대북성과에 올인했던 문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공안당국에 따르면, 국보법 위반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은 현재까지 4명이다.
민주노총 조직국장 A씨를 비롯해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산업노조 조직실장 B씨 △금속노조 출신인 제주도 평화쉼터 운영위원장 C씨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소속으로 과거 금속노조 부위원장을 지낸 D씨 등은 해외에서 북한 대남 공작부서인 노동당 문화교류국 인사와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국가정보원은 지난 18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다.
국정원은 민주노총 관련 인사들과 북한 공작원 사이의 '연결고리'가 확인된 만큼, 민주노총 활동에 북한 입김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민주노총은 주요 계기마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 윤석열 대통령 규탄 활동 등을 벌여왔다.
민주노총 관련 의혹과 별개로 공안당국은 제주 지역 진보인사들이 조직한 것으로 알려진 'ㅎㄱㅎ'과 경남 창원을 중심으로 활동반경을 넓혀온 '자주통일 민중전위'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면 위로 드러난 관련 사건은 문 정부 시절부터 내사가 이뤄졌지만, 당시엔 정식 수사가 승인되지 않아 '지연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여권 주장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서훈 (당시) 국정원장이 남북관계에 영향을 준다며 간첩단 수사를 요청했던 실무진 수사를 막았다고 한다"며 "국가 안보 최전선에서 정보사령탑이자, 대공업무 총책임자로서 있을 수 없는 국가 자해행위를 저지른 것"고 말했다.
성 정책위의장은 "그동안 민주노총을 비롯해 북한과 연루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세력들은 주한미군 철수, 사드배치 철회, F-35 도입 반대, 한미동맹 철폐까지 주장했다"며 "북한 주장과 한 글자도 다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남긴 글에서 "문 정부가 잡았어야 할 간첩들을 (문 정부가) 못 잡게 방해해서 이제야 간첩수사가 정상화 되고 있다"며 "이미 터졌어야 할, 문 정권이 억지로 막아온 간첩 사건들이 터져 나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 의원은 "문 정부 마지막 해에 발표된 청주 간첩단 사건을 포함해 이번 간첩단 사건들 모두 문 정부 때 내사하던 것들"이라면서도 "문 정부는 이 간첩 사건들에 대한 정식 수사를 승인해주지 않았다. 청주 간첩단 사건 하나만 미루고 미루다 문 정부 마지막 해에 허용해줬다. 간첩 사건 수사를 모두 막아버리면 정권 교체 후 직무유기 시비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 정부 마지막 국정원장을 지낸 박지원 전 원장은 이날 'YTN 뉴스킹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자신의 재임 시절 "간첩 두 조직을 고발해 (관련 인원이) 구속되고 재판을 받고 있다"며 "지금 윤석열 정권이 5년 8개월 됐는가. 8개월 동안에 그 간첩이 나왔는가. 그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에 드러난 간첩 사건들이 문 정부 시절부터 이어져온 의혹이라는 점을 에둘러 강조한 모양새다. 이는 문 정부에서도 간첩 수사가 이뤄졌다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박 전 원장은 "문 정부 당시에는 코로나19로 약 3년간 국경이 봉쇄되고 해외여행을 하지 않았다"며 "접선이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이뤄져 제가 (국정)원장 할 때 계속 보고를 받았다"고도 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관련 인사들은 △2016년 8월 △2017년 9월 △2019년 8월에 각각 북측 공작원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국정원이 관련 정황을 주시해왔다는 박 전 원장 주장과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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