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일 기자의 미션 라떼] 한국교회, 개혁의 모멘텀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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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가톨릭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유럽에서 지도력의 위기를 맞았다.
우리나라 민주화 여정에 가톨릭교회가 기여한 변곡점도 바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였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결단이 없었다면 과연 지금의 가톨릭교회가 있을 수 있을까.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개혁의 모멘텀으로 삼았던 가톨릭교회가 '각자의 신앙을 성찰했던' 데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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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가톨릭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유럽에서 지도력의 위기를 맞았다. 나치 독일에 침묵했던 추한 과거가 발목을 잡은 것이었다. 이는 일제강점기 아래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우리나라 가톨릭교회를 담당했던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뮈텔 주교는 대한제국과의 관계를 단절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국이 일본의 지배를 받는 게 오히려 교회와 프랑스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독립운동사에 가톨릭교회가 조직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민중과 벗하고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던 핍박의 종교로 기억하는 이들의 수가 적지 않다. 왜일까. 가톨릭교회의 권위를 내려놓고 교인의 삶으로 들어가기 위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로마가톨릭의 역사를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과 이후로 구분하는 이들이 상당하다. 1962년부터 4년 동안 로마에서 진행된 공의회는 가톨릭교회의 썩은 부분을 들춰내 도려내는 대수술과도 같은 격변을 불러왔다.
이때까지 라틴어로만 진행되던 미사는 각 나라 언어로 진행됐다. 신자들을 등지고 미사를 집전하던 신부들은 신자를, 그리고 세상을 향해 몸을 돌려 세웠다. 세속 권력의 족쇄에 작별을 고했으며 교황의 위치를 권력의 정점에서 사제 본연의 위치로 회복시켰다.
무엇보다 각자의 신앙을 성찰했고 가톨릭교회는 점차 새로워졌으며 세상 속에서 교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발점이 됐다. 교회가 교회다워지기 위한 고민을 전 세계 가톨릭교회가 동시에 시작한 셈이다. 우리나라 민주화 여정에 가톨릭교회가 기여한 변곡점도 바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였다.
김경집은 자신의 책 ‘진격의 10년, 1960년대 비틀스에서 68혁명까지 김경집의 현대사 강의’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이렇게 평했다. “세상에서 가장 보수적인 집단인 가톨릭교회가 스스로 선택한 혁명이었다는 점에서 1960년대의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결단이 없었다면 과연 지금의 가톨릭교회가 있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 속에 한국 개신교의 현주소가 놓여 있다. 우리는 세상 속으로 향하고 있는지, 사랑받고 있는지, 민중에게 필요한 종교인지 묻지만 돌아오는 답은 공허하다.
코로나19를 지나며 한국교회는 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온라인 환경에 적응한 교인들이 교회로 돌아오지 않는 것도 고민이지만 무엇보다 신뢰를 잃은 교회의 현실이 초라하다. 신도시에 십자가만 걸면 부흥하던 시대의 영웅담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런 시대는 다시는 오지 않는다. 인구는 줄고 있고 한번 떨어진 신뢰를 끌어 올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K드라마의 빌런들이 이 모양, 저 모양으로 교회와 목사와 관련돼 등장하는 건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교회는 갈림길에 섰다. 이대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회복한 뒤 반등할 것인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개혁의 모멘텀으로 삼았던 가톨릭교회가 ‘각자의 신앙을 성찰했던’ 데 주목해야 한다. 내가 변하지 않고 남이 먼저 변하길 바라는 건 과욕이다.
“너희는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져 가는 구습을 따르는 옛 사람을 벗어 버리고.”(엡 4:22) 성경은 구습을 벗으라고 말한다. 교회가 갈 길은 정해졌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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