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 색깔만 봐도 고수인지 안다

2023. 1. 20.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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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권의 감성골프]

“저는 이 브랜드 컬러 공을 가장 좋아해요. 마음이 차분해지고 나를 치유하는 것 같아요. 코스에서 잃어버릴까 무난한 홀에서만 사용하죠.”

동반자에게 컬러 공을 선물하자 반색하며 연신 고마워했다. 그는 유명 브랜드 연두색 골프 공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특히 표면을 감광 처리한 공을 최고로 꼽았다.

골프 스윙만큼이나 골프 공 색상에 대한 선호도 다양하다. 낮과 밤, 남녀, 연령대, 그리고 날씨와 계절에 따라 선호하는 색상이 다르다.

흰색은 표준 색상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골퍼들이 많이 사용한다. 캐디들도 누구나 찾기 좋다고 말하고 필기도구로 공에 표시하면 때깔도 잘나온다. 구력자나 고수들은 전통적으로 흰색 공을 고수하고 선물용으로 무난하다.

형광 노란색은 보통 노란색과는 조금 다른데 사람에 따라서는 연두색 느낌이 난다고도 말한다. 사실 시인성(視認性)이 가장 좋은 공은 이 색깔이다. 시인성은 모양이나 색이 눈에 쉽게 띄는 성질을 말한다.

밤은 물론 낮에도 잘 보이고 멀리서도 공이 실제보다 크게 보이는 착시효과도 작용한다. 자주 사용하다 보면 질리기도 하지만 컬러 색상 중에 가장 선호된다.

형광 오렌지 공은 잘 보이면서 필드에서 유니크한 멋이 있다. 형광 노란색에 지루함을 느끼면 종종 형광 오렌지로 바꾸기도 한다.

컬러 공을 사용하는 이유는 멋보다는 페어웨이에서 자기 공을 빨리 식별하기 위한 것이기에 너무 자주 색깔을 바꾸면 곤란하다. 캐디는 물론이고 동반자들도 헷갈린다.

핑크 혹은 핫 핑크는 역시 유니크한 멋이 있어 여성 골퍼들이 좋아하는 색상이다. 핑크색 공도 러블리 핑크, 핫 핑크, 진한 형광 핑크 등 공을 만드는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온다.

연한 핑크는 페어웨이 잔디 멀리서 잘 안보이지 않아 캐디들이 꺼린다. 밤에는 식별하기 더 어렵다.

경험상 동반자나 캐디들이 기피하는 색상은 파랑, 보라, 얼룩무늬 등이다. 파랑과 보라, 녹색은 필드에서 무척 찾기 어려워 진행에도 영향을 미친다. 색깔에 대한 호감도 떨어지는 편이다.

흰 공에 얼룩 문양을 넣는 경우도 있는데 약간 혼란스럽다. 특이한 색상이나 문양은 관상용으로 보관하든지 집이나 사무실에서 퍼트 연습용으로 사용한다.

형광 색 공이 그냥 컬러 공보다 눈에 잘 띈다고 한다. 형광 색이 자외선을 흡수해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으로 변환해서 방출하기 때문이다.

형광 색소는 빛에서 흡수한 에너지(자외선)를 파장이 더 긴 가시광선 형태로 바꾼다는 것. 그냥 연두색보다 형광 연두색이 더 잘 보인다.

형광 색 가운데 노란 형광 색이 가장 눈에 잘 들어온다고 한다. 자연 일광에서 반사가 잘되는 계열은 노랑~연두 사이 색깔이다.

이에 따라 같은 형광이라도 연두색에 가까운 노란색 반사가 두드러진다. 반대로 파란색이나 보라색이 잘 보이지 않는 이유도 바로 파장 때문이다.

그린이나 페어웨이 잔디 색깔이 연두색~녹색이기에 녹색 형광 볼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래도 형광 볼은 인공적인 녹색이어서 잔디를 배경으로도 빨강 파랑 보라에 비해서는 잘 보인다.

“오렌지, 핑크가 잘 안보여요. 흰색 공이 제일 좋아요.” 캐디에게 물어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답변이다. 캐디들은 습관 때문인지 녹색 잔디에서 흰색 공을 가장 쉽게 찾는다고 한다.

캐디는 물론 골퍼들도 간혹 같은 색깔을 다르게 표현한다. 연두색 공을 노란색으로 말하는 캐디도 있어 헷갈린다.

드물지만 핫 핑크나 오렌지까지 빨간색으로 표현한다. 경계에 놓인 색깔이 많아 캐디마다 인식에 약간 오차가 있다.

종합하면 흰색은 대체로 잘 보여 무난하다. 흰색보다 잘 보이는 공은 형광 노랑과 형광 연두 정도이다. 색깔이 좀더 진하거나 붉은 색 계열로 가면 흰색보다 눈에 덜 띈다.

캐디들은 특히 깊은 러프나 낙엽이 깔린 OB구역에선 흰색이 단연 잘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핑크, 빨강, 보라, 파랑은 잘 보이지 않아 골퍼들에게 가능하면 다른 공을 사용하도록 양해를 구한다.

핸디캡에 따라 선호 색상이 다르다는 이야기도 있다. 주로 고수는 흰색을 고집한다. 구력 10년 이상인 고수는 대체로 흰 공을 쓴다.

흰색 자체가 잘 보이고 깔끔해서다 무채색이 풍기는 품위도 있다. 같은 흰 공을 써도 자기 공이 어디에 있는지 안다는 자신감의 발로라고 말할 수 있다.

백돌이 초보 골퍼일수록 대체로 컬러 볼을 쓴다. 공을 잃어버려도 찾기 쉽고 페어웨이에서 동반자 가운데 공을 빨리 식별해 진행을 원활하게 한다.

정신없이 진행하다 보면 남의 공을 치는 우를 예방하는 조치이다. 김은숙 던롭스포츠코리아 과장에 따르면 이외에도 젊은 층과 여성 위주로 컬러 골프 공 시장이 지속적으로 창출된다고 설명한다.

야간에는 낮보다 빛의 양이 적어 역시 흰색과 노란 형광 색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붉은색 계열일수록 잘 보이지 않는다.

잔디가 누렇게 변하고 눈이 내린 겨울 골프에선 흰색 공은 비추다. 그렇다고 빨강 골프 공을 쓸 이유도 없고 오히려 녹색 형광 공을 사용할 것을 캐디들은 추천한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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