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박사’ 손민정 교수 “문화적 기억 녹아들어···광풍 식지 않는다”
손민정 한국교원대 음악교육과 교수는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트로트를 주제로 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일명 ‘트로트 박사’다. 2009년 박사 학위 논문을 재정리해 집필한 ‘트로트의 정치학’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교환 교수로 활동 중이다. 매경이코노미는 트로트 전문가 손민정 교수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A. 과거 정통 트로트와 달리 최신 트로트는 혼종화가 많이 됐다. 퍼포먼스 중심적이며 춤·연기·노래가 복합적으로 만들어진 ‘K팝’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 뮤지컬, 발라드, 록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는 시도를 이어간다. 트로트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난 이유다. 오디션 참가자들이 트로트 이외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기능을 활용해 융합을 하기 때문에 장르가 혼종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혼종화되더라도 음을 흔들고 꺾는 등 트로트만의 장르적인 특성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Q.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A. 오디션 프로그램의 기본은 ‘투표’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보다도 더 강하게 스토리텔링이 요구된다. 부모님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잃어버린 사랑 등 시청자의 감성을 건드리는 것이 중요하다. 트로트는 ‘상실의 노래’기 때문이다.
또 시청하는 세대가 다양하다는 것이 다른 프로그램과의 차이점이다. 트로트는 1930년대부터 우리나라 역사를 오롯이 담아왔다. 역사만 담은 것이 아니라 한국 사람의 쓰라린 기억들이 모두 집합돼 있다. 즉 트로트 프로그램은 다른 장르에 비해 너무나 많은 세대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뮤지컬이 될 수 있고 영화 등 다양한 문화 장르로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Q. 트로트 광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A. 미국에 컨트리 뮤직과 재즈가 있듯, 트로트는 장르로서 한 번도 식은 적이 없었다. 트로트 광풍 현상이 지금처럼 가속화된다면 얼마든지 더 팽창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비슷한 포맷의 트로트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며 일부 세대는 트로트에 대한 적잖은 반감을 보인다.
하지만 트로트 속에는 아프고 슬프고 행복한 우리나라의 ‘문화적 기억’이 녹아 있다. 또한 ‘대마불사’라는 말이 있듯 이미 트로트 광풍 현상이 널리 퍼져 고정 팬층이 두텁다. 한국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파워 컨슈머’가 됐고 트로트가 갈수록 진화하는 상황에서 트로트 광풍 현상이 단기간에 식기는 어려울 듯 보인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3·설합본호 (2023.01.18~2023.01.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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