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돈줄 말랐다"...모태펀드 위탁운용 2곳 또 철수 [IPO 프리보드]

양재준 선임기자 2023. 1. 2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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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양재준 선임기자]
<앵커> IPO 프리보드시간입니다.

지난해 12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출자한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2곳이 위탁운용을 반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신규 투자조합 결성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인데 자세한 내용 양재준 기자와 알아 보겠습니다.

벤처캐피탈업체 가운데 2곳이 정부의 모태펀드 위탁운용을 반납했다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모태펀드는 정부가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투자금의 일부를 출자하고, 민간 벤처캐피탈이 투자자를 모집해 투자조합을 결성, 운용하는 펀드입니다.

지난해 9월 모태펀드 운용사로 선정된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송현인베스트먼트가 투자모집 문제와 내부 사정으로 인해 운용권을 반납한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의 2개 위탁운용사가 의무출자금액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한국벤처투자는 400억원의 모태펀드 투자자금을 에스지씨파트너스와 하이투자파트너스, IMM인베스트먼트, UTC인베스트먼트에 각각 100억원씩 재배정했습니다.

하지만, 12월 K2인베스트먼트와 로이투자파트너스 등 모태펀드 위탁운용사(LP) 2곳이 추가적으로 투자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운용권을 반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두 회사는 벤처캐피탈과 엔젤이 보유하고 있는 벤처 주식을 매입해 투자자금 회수를 돕는 한편 수익을 내는 `세컨더리 펀드` 위탁운용 사업자로 선정됐습니다.

지난해 6월 중기부가 벤처투자 상황이 어려워지자 투자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는 벤처캐피탈의 유동성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조성하려던 계획의 일환이었습니다.

모태펀드는 결성후 3개월내 의무출자금액 모집이 되지 않을 경우 1차 경고를 받고, 6개월내 그래도 투자조합 모집이 되지 않을 경우 위탁운용 사업권을 회수하는 구조입니다.

다만, 지난해의 경우 워낙 벤처투자 시황이 안좋아서 정부가 어느 정도 유연하게 운용해 왔다는 게 벤처캐피탈의 설명입니다.

<앵커> 모태펀드 2곳이 위탁운용을 반납했다고 하셨는데, 민간부문의 투자조합 결성이나 모집도 예년과 같지 않다면서요?

<기자> 주식시장 하락과 금리 인상 기조가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벤처캐피탈의 신규 투자조합 결성이나 모집도 예년과 같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투자시장이 침체되더라도 상반기 모집했던 자금을 바탕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초기신규 투자와 후속 투자가 이뤄졌는데, 지난해 4분기 전후로는 투자자금 모집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벤처캐피탈업계에서는 이를 추가 증액을 하는 ‘멀티클로징’이라고 하는데요.

초기 모태펀드 또는 민간 투자조합을 결성한 후 신규 투자금액을 유치해 운용금액을 더욱 확장하는 형식을 취하는데, 조합 결성후 후속 투자자금 유치에 애를 먹고 있는 것입니다.

즉, 100억원으로 투자조합을 결성한 후 기관투자가나 사모펀드의 후속 자금 유치를 통해 500억, 1,000억원 이렇게 운용규모를 키워서 신규 투자나 후속 투자를 하는데, 이 작업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앵커> 그동안 벤처투자 펀드 동향을 살펴보면 e-커머스와 플랫폼, ICT, 바이오 등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분야에 투자금이 몰렸는데, 신규 투자조합 결성이 차질을 빚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지난 2018년부터 e-커머스, 플랫폼, ICT, 바이오 등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몰렸던 분야가 전체 투자 비중의 60%~70%를 차지했습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타트업 투자 유치 금액은 총 11조 1,404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상반기 집행 규모는 7조 3,199억원이었는데, 하반기 집행 규모는 절반 가량 줄어든 3조 8,205억원에 그쳤습니다.

미국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과 함께 국내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성장성에 대한 논란을 빚은 벤처투자보다는 다른 대체 투자수단으로의 자금이 이동한 측면도 많았습니다.

또, 벤처투자 자금 모집은 대부분 증권사나 캐피탈이 주도하는데 건설 등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에서 회수문제가 발생하면서 벤처투자 축소가 줄어 들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문제는 벤처와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디딤돌이라 할 수 있는 정부의 모태펀드 출자 규모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대폭 삭감됐습니다.

지난 2020년 1조원 규모였던 중소벤처기업부의 모태펀드 집행은 2021년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1조 700억원을 기록한 후 지난해 5,200억원, 올해 3,135억원으로 축소됐습니다.

정부는 민간분야에서 벤처투자를 주도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은 실정입니다.

<앵커> 벤처기업의 투자유치 어려움이 한동안 지속돼 왔는데,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탈 입장 차이가 크다는 느낌도 많습니다. 실제 투자시장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요?

<기자> 사업 고도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벤처기업들은 과거에 투자받은 이력으로 인해 기업가치를 낮춰 투자를 유치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앞선 투자계약상의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공개를 연기한 마켓컬리를 비롯해 여러 벤처기업들이 이 부분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최근 삼성전자 사내벤처로 출발한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보고플레이가 입점 업체들에 대해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경영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하지만, 벤처캐피탈업계는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수익성마저 갖추지 못한 기업투자에 대해서는 투자를 꺼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초기 투자가 아닌 사업 고도화를 위해 투자를 받는 시리즈B나 시리즈C 투자가 뜸해진 것도 이 때문입니다.

‘캐쉬 버닝’ 전략을 통해 외형 성장에만 몰두했던 부릉과 정육각, 오늘식탁 등이 더 이상 정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벤처 스타트업계에서는 사업화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 넘어야 할 어려움을 뜻하는 ‘데스 밸리’, 즉 죽음의 계곡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벤처와 스타트업 경영자들이 이 말의 의미를 제대로 새겨봐야 할 때라는 게 벤처캐피탈업계의 지적입니다.
양재준 선임기자 jjya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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