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유니폼' 입고 대대적 압수수색, 10년 전과 달랐다

김시연 2023. 1. 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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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통사·통진당 압수수색은 사복 차림... 민주노총 "과잉 수사" vs. 국정원 "일반인과 구분 목적"

[김시연 기자]

 국정원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18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사무총국 한 간부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다.
ⓒ 사진제공 노동과세계
 
"스스로 등판에 국가정보원이라고 크게 붙이고 홍보하듯 사무실로 들이닥쳤다."

국가정보원(아래 국정원)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18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노총 간부 등 4명 수사를 위해 민주노총과 보건의료노조 사무실, 제주 평화쉼터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해 '과잉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 정의당 등에서는 윤 대통령의 'UAE의 적은 이란' 발언 등 현 정부 실정에 쏠린 관심을 돌리거나, 올해 말 경찰 이관을 앞둔 대공수사권을 지키려는 국정원의 '언론플레이'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노총 "간부 1명 때문에 국정원 수사관과 경찰 수백 명 동원"
 
▲ 제주서도 국보법 위반 관련 압수수색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18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평화쉼터에 주차된 차량을 압수수색 하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특히 민주노총은 간부 1명 때문에 경찰 수백 명과 사다리차, 에어매트를 동원하고, 외부에 신분을 노출해선 안 되는 대공 수사관 수십 명이 국정원 로고가 들어간 유니폼과 모자 등을 착용한 것도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걸 극도로 꺼리는 국정원은 스스로 등판에 국가정보원이라고 크게 붙이고 홍보하듯 민주노총 사무실을 들이닥쳤다"고 지적했다(관련 기사 : "신분 공개 꺼리는 국정원, 등판에 '국가정보원' 붙이고 들이닥쳐")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20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세계 정보기관은 공통적으로 정무직 이외에는 신분 공개를 안 하게 돼 있다"면서 "대공수사 담당은 그게 더 중요한데 '국정원'이라고 써가지고 얼굴이 노출되는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평통사-통합진보당 관련 압수수색 때는 사복 차림
 
 2013년 8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사복 차림의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압수 물품을 가지고 나서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실제 과거 언론 보도 중 국가보안법 수사 관련 압수수색에 나선 국정원 수사관이 유니폼을 착용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3년 8월 당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 조장 사건 때도 국정원은 국회의원회관에 있는 의원실을 비롯해 통합진보당 사무실과 간부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언론에 노출된 국정원 수사관은 대부분 사복 차림이었다. 대법원은 2015년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는 무죄로 봤으나 내란 선동과 국보법 위반을 인정해 징역 9년을 확정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2년 2월 국정원이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벌여온 통일운동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사무실과 간부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을 때도 수사관들은 대부분 사복 차림이었다.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9명은 2017년 모두 무죄가 확정됐다.

국정원 "수사관과 일반인 구분 목적" vs. 민주노총 "일반인 구분 가능한 상황"

이에 국정원 대변인실 담당자는 20일 오후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국정원 유니폼을 착용하는 건 현장 수사관과 일반인을 구분하기 위해서고, 신속하고 엄격한 법집행과 대국민 신뢰도 제고를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 'PC방 간첩' 사건 때도 수사관이 유니폼을 착용한 사례가 있다"면서 "수사관이 유니폼을 갖고 다니지만, 현장 상황에 따라 일반인과 구분이 가능하면 안 입기도 한다"고 밝혔다.

실제 국정원이 지난 2016년 5월 당시 간첩 혐의를 받고 있던 50대 남성을 체포하는 과정이 담긴 PC방 CCTV 영상이 YTN과 KBS 등 일부 언론에 공개됐다. 당시 수사관 수십 명 가운데 일부가 국정원 로고가 들어간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이번처럼 언론에 노출된 대규모 압수수색 과정은 아니었다. 당시 체포된 50대 2명도 간첩 혐의는 벗었지만 국보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KBS와 YTN은 지난 2016년 5월과 7월 이른바 'PC방 간첩' 사건을 보도하면서 국정원 유니폼을 입은 수사관 모습이 담긴 CCTV 화면을 공개했다.(화면출처 : KBS 2016년 7월 12일 [앵커&리포트] ‘PC방 간첩’ 배후는 北 225국…“베트남서 지령 받아”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3310905)
ⓒ KBS
 
또한 국정원은 "외국 수사기관인 FBI(미국 연방수사국)나 NCA(영국 국가범죄수사국)도 수사 과정에서 유니폼을 착용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FBI나 NCA는 국내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유사하고, 국정원은 국외 정보를 함께 취급하는 정보기관인 CIA(중앙정보국)에 더 가깝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20일 오후 <오마이뉴스>에 "한 평도 안 되는 민주노총 간부 1명의 사무공간을 압수수색하면서 경찰 수백 명과 수사관 수십 명이 몰려왔는데 당시 현장에는 민주노총 간부와 직원, 경찰은 몇 명 밖에 없어 국정원 수사관과 일반인을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도 아니었다"면서 "유니폼을 입은 전례가 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누가 봐도 무리수인 과잉 수사를 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PC방 사건은 피의자가 범죄를 부인하는 단계였지만, 압수수색은 인신 구속이나 구인 절차도 아니고 법원 영장에 대해 강하게 제지할 필요도 없는 상황인데 국정원에서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온 것"이라면서 "민주노총이 아닌 간부 개인에 대한 영장 집행이라고 했지만, 민주노총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처럼 보이게 국정원에서 그림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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