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신체에 친구 DNA 넣고 "성폭행"…대학 女동기의 거짓말
대학 남자 동기생의 DNA를 자신의 몸에 집어넣고 동기생을 유사 강간범으로 허위 고소한 30대 여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20일 전주지검 군산지청 형사1부(부장 오세문)는 무고 혐의로 A(30·여)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대학 동기인 B(30·남)씨에게 유사 강간을 당했다며 허위 고소장을 전북 익산경찰서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2월 18일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었는데, B씨가 나를 깨워 손가락을 항문에 집어넣고 유사 강간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시점부터 2주가 흐른 지난해 3월 4일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전담하는 ‘해바라기센터’를 찾아 DNA 검사를 받았다. 조사 결과 A씨의 항문에서 B씨의 DNA가 검출됐고, 경찰은 지난해 9월 이 결과를 토대로 B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A씨의 행적에 의문을 품고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A씨가 유사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한 시점은 지난해 2월 18일인데, DNA 검사는 2주 뒤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A씨가 식사와 배변 등 정상적인 생활을 했다면 2주가 지날 때까지 B씨의 DNA가 몸에 남아 있을 수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A씨와 B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에서 유사 강간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점도 보완 수사를 결정한 이유였다.
B씨는 보완 수사를 통해서야 유사 강간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A씨는 보완 수사 과정에서 “유사 강간을 당한 뒤 2주 동안 정상적인 식사를 하지 못해 용변을 보지 못했다”며 DNA 검출 결과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가 이 기간 음식점에서 카드로 결제한 내역이 나왔고, 동거하고 있던 남성에게 음식 배달 주문을 요구한 녹취록까지 나왔다. A씨의 동거남도 “A씨가 정상적인 식생활을 했다”고 진술했다.
A씨가 자신이 유사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한 시점에 제3자와 계속해서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도 밝혀졌다. 제3자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을 보면 강간을 당하면서 주고받은 내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성폭력사건 수사에서 DNA검사 결과 등에 대한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점을 악용해 상대방을 무고한 사례”라며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분석, 카드결제내역 분석 등 추가 수사를 통해 피고인이 계획적으로 DNA를 조작해 허위 고소한 사실을 확인했다. 사법질서 저해사범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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