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카서 시작해 아이슈타인 모교서 끝났다…尹 순방성과 어땠나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임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6박 8일간의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라 21일 한국에 도착한다. 윤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스위스의 마지막 일정으로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을 찾아 양자물리의 석학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취리히 공과대학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모교이자 2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세계적 명문대다.
윤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적 기반 기술이 된 퀀텀 사이언스와 관련해 국내에서 연구 성과가 나오고 있고, 각국의 큰 관심이 양자 기술에 모이고 있다”며 “올해를 한국의 양자 과학기술 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현장에서 인력 양성을 강조하는 조언을 듣고선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쪽지로 “인력 지도를 그려서 잘 검토해보라”며 과학 인력 양성 방안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순방 기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필두로 ‘팀코리아’라 불리는 경제사절단과 거의 모든 일정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이 가는 곳엔 항상 국내외 기업인들이 있었다. 윤 대통령은 그때마다 고개를 숙이고 악수를 건네며 “저는 대한민국의 영업사원(UAE 국내기업인 간담회)”라거나 “한국시장도 열려 있고, 제 사무실도 열려 있으니 언제든지 찾아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다보스 글로벌 CEO 간담회)”며 투자를 요청했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이 19일 스위스 현지 브리핑에서 “이번 순방은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힐 만큼 윤 대통령은 세일즈 외교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이 수석은 가장 대표적 성과로 한·UAE간 정상 공동성명에 명기된 UAE의 300억 달러(약 37조) 투자 약속을 꼽았다. 이 수석은 “300억 달러 투자 유치와 48개의 투자양해각서(MOU) 등 역대 UAE 순방 중 최대 규모의 성과를 창출했다”며 “투자 이행을 위해 양국간 투자 협력 플랫폼을 구축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8일(현지시각) 윤 대통령이 참석한 투자신고식에서 한국에 3억 달러(약 3700억원)의 투자를 밝힌 덴마크 풍력터빈 기업 베스타스와 관련해 이 수석은 “한국이 풍력 발전의 제조 허브로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논란을 일으킨 윤 대통령의 ‘UAE의 적은 이란’ 발언에 대해 “다소 이란 측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아크부대 장병에게 UAE가 직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의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란 측이 자국 주재 한국 대사를 초치하고, 한국에 동결된 석유 수출대금과 윤 대통령의 핵무장 발언을 문제 삼는 것에 대해선 “오해를 했기 때문에 초점이 흐려지고 있다”며 “오해가 풀린다면 정상화가 빨리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NPT 체제 존중”=윤 대통령은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참석 기간 진행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우리가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존중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 생각한다”며 “저와 대한민국 국민은 북핵 위협에 대한 미국의 확장 억제에 대해서 상당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윤 대통령이 자체 핵 보유 가능성을 언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핵 관련 발언의 수위를 낮춘 것이다.
WSJ는 “윤 대통령이 자체 핵무장을 고려할 수 있다는 최근 발언을 누그러뜨렸다(dial back)”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WSJ에 “현재 미국 핵 자산의 운용에 관해 공동 기획·공동 실행이라는 핵 자산 운용 시스템을 만들어내려 한·미가 논의 중”이라고도 말했다. 일본의 방위비 증액 등 안보 강화책에 대해선 “북핵 위협에 대응해 한·미·일간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공동 대처를 해 나가야 되는 것이라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이 특유의 저돌적 돌파력으로 순방 기간 굵직한 투자 유치를 끌어내는 등 큰 성과를 올렸다”며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이란 적’ 발언에 대해선 “파장이 생각보다 커 단순히 ‘오해였다’는 해명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20일 발표된 갤럽조사(17~19일 1000명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1%포인트 오른 36%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는 2%포인트 내린 55%였다.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의 이유 모두 외교가 1위였다. 투자 유치 성과와 이란 발언 논란이 미친 영향으로 분석된다. (자세한 내용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취리히=권호 기자, 박태인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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