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사도광산 유네스코 추천서 다시 냈다...韓 외교부 "유감"

이영희 2023. 1. 2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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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19일 밤 니가타(新潟)현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정식 추천서를 다시 제출했다. 한국과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또 하나의 돌출 변수가 됐다.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에 있는 사도광산 유적 내부. 이영희 특파원


20일 NHK 등에 따르면 나가오카 게이코(永岡桂子) 일본 문부과학상은 이날 기자들에게 "어제 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사무국에 사도광산 정식 추천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마감은 2월 1일이지만, 열흘 정도 앞당겨 제출한 것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2월 1일 한국의 반발에도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동 현장인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정식 추천했다. 그러나 유네스코는 일본이 제출한 추천서에 일부 유적에 대한 설명이 빠져있는 등 미비점이 있다며 심사를 보류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재추진을 결정하고 작년 9월 유네스코가 지적한 미비점을 수정한 잠정 추천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고, 이번에 정식 추천서를 다시 냈다.


조선인 흔적 지우려 에도 시대로 한정


일본 니가타현 앞바다 사도섬에 있는 사도광산은 에도(江戶·1603~1867년) 시대까지 유명한 사금 생산지였으나 태평양전쟁이 본격화한 후엔 구리·철·아연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기 위한 광산으로 활용됐다. 1939년 2월부터 동원령에 따라 조선인 노동자들이 본격적으로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했으며, 위험한 작업 현장에서 제대로 급료도 받지 못했다는 증언과 기록 등이 남아있다.
일본 사도광산 갱도 유적 내부에는 시대 광산 노동자들의 모습이 마네킹으로 재현돼 있다. 이영희 특파원


사도광산 측이 작성한 '사도광산사'에는 1945년에 조선인이 1519명 있었다고 적혀 있으며, 연구자들은 약 2000명의 조선인이 이곳에서 일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작년 2월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면서 대상 기간을 금광으로 유명했던 에도시대까지로 한정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조선인 강제 노동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유산이 지닌 '전체 역사'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은 2015년에도 군함도(일본명 하시마)를 비롯한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이곳에서 이뤄진 조선인 강제 노동 사실을 알리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조치 등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유네스코가 두 차례에 걸쳐 후속 조치를 요구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변화는 없는 상태다.


강제 징용 문제 해결에 악영향 우려도


한·일간 최대 갈등 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배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이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재추천하면서 논의 과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2015년 등재된 '일본 근대산업시설' 관련 후속조치가 충실히 이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유사한 배경의 '사도광산'을 또다시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세계문화유산은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의 심사를 거쳐 세계유산위원회가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일본 정부는 이번 추천서 제출로 2024년 문화유산 등재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의장국을 맡고 있는 세계문화유산위원회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개최되지 못했고 앞으로 언제 열릴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NHK는 전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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