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유비소프트, 콘솔 업계 전체의 문제다
‘어쌔신 크리드’, ‘레인보우식스’, ‘파크라이’, ‘아노’, ‘디비전’ 등 수많은 인기 시리즈를 보유하고 있는 유명 게임사 유비소프트가 흔들리고 있다.
유럽을 대표하는 게임사답게 신작이 나올 때마다 주목받는 인기 시리즈를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신작들이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신작들의 출시도 계속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간 기대작으로 꼽혀온 ‘스컬 앤 본즈’는 6번째 출시 연기를 발표했으며, 최근 6개월 사이에 ‘스프린터셀VR’, ‘고스트리콘 프론트라인’ 등 준비하고 있는 신작 7종을 취소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기존 인기 게임 시리즈도 평판이 예전같지 않다. ‘오리진’과 ‘오디세이’로 다시 전성기로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았던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최신작 발할라가 각종 버그로 몸살을 앓으면서 예전보다 퇴보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디비전2’, ‘파크라이6’ 등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메타크리틱 등 평가 점수만 보면 준수한 편이지만, 타 게임사들의 대표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할 게임답지 않은 모습이라는 반응이 절대적이다. 이미 정형화된 유비소프트 식 오픈월드가 식상하다는 평가도 많고, 과도한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 주의로 게임이 이상해졌다는 반응도 많다.
유비소프트의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매출 7억3천100만 유로(약 1조 원), 영업손실은 2억1천500만 유로(약 2870억 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아직 하반기 실적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홀리데이 시즌에 인상적인 신작도 없었고, 기존 게임들의 판매량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기대 이하의 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초 50유로를 넘어섰던 주가도 현재 20 유로 이하로 주저앉으면서, 유럽 게임사 중 최고 시가총액의 자리도 CD프로젝트레드에 내줬다. ‘사이버펑크2077’ 실패로 엄청난 대미지를 입은 상대에게 밀린 것이다.
최근에 이브 기예모 유비소프트 대표는 회사 미래 관련 발표를 진행하면서 직원 업무 효율성을 언급하는 등 실적 악화의 원인을 직원에게 돌리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해서, 엄청난 반발로 인해 결국 사과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러 곳에서 비웃음을 사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올 정도다.
이 같은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은 주력 게임의 판매량 저하, 코로나19로 인한 신작 개발 기간 증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유비소프트는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에 지사를 설립해둬서, 직원 수가 1만5000여명이 넘는 대형 게임사다. 판매량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개발 기간과 개발 비용이 계속 늘어나다보니 실적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유비소프트도 악화되는 상황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판매 수익 증가를 위해 차세대 게임 판매 가격을 70달러로 올리겠다고 선언했고,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NFT(대체 불가 토큰) 판매도 시도했다. 또한, 유비소프트 자체 플랫폼인 유플레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스팀에서 자사 게임들을 모두 빼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다만, 모두가 아는 것처럼 결과는 좋지 못했다.
결국 이번에 회사 미래 관련 발표에서 구조조정, 프로젝트 드롭 등 혹독한 감축 경영을 통해 몸집을 줄여서 회사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희망 절감 비용은 향후 2년간 2억 유로(약 2천672억 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런 위기가 유비소프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콘솔 게임사들이 개발기간 증가와 인건비 상승에 대한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고 있으며, 실적 개선을 위해 콘솔 게임 판매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게임패스로 지난해 상당한 실적을 거둔 마이크로소프트조차 이번에 1만명이 넘는 직원을 정리해고했으며, 그 중에 게임 개발 관련 부서가 대거 포함됐다.
또한, ‘그란투리스모’, ‘NBA 2K 시리즈’ 등 많은 게임들이 게이머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소액 결제 요소를 도입해서 추가 수익을 노리고 있다. EA ‘피파 시리즈’가 확률형 카드 뽑기로 엄청난 반발을 사고 있긴 하지만, 반대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 부럽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장 상황은 서구 시장 개척을 위해 새롭게 콘솔 게임 시장에 도전하고 있는 국내 게임사에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콘솔 시장에 도전하는 것인데,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형 게임사들도 어려움을 겪는 시장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트리플A급 콘솔 게임 시장에 도전하려면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패로 인한 타격이 매우 큰 편이다. 최근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선보인 크래프톤의 주가가 폭락한 것은 콘솔 시장 도전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해외 게임사들과 국내 게임사들의 상황이 같다고 볼 수는 없다. 국내 게임사들은 콘솔 게임 시장만 주력해온 해외 게임사들과 달리, 모바일과 온라인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던 서구권 시장 공략을 위해 콘솔 시장에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후발 주자인 만큼 기대치가 높지 않아서, 엄청난 투자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해외 유명 게임사와 달리 아이디어로 승부를 볼 수도 있다. 네오위즈가 스팀에서 누적 100만장 이상 판매를 기록한 ‘스컬’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다년간 모바일과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통해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부분유료화에 대한 많은 노하우를 쌓아왔다는 것도 강점이다. 북미, 유럽에서 호평받고 있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스팀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북미 시장에서 성과를 낸 호요버스의 ‘원신’ 등이 보여줬듯이, 서구권 게이머들도 부분유료화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개선되고 있기도 하다.
현재 콘솔 게임 시장이 해외 대형 게임사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정도로 안좋기는 하지만, 기존 강자들이 흔들리고 있는 지금 시점이 오히려 후발주자인 국내 게임사들에게 시장 진입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아쉽게도 한 수 아래로 생각하고 있었던 중국이 ‘원신’으로 이것을 증명했다. 국내 게임사들도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 콘솔 게임을 만들어서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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