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마다 196명, 294명, 320명…'이태원 참사' 부상자 왜 다르나
‘이태원 참사’의 부상자 통계가 국가기관마다 달라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 경찰은 196명, 검찰은 294명, 행정안전부는 320명으로 집계한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지난 13일 이태원 참사 최종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부상자를 196명으로 발표했다. 현장응급의료소와 응급의료기관이 서울시에 보고한 인원 기준이다. 행안부에서 압수한 지난해 11월 16일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자료를 인용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달 16일까지 공식 사용해온 숫자이기도 하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행안부에서 압수수색한 자료를 수사결과에 그대로 쓴 것”이라며 “그 후로 늘어난 부상자는 자료 등을 직접 확인하지 못해 안 썼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행안부는 지난달 16일부터 부상자를 320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0일 기준 시·군·구(122명)와 건강보험공단(2명)에서 신체적·정신적 의료비를 지원받은 124명을 더했다. 행안부 사회재난대응정책과 관계자는 “참사 트라우마 등을 포함해 국가재난관리시스템과 건강보험시스템에 등록된 의료비 지원 대상”이라고 말했다. 부상의 범위를 넓게 해석했다는 설명이다.
검찰의 관점은 또 다르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8일 상해 피해자를 294명으로 발표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 5명의 기소 사실을 밝히면서다. 검찰은 국가재난관리시스템 피해자 내역과 지자체·건보공단·의료기관 압수수색 자료 등을 바탕으로 ‘숨은 피해자’를 추가 파악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참고사항엔 “경찰이 송치한 상해 피해자 8명보다 286명을 추가했다”, “이 사건의 숨은 피해자들을 보다 객관적·능동적으로 파악했다”고 기재했다. 여기서 8명은 특수본이 관할서 촉탁 수사를 통해 부상 진단서 등 입증가능한 서류를 떼온 경우다. 특수본은 부상자 20명의 진단서 등을 최종 송치했지만, 검찰은 기소 사건이 일어난 시점을 기준으로 8명만 기재했다.
‘검-경 신경전’에 부상자 통계가 이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 수사력을 지적해 검찰의 차별적 존재감을 부각하는 것”이라며 “소위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귀)이 필요하다는 외침”이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는 검찰의 대형참사 수사권을 없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시행 이후 첫 경찰 주도 수사다. 이 교수는 “부상자를 늘린 만큼 책임자 처벌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걸로도 읽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통계의 함정’은 시점과 관점 차이에서 비롯된다. 사망자도 경찰은 참사 당시 사망한 158명, 행안부는 참사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고교생 1명을 포함해 159명으로 본다.
그러나 부상자가 기관마다 백 단위씩 차이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가기관마다 파악하는 참사의 규모가 다르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김동욱 성균관대 통계학과 교수(한국통계학회장)는 “부상자의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발생한 오차”라며 “시점과 범위를 통일하면 바로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수사기관에 기준 통일을 요구하긴 어렵다”며 “행안부와 보건복지부는 일단 국비 지원 기준으로 통일을 했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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