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왕국 세운 헤이스팅스, 25년 만에 CEO서 물러난다
"지난 2년 반 동안 경영권을 지속해서 위임해왔다. 지금이 승계를 마무리하는 적기라는 판단이 섰다."
넷플릭스 창업자이자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리드 헤이스팅스(62)가 설립 25년 만에 CEO에서 물러난다고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헤이스팅스가 떠난 공동 CEO 자리에는 그레그 피터스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임명돼 테드 서랜도스 공동 CEO와 호흡을 맞추게 됐다. 헤이스팅스 창업자는 이날 성명을 통해 "두 CEO와 이사회의 가교 구실을 하겠다"면서 "앞으로는 자선 사업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넷플릭스 주가가 잘 유지되도록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단, 회장직을 맡기로 해 완전히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회장은 창업자가 CEO의 바통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뒤 자주 하는 역할"이라며 "미국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이조스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같은 위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헤이스팅스 창업자는 1997년 마크 랜돌프와 함께 넷플릭스를 설립했다. 영화광이었던 그가 넷플릭스를 세운 계기는 '연체료' 때문이었다는 일화가 있다. 1997년 미국 최대 비디오·DVD 대여점이던 블록버스터에서 영화 '아폴로 13호'를 빌린 뒤 반납하는 걸 깜빡해 40달러(약 5만원)를 물었던 경험이 바탕이 됐다.
그는 DVD를 조금 늦게 반납해도 벌금이 없고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회사를 차렸다. 월정액을 낸 온라인 회원에게는 영화를 무제한으로 보게 해주는 서비스도 도입했다. 회사명은 인터넷(Net)과 영화(Flicks)의 조합인 '넷플릭스'로 지었다.
작은 비디오 대여업체였던 넷플릭스는 190개국에 2억3100명의 가입자를 둔 세계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가 됐다.
헤이스팅스 CEO의 퇴진과 함께 발표된 지난 4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지난해 4분기 가입자는 766만명 증가해 시장조사업체 스트리트 어카운트가 예상했던 457만명을 상회했다. 영국 해리 왕자가 출연한 다큐멘터리 '해리와 메건', 드라마 '웬즈데이' 등이 인기를 끈 덕이라고 넷플릭스는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업 강화를 위해 지난해 11월 도입한 광고 요금제도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줬다고 전했다. 구독자들이 광고를 보는 대신 값싼 요금제를 택할 수 있게 한 제도로 한·미·일 등 12개국에 도입했다.
닛케이는 "기존보다 20~40% 저렴해 한 번 해지했던 구독자를 다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주주 서한에서 넷플릭스 측은 "광고 요금제와 관련해 할 일이 더 많지만, 초기 성과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헤이스팅스 창업자도 "광고 요금제를 진작에 도입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대 이상의 실적 발표에 힘입어 넷플릭스 주가는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 6% 이상 급등했다.
FT는 "이번 (인사) 변화는 넷플릭스가 지난 1년간 시가총액의 3분의 1 이상을 잃은 가운데 이뤄졌다"면서 "이제 공동 CEO들은 OTT 산업 경쟁이 보다 치열해진 가운데 넷플릭스를 이끌 중책을 맡게 됐다"고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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