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콘테 시대'도 실패로 끝나는가

이준목 2023. 1. 2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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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목 기자]

 2023년 1월 19일 프리미어 리그 맨체스터 시티 대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에서 토트넘 홋스퍼 감독 안토니오 콘테의 모습.
ⓒ REUTERS/연합뉴스
 
안토니오 콘테 감독도 토트넘이 원하는 '해답'은 결국 아니었던 것일까. 위기의 토트넘이 끝없이 침몰하고 있다. 토트넘은 1월 20일(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와의 원정경기에서 2-4로 패했다.

토트넘은 이날 우승후보 맨시티를 상대로 원정임에도 전반에만 행운의 2골을 먼저 넣으며 승기를 잡는 듯했다. 전반 44분 데얀 쿨루셉스키가 맨시티 골키퍼 에데르송의 패스 실수로 얻은 기회를 왼발로 마무리하며 선제골이자 본인의 시즌 2호 골을 만들어냈다. 3분 뒤 추가 시간에는 해리 케인의 슈팅이 키퍼 선방으로 공중에 뜬 공을 에메르송 로얄이 재차 머리로 밀어넣어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후반 들어 토트넘은 각성한 맨시티에게 거짓말처럼 내리 4골을 내주며 침몰했다. 후반 6분 훌리안 알바레스의 만회골을 시작으로, 2분 뒤 엘링 홀란의 동점골, 후반 18분에는 리야드 마레즈의 역전골까지, 불과 12분 사이에 3골이 터지며 순식간에 경기가 뒤집혔다. 다급해진 토트넘은 4장의 교체카드를 투입하며 만회골을 넣기 위하여 공세를 펼쳤으나 후반 45분에는 다시 마레즈의 쐐기골까지 허용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토트넘은 라이벌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에서 0-2로 완패한 데 이어 2경기 연속 2골차 패배를 당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1, 2위인 두 팀을 상대로 연패를 당하며 우승권 팀들과의 격차를 여실히 확인했다. 또한 토트넘은 10승 3무 7패(승점 33점)에 그치며,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 4위권 경쟁에서도 승점차를 좁히지 못했다.

특히 맨시티전은 '콘테호'의 총체적 난국을 집대성한 경기였다. 토트넘이 전반전 2골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를 당한 건 지난 2009년 4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2-5로 역전패를 당한 이후 무려 13년 만이다. 그때보다 이번 패배가 충격적인 것은 지금의 토트넘이 전력과 위상에서 더 높은 데다 수비전술의 달인이라는 콘테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콘테 감독도 경기 후 "내 지도자 커리어에서 후반에 4골을 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씁쓸해했다.

이번 시즌 토트넘의 수비 불안은 심각한 문제가 됐다. 토트넘은 올시즌 20경기에서 무려 31실점을 내줬다. 이는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을 통틀어 여섯 번째로 많은 실점이다. 토트넘보다 많은 실점을 허용한 것은 모두 리그 중하위권팀들이고, 상위 10위권 이내에서 30실점 이상을 허용한 팀은 토트넘 뿐이다.

또한 맨시티전을 포함해 최근 리그 10경기로 국한하면 토트넘은 3승 1무 6패(카타르월드컵 이후 1승 1무 3패)에 그쳤고 무려 21골을 실점했다. 이 기간 중 유일하게 무실점으로 마친 것은 4-0으로 대승한 크리스탈 팰리스전이 유일하고 나머지 경기에서는 모두 2실점 이상을 내줬다. 사실상 '자동문'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끔찍한 수비력이다.

콘테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인 스리백 전술이 상대팀들에게 이미 간파됐다는 분석이 많다. 골키퍼 위고 요리스와 센터백 에릭 다이어는 최근 기량이 크게 하락한 모습이다. 윙백 이반 페리시치는 맨시티전에서 자신의 마크맨을 번번이 놓쳐 후반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고, 지속적으로 지적받고 있는 손흥민과의 공존 문제도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주축 선수들의 부진과 잦은 실수에도 불구하고 전술과 조합에 변화를 주지 않은 콘테 감독의 고집도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격진 역시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해리 케인 정도만이 꾸준히 골을 넣어주고 있을뿐, 지난 시즌 득점왕 손흥민은 올시즌 리그 4골에 그치며 극심한 슬럼프에 허덕이고 있다. 손흥민은 맨시티전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며 마지막 득점인 팰리스전 이후 또다시 최근 3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쳤다. 경쟁자인 이적생 히샬리송도 부상과 공격포인트 가뭄에 시달리며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서 일각에서는 콘테 감독의 경질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현지 언론들은 콘테 감독이 올시즌을 마치지 못 하고 조만간 경질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토트넘은 구단의 중흥을 이끌었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비롯하여 최근 4년간 조제 무리뉴,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이 잇달아 경질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무리뉴와 콘테는 이전에 맡았던 빅클럽에서 다수의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명장이었지만 토트넘에서는 무관에 그치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콘테 감독은 지난 시즌 중반인 2021년 11월, 토트넘의 지휘봉을 잡아 단기간에 팀을 잘 수습하며 4위로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내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전력보강과 재계약 문제를 놓고 구단과 계속해서 갈등을 빚은 데다, 올시즌 들어 단조로운 전술과 로테이션 활용능력이 도마에 오르며 팬들의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

계속되는 부진에도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기보다는 구단의 지원을 탓하거나 정신승리로 일관하는 태도 역시 비판받고 있다. 토트넘은 포체티노 시절까지는 짠돌이 구단의 이미지가 강했던 게 사실이지만, 무리뉴-콘테 시대를 거치며 전력보강에 적지않은 투자를 한 편이다. 물론 수비와 공격진에 추가보강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콘테 감독은 현재 보유한 선수진이나 이적생들조차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게 문제다.

또한 콘테 감독은 맨시티전 역전패 이후에는 "경기는 패했지만 지난 시즌 맨시티를 상대로 이겼을 때보다도 오늘 플레이가 더 나았다"고 자화자찬하는 황당한 인터뷰로 팬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수비적인 플레이로 일관하다가 역습으로 신승했던 지난 시즌 맨시티전보다 능동적인 움직임으로 경기를 주도했다는 데 더 높은 평가를 준 것인데, 전반까지만 놓고 보면 틀린 말이 아닐수 있지만, 후반에 드러난 팀의 문제점보다는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콘테 감독은 "지난 시즌에 비해 우리는 너무 많은 골을 내주고 있다. 계속해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는 했다. 전반적인 팀의 흐름이나 감독의 인터뷰 태도는 무리뉴 감독이 경질 당할 때와 흡사한 구도로 가고 있다.

토트넘에게는 모종의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토트넘은 겨울이적시장에서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선수 영입이 없다. 전력보강이 답이 아니라면 다른 쪽에서 해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데, 콘테 감독이 전술과 조합에 변화를 주거나, 아니면 토트넘이 감독교체로 분위기 전환을 모색하는 방법 등이 있다. 콘테 감독에게도, 토트넘에게도,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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