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 키웠던 美 주방위군, 대만군 훈련에 투입됐다"
미국이 우크라이나군 훈련을 맡았던 주(州)방위군을 대만군 훈련에 본격적으로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무력시위가 급증한 가운데 미국산 무기 판매를 포함해 미국과 대만 간 군사협력이 급격히 확대되는 모습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ㆍ대만 관계에 밝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의 주정부 소속 군대인 주방위군이 미 본토와 대만에서 대만군과 군사훈련을 시작했다”고 20일 워싱턴발로 전했다.
미국은 50개주와 수도 워싱턴, 미국령 푸에르토리코ㆍ괌ㆍ버진아일랜드 등에 각각 주방위군을 두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은 통상 외국군 훈련에 1개주의 주방위군을 보내는 것과 달리 대만의 경우 여러 주의 주방위군을 참여시킬 계획이다. 이런 형태로 훈련 규모와 횟수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지난해 5월 31일 대만을 방문한 이라크전 참전용사 출신의 태미 더크워스 미 상원의원(민주당, 예비역 중령)과 만난 뒤 “미 국방부가 주방위군과 대만군 간 협력을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미ㆍ대만 군사협력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미 이런 발언을 하기 전부터 대만군이 하와이주 주방위군 등과 훈련을 시작했다”고 닛케이에 말했다.
주방위군은 평시엔 각 주지사의 지휘를 받지만, 전쟁이나 긴급사태가 발생하면 미 연방정부의 통제를 받는다. 지난 2021년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미 의회의사당을 점거하는 폭동이 일어났을 때도 미 정부는 주방위군과 연방수사국(FBI) 대테러팀 등을 투입해 진압에 나섰다.
주방위군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 여러 전장에 투입돼 전투와 후방지원 임무를 맡았던 만큼 실전 경험도 풍부하다.
미국은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병합한 이후 우크라이나군을 훈련시키기 위해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에 훈련소를 세우고 주방위군을 보냈다. 이 때문에 미국이 대만군 훈련에 주방위군을 투입한 것을 두고 “러시아군의 침공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 사례를 참고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대만과는 유사시 중국의 대만 상륙작전을 저지하는 훈련 등을 집중적으로 할 것으로 관측한다. 다만 주방위군은 정규 병력과 달리 예비군 성격의 육군과 공군으로만 구성돼 있고, 무기 등 장비가 제한되는 만큼 대만이 원하는 대규모 훈련을 진행할 순 없다.
그래서 일각에선 “미국이 중국과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주방위군을 활용하는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선급 부대인 주방위군의 투입은 훈련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유사시 정규 병력의 파병은 제한된다는 의미”라며 “우크라이나군 훈련에 주방위군을 보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 해도 중국의 압박으로 타국과 연합훈련이 어려운 대만군 입장에선 군 전반의 취약점을 파악해 체질을 개선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닛케이에 따르면 미 국방부 공보실은 대만군 훈련과 관련한 질문에 “우리의 대만 지원이나 방위 관계는 중국의 현재 위협에 대응해 조정하고 있다”며 “우리의 대만 관여는 강고하며 대만해협 및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다”고만 답했다. 대만 국방부는 관련 질의에 19일까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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