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독재 저항, 13인이 소환한 '43년 전 그날의 기억'

윤성효 2023. 1. 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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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체험수기공모집 <아직도 생생한 그날의 기억> 펴내

[윤성효 기자]

"지금 우리들이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해 실천해야 할 건 '그날'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그 이야기를 분석하며 해석하는 작업을 계속 해야 한다. 항쟁 이후의 역사화 작업에 작지만 기준점이 되면 좋겠다."
 
설진환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장이 최근 펴낸 <아직도 생생한 그날의 기억>이라는 제목의 '부마민주항쟁 체험 수기집'에서 한 말이다. 부마민주항쟁은 박정희 유신독재에 맞서 1979년 10월 경남 부산·마산에서 일어났던 시민항쟁이다. 

설 회장은 이번 수기집을 낸 계기에 대해 "1979년 10월 18일, 43년 전 '그날'의 기억을 고찰하는 시도의 하나로 체험수기 공모 사업을 진행했다"라며 "우리 사회가 부마민주항쟁을 어떻게 기억하고 인식하는가를 되묻고 40여 년이 지난 지금의 그 가치는 무엇인지를 찾아 새롭게 역사화하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박진해 부마민주항쟁 체험수기운영위원장은 "해외거주자나 이미 나이 든 참여자의 젊은 자녀들을 비롯해 짧은 기억의 소유자들이 있다"라며 "이들도 자유롭고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해서 인터뷰 대신  체험수기를 공모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체험수기에는 모두 13명이 참여해 '그날의 기억들'을 소환했다. 당시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노동자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했던 이들이 40여 년 전 역사 현장을 되새겼다. 

정광준(민주상)씨는 1979년 부산과 마산 시위에 참가했다가 계엄사 합수단에 끌려가 갖은 고문을 당하고 1997년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친구 김종철과 그 주변 벗들의 행적을 통해 부마항쟁을 들여다보며 '김종철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썼다.

박영주(자유상)씨는 당시 창원공단 노동자로 마산시위 전 과정에 동참한 참여자이자 목격자로서 생생한 체험을 풀어냈다. 

이창곤(자유상)씨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신분으로 마산시위에 휩쓸렸다가 붙잡힌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경찰과 군인들의 살인적인 구타와 협박에 못 이겨 친구 3명을 동조자로 지목해 고통을 받게 했다는 죄의식으로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려온 사연을 토로했다.

김수혁·김정인(평화상)씨는 항쟁 참여자의 아들과 딸의 눈으로 아버지의 긍지와 고통을 바라봤다. 

김재우씨는 시위대에 합류해 자산파출소와 마산세무서 습격에 앞장서고 마산MBC 앞에서 자행된 군병력의 잔혹한 진압을 목격한 정황, 문철봉씨는 부산가톨릭센터 계단에 앉아 '독재타도'와 '유신철폐' 집회에 참여한 경험을 썼다.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조윤제씨는 오동동파출소 주변 시위대 대여섯 명을 자신의 집에 숨겨주었던 기억,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박혜경씨는 여동생의 소풍 준비로 함께 시내에 나왔다가 자신들이 탄 버스가 시위대에 밀려 옆으로 뒤집어진 아찔했던 경험, 손상진씨는 경남대 재학 중 도서관 앞 시위 시작부터 창동과 오동동으로 진출한 과정에서 겪은 경험을 적었다. 

현재 호주에 거주하는 지태영씨는 마산기독교청년회 총무로 있던 당시 부마민주항쟁에 기독교청년회원들이 많이 참여했고 이로 인해 오랫동안 심한 감시 대상이 되어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과 원은희 시인은 '특별기고'로 참여했다. 박 교육감은 "당시 고3 시절 부마민주행쟁 진압을 위해 뿌려진 최루탄 가스의 매운맛을 처음 봤다"며 이후 전교조 교사, 교육위원 등 활동을 언급했다. 

원은희 시인은 무정부 시인공화국을 꿈꾸며 문학동인 활동에 몰두하던 당시 시위대열에 합류했다가 분수로터리 언저리에 새로 산 구두 한 짝을 잃은 기억을 소환했다.

한편 홍남표 창원특례시장은 축사에서 "이번 수기집 발간으로 우리가 누리는 소중한 일상이 보통 사람들의 위대한 용기와 희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마음 속 깊이 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이근 창원시의회 의장은 "그날의 생생한 기록이 담겨 있는 체험수기집 발간으로 진실 앞에 한 발 더 다가서고 있으면 바로 세워진 역사는 다가올 미래의 정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오는 26일 오후 창원마산 창동해송식당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가 펴낸 체험수기공모집 <아직도 생생한 그날의 기억>.
ⓒ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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