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촛불중고생연대 향한 탄압... 권력 남용 멈춰야

박은선 2023. 1. 2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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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판 촛불집회 시작하자 벌어진 일들... 집회시위 자유에 대한 본질적 침해

[박은선 기자]

 촛불중고생시민연대 소속 학생들이 지난 14일 서울시의 탄압에 대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윤근혁
 
나는 촛불중고생시민연대의 '윤석열 퇴진 촛불집회'에 반대한다.
 
사실 그 반대다. 풍자만화 '윤석열차' 논란, 교육청별 민주시민교육과 폐지, 일제고사 부활 움직임, 그리고 최근 사회과 교육과정에서의 '5.18광주민주화운동' 배제 문제까지.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들에 분노하는 만큼, 이에 문제제기하는 중고생 및 청년의 단체인 '촛불중고생시민연대'의 촛불집회에 찬성한다.

하지만 내가 현 정부의 교육정책들을 적극 지지하고 그래서 이들의 집회에 반대하더라도, 나는 이들을 막을 수 없다. 아무리 어려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이들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설득해볼 수는 있다. 촛불집회에 가겠다는 자녀와 토론할 수 있고, 정부기관의 경우 집회에서 사실이 아닌 주장이 나오면 해명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 그 이상은 안 된다. 내 자녀여도 폭력까지 휘두르며 집회 참가를 막아선 안 되고, 정부가 촛불집회 주관 단체에게 온갖 꼬투리를 잡으며 불이익을 줘도 안 된다.

교육감후보 63명 모두에게 제안했는데 '특정 후보자 지지 활동'을 했다고?

지난 11월 촛불중고생시민연대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 등을 비판하는 촛불집회를 시작했다. 그러자 서울시장은 그 집회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 내지 반대 활동이라면서 이 단체의 등록을 취소했고, 이 단체 소속 중고생들이 기자활동을 하는 인터넷신문에 과태료 1050만 원을 부과했다. 경기도교육청의 인권부위원장이었던 이 단체 상임대표는 돌연 부위원장직에서 해촉됐고, 단체가 받은 몇 십만 원씩의 보조금들까지 모조리 환수됐다(관련기사 : '정권 퇴진 요구'가 등록말소 사유?... 서울시 법령 위배 논란 https://omn.kr/22b54).

이 단체의 소송들을 대리하며 가장 먼저 처분서들에 놀랐다. 선거철이 아닌 때의 촛불집회가 특정 후보자 반대 활동이라고 해석한 것은 약과다.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63명의 후보 '모두(오세훈 전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자에겐 특별히 문자도 여러번 보냈다)'에게 학생들이 직접 만든 10대 공약을 제시하며 정책협약을 제안했는데, 이 역시 '특정' 후보자 지지 활동이라고 했다. 인터넷신문 관련 과태료 1050만 원 부과는 고작 인터넷신문의 하단에 등록연월일 등의 기재를 빠트렸기 때문이었다. 

거꾸로 가는 시계... 급기야 '종북몰이'

급기야 며칠 전부터는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이 이 단체가 펴낸 책의 색깔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책은,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10대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 나선 모습을 그리고 있다.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 하나가 과연 '촛불연대, 발간한 책에서 김일성 단체 계승 자처'와 같이 자극적인 제목으로 단독기사를 쓰고, 서울시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사의뢰를 할 문제일까?

설령 이 책에서 김일성의 보전보 전투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 문제라고 하더라도, 총 265쪽 분량 중 김일성 이름 등장한 페이지는 총 10쪽이다. 이것만으로 촛불중고생시민연대가 우리 사회를 위험에 빠트릴 종북세력, 이적단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단체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탄압은, 오래된 나의 청년기 시절을 소환한다. 1996년 8월 연세대에서 한총련이 범민족대회를 열자 전경이 캠퍼스를 완전히 포위하고 참가자들을 문화관 건물에 가둬버렸다. 나가면 체포된다니, 참가자들은 초코파이 하나를 열 명이 나눠먹고 시민단체로부터 여성위생용품을 전달받으며 뜻하지 않은 점거시위를 해야 했다. 결국 학생들은 캠퍼스 안까지 진입한 전경들에게 모조리 체포됐고, 그 과정에서 문화관을 비롯한 연세대 캠퍼스 곳곳에 상흔이 짙게 남았다.

윤석열 덕분에 소환된 기억들...

범민족대회는 북측과 남측이 함께 모이자는 취지의 행사로, 실제로 임수경이 북에 간 일도 있으나 대부분 그저 매년 어느 대학 캠퍼스에서 전국의 대학생들이 모여 통일에 관해 노래하고 토론하는 문화행사였다. 그러나 당시 정부와 보수언론은 이들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이적세력'이라고, 그러니 일망타진해야한다고 하면서 경찰병력의 대학 캠퍼스 점거를 정당화했다.

포위된 캠퍼스 앞에서 그저 발만 동동 구르던 그때, 누군가의 글 하나에 깊이 공감했다. 그는 북한 우상화는 문제가 맞지만, 남북이 하나 되자고 노래하는 저 대학생들이 정말 이적세력이냐고, 범민족대회 참가가 정말 우리사회를 위험에 빠트릴 국가전복 행위냐고 반문했다. <한겨레>에 실린 백기완 선생님의 글이었다.

어쩌면 촛불중고생시민연대 구성원들의 판단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철없이 편향된 생각을 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나 역시 반문하고 싶다. 주말에 교복을 입고 윤석열차 등을 비판하며 집회를 하는 중고생들이 정말 이적세력이냐고. 김일성의 이름이, 항일운동 파트에서 다 합쳐도 총 10회만 등장하는 265쪽의 책을 쓴 것이 정말 국가안보 저해 행위냐고.

듣기 싫다고, 입을 막아도 되는 건 아니다

오래전, 한총련에 진짜 국가전복세력이 있었다고 하여도, 한총련 간부를 잡겠다며 헬기까지 띄워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 위로 최루탄을 쏟아버리고, 종로에서 너무 놀란 한 학생의 심장이 멈춰버릴 정도로 토끼몰이 진압을 하고, 문화행사 중의 연세대 캠퍼스를 포위해 참가자들을 가둬버린 것은 분명 과잉대응이자 수많은 대학생들의 집회 시위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였다. 그리고 현재 윤석열 정부가, 촛불집회 개최를 선언하자마자 해당 중고생들 단체의 등록까지 취소해버리고, 이제는 '빨갱이'로까지 몰아가는 것 역시 위헌성까지 우려되는 행정권의 남용이다.

'현 정부를 비판하는 시위를 하면 온갖 불이익이 쏟아지는구나.'

청소년들에게 그릇된 교훈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당장 이 권력 남용을 멈춰야 한다. "나는 당신의 말에 조금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신이 그 말을 할 자유를 위해 내 목숨을 바치겠다"는 볼테르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어느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여 그 비판을 탄압하는 것은(그것도 엉뚱한 점들에 꼬투리를 잡아, 너무도 과도하고 집요하게 탄압하는 것은) 당연히 위법·부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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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촛불중고생시민연대의 소송들을 대리하고 있는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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