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사막부터 양자까지… 40조 받아내고 글로벌 CEO만나 세일즈
尹, UAE 이어 스위스에서도 '영업맨'
"제도도 글로벌에 맞출 것"
[취리히=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이번 순방은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에 초점을 맞췄다."
모든 외교의 초점을 '경제'에 맞추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 순방을 마무리하고 귀국길에 오른다. 윤 대통령은 국빈 자격으로 방문한 UAE에서 300억달러(약 37조원) 투자 유치를 받아냈고 스위스에서는 글로벌 CEO들을 만나 '코리아 세일즈' 최전방에 섰다. 대통령실은 직접적인 성과물은 물론 경제 협력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은 19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UAE 국빈 방문을 통해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UAE와 전방위적으로 경제 협력을 강화했다는 게 첫 번째"라고 밝혔다. 이어 "처음으로 101개 경제사절단이 동행해서 기업과 함께하는 경제 중심의 정상외교를 진행했고 이를 통해 300억 달러의 투자 유치, 48개의 업무협약(MOU) 등 역대 UAE 순방에서 최대 규모의 성과를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첫 국빈 방문에 40조 투자 받아내= 윤 대통령이 UAE를 국빈 방문하는 것은 양국 수교 후 처음이었다. UAE 역시 윤 대통령이 탑승한 공군 1호기를 전투기 4대로 호위하고 대통령궁 지붕 위로 태극 무늬를 상징하는 붉은색과 푸른색 조명을 밝히는 등 대우를 달리했다.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나하얀 UAE 대통령의 15일 정상회담에서는 UAE의 300억 달러 투자가 발표됐다. 이는 한-UAE 정상 공동성명서에도 담기며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명시적으로 확인됐다. UAE의 '300억 달러' 투자는 역대 국가 간 투자 중 최대 규모다.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다양한 MOU도 체결됐다. 정상회담과 한-UAE 비즈니스 포럼 등을 통해 체결된 MOU만 총 48건이다.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대통령 임석 하에 양국은 원자력·에너지·투자·방위산업·기후변화 분야 등 총 13건의 MOU를 맺었다. 대규모 경제 사절단이 참석한 비즈니스 포럼에서도 24건의 MOU가 추가로 체결됐다. 개별적으로 진행된 MOU도 11건에 달한다.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대통령이 '바라카 원전'을 함께 방문한 것도 UAE 순방 백미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의 원전 방문으로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UAE와의 불편한 관계는 사실상 모두 해소됐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팀코리아가 한국 원전 산업의 기술력과 경험을 보여주었듯이 한국과 UAE 양국이 바라카의 성공을 바탕으로 힘을 모아 UAE 내 추가적인 원전 협력과 제3국 공동진출 등 확대된 성과를 창출할 때"라며 추가 경제 협력에 대한 교두보를 깔았다. 양국의 전략적인 에너지 협력 방안 모색도 제기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국빈 방문이 양국이 원자력을 넘어 수소, 재생에너지, 탄소저장포집 등을 모색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되길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영업맨' 자처하며 '코리아 세일즈'
UAE에 이은 스위스 순방에서 윤 대통령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직접 세일즈에 나섰다. 18일 윤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다보스 한 호텔에서 열린 투자신고식에서 베스타스(Vestas)는 한국에 3억달러(한화 약 37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베스타스는 풍력터빈 제조 세계 1위 기업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한국으로 이전해 아태지역의 핵심 거점으로 삼는 게 이번 투자의 골자다.
산업부 장관의 1대 1 면담에서는 독일의 선진 과학기술 기업인 머크 라이프 사이언스 및 스위스 제약기업 노바티스 주요 경영진과 한국 투자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머크 라이프사이언스와 노바티스가 제시한 투자 의향 규모는 5억 달러(한화 약 615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투자신고식과 투자가 면담을 통해 거둔 총 8억 달러 규모의 투자유치 및 협력 성과는 미래산업 분야에서 수출 확대 및 고용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 중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으로 정부 간, 기업 간 다양한 형태의 투자가 이뤄지고 실질적인 성과까지 나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다보스에서는 1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팀 코리아'가 이끈 점이 돋보인다. 실제 윤 대통령은 다보스에서 열린 '글로벌 기업 CEO들과의 오찬'에서도 같은 기조를 내비치며 한국 투자를 거듭 요청했다.
예정 시간을 넘겨 약 100분간 진행된 오찬에서 윤 대통령은 "저는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며 "글로벌 기업인 여러분들을 한 번 뵙고 점심이라도 한 번 모시는 것이 대한민국 영업사원으로서 도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자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보스에 우리가 모였습니다만 이 자리만큼은 '이 나라 대통령입니다'라고 제 얼굴도 알려드려야 여러분께서 앞으로 한국을 방문하실 때 제 사무실에 편하게 찾아오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라며 글로벌 CEO들의 다양한 조언을 요청했다.
"해외 투자가 많이 들어오면 제도를 글로벌 기준에 맞춰갈 수 있다"며 ‘시장 중심’의 정부 정책 기조도 재차 강조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반도체와 디지털 산업은 물론 태양광 산업, 환경·사회·투명경영(ESG) 분야까지 높은 관심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한국 시장도 열려 있고, 제 사무실도 열려 있으니 언제든지 찾아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시장의 통합은 문화를 바꾸고 사고방식을 바꾸고 우리가 비슷한 생각을 갖게 만듦으로 해서, 더 큰 번영을 이뤄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일정으로는 취리히에서 양자 분야 석학들을 만나 "양자 기술이 인류의 바람직한 미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미래산업 관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양자 석학들이 논의한 내용들은 현재 정부가 수립 중인 ‘국가 양자 전략’에 반영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향후 예정된 윤 대통령의 순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이번 경제 순방과 같은 수준으로 준비할 것이라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 경제인들과 같이 가시면서 앞으로 외교도 경제를 중심으로 해야 된다고 했다"며 "가급적이면 경제인들과 경제사절단과 같이 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는 것으로 답을 하겠다"고 전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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