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주니어 다큐, 보는 사람도 놀라게 만든 솔직함
[김상화 기자]
▲ 디즈니플러스 '슈퍼주니어 : 더 라스트맨 스탠딩' |
ⓒ 디즈니플러스 |
지난 18일 OTT 플랫폼 디즈니플러스에서 색다른 다큐멘터리를 선보였다. 올해로 데뷔 18주년을 맞이한 관록의 케이팝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가 거친 희노애락을 담은 연대기 <슈퍼주니어: 더 라스트맨 스탠딩>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4~5인조 정도가 일반적인 그룹 형태로 익숙했던 가요계에서 두 자릿수 멤버 구성이라는 초대형 편성으로 화제를 모았고 여러 종류의 유닛 팀 등장 등 획기적인 기획은 슈퍼주니어만의 자랑거리였다.
많은 후배들에겐 슈퍼주니어는 큰 인기를 자랑하는 장수 아이돌이라는 모범 사례이자 롤 모델 대상이지만 지금까지 오는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멤버들 스스로도 "몇 년 하다가 말겠지", "난 배우가 될 거니까" 등 각기 다른 마음가짐을 가졌었고 최정상의 위치에 올라섰을 땐 일부 구성원의 크고 작은 사건 사고 및 탈퇴의 어려움도 겪었다.
총 2부작으로 구성된 <슈퍼주니어: 더 라스트맨 스탠딩>은 2005년 데뷔 당시를 중심으로 현재에 이르는 지난 18년의 이야기를 각종 자료 화면, 멤버들의 증언, 관계자 및 음악 평론가들의 인터뷰 등과 함께 담아냈다. 메가 히트곡 'Sorry Sorry', 팀의 상징처럼 자리 잡은 콘서트 '슈퍼쇼' 등과 더불어 개성 강한 멤버들의 끈끈한 결속력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애환이 100분가량의 영상물로 탄생한 것이다.
▲ 디즈니플러스 '슈퍼주니어 : 더 라스트맨 스탠딩' |
ⓒ 디즈니플러스 |
공식적인 슈퍼주니어의 데뷔는 2005년 11월 < SBS 인기가요 > 출연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런데 이 팀은 이보다 훨씬 일찍 다른 이름으로 등장할 뻔했었다. 리더 이특의 증언에 따르면 원래 2002년 6월 25일 '스마일'이라는 이름의 그룹으로 데뷔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도 제가 리더였고 동해는 막내였었거든요. 근데 그 팀이 엄청 힘들었어요." 3년 준비를 하고 타이틀곡 녹음부터 재킷 사진 촬영까지 이뤄졌는데 어느 순간 취소가 된 것이다.
"이게 아니면 난 할 게 없어"라는 오히려 역으로 더 악이 생겼다고 당시 연습생 생활을 오래했던 멤버들은 이렇게 그 시절을 회상한다. 이후 길거리 캐스팅, 공식 오디션 등을 통해 지금의 슈퍼주니어 멤버가 되는 인물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각각 생각했던 희망, 꿈은 달랐기에 팀으로서의 결속력은 한편으론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 당시엔 가수가 될 줄 몰랐다는 최시원, 애초 희망했던 록커로서의 데뷔가 무산되었고 연기자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던 김희철, 공개 오디션에서 '개그짱'으로 선발되어 합류한 신동 등의 조합에서 볼 수 있듯이 당시 SM은 영구적인 팀 보단 입학, 졸업의 개념 속에 기수제 방식의 팀 운영을 구성했던 것이다.
▲ 디즈니플러스 '슈퍼주니어 : 더 라스트맨 스탠딩' |
ⓒ 디즈니플러스 |
'Twins', 'Miracle' 등이 수록된 정규 1집 < Super Junior 05 >로 야심차게 등장했지만 소위 말하는 '대박' 인기와는 살짝 거리가 있었다. 이듬해 2006년 6월 싱글 'U'와 함께 13번째 멤버 규현이 합류하면서 13인조의 틀을 완성한 슈퍼주니어는 드디어 데뷔 첫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면서 SM의 차세대 주자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호사다마랄까. 동해의 부친상, 그 직후 발생한 김희철의 교통사고, 그리고 이보다 더 심각했던 또 다른 교통사고로 인해 규현은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후 슈퍼주니어 KRY, 슈퍼주니어 T, 슈퍼주니어 해피, 슈퍼주니어 M 등 다양한 유닛 활동을 펼치며 멤버들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2009년 1년여의 공백기를 마감하는 정규 3집 < Sorry Sorry >의 동명 곡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초반 정체기를 맞았던 팀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모처럼의 컴백이었지만 마땅한 타이틀곡 감을 찾지 못해 애간장을 태우던 그때 유영진 프로듀서가 문득 뇌리를 스친 드럼 비트를 중심으로 한 달여 기간 만에 완성한 이 노래는 결과적으로 팀의 상징적인 음악이 되었다.
그런데 이때부터 또 다른 종류의 아픔이 팀에게 찾아왔다. 배우 활동에 전념하게 된 기범과는 별개로 중국인 멤버 한경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그룹을 떠났고 강인은 불미스런 사건으로 활동을 중단하게 된다. 그리고 나이가 어느 정도 차기 시작하면서 군입대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무렵 리더 이특의 공백은 동생들 뿐만 아니라 본인에게도 무척 힘든 고비가 되었다.
▲ 디즈니플러스 '슈퍼주니어 : 더 라스트맨 스탠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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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이 한꺼번에 자리를 비우게 된다면 팀이 잊혀질 수도 있다는 걱정 속에 차례로 군복무를 시작하면서 완전체의 모습을 되찾기까진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일본에서 열린 레이블 합동 콘서트에선 단 4명의 멤버만으로 'Sorry Sorry'를 불러야 하는 묘한 상황도 경험하기에 이른다. 여러 우여곡절 속에 데뷔 18주년이 되는 2023년까지 순탄하진 않았지만 이들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한 길을 만들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우리가 만약 50, 60 때까지 팀을 한다면 말 그대로 슈퍼주니어 시작했을 때처럼 살고 싶어요. 그런 마음 가짐으로..."(예성)
"우리 지금까지 참 잘해왔고 잘했고 앞으로는 더 잘할 거야. 걱정하지마를 얘기하고 싶네요."(시원)
워낙 대중적으로 친숙한 팀의 이야기이다보니 슈퍼주니어의 팬이 아니더라도 <슈퍼주니어: 더 라스트맨 스탠딩>은 큰 부담 없이 즐길 만한 내용물로 꾸며졌다. 데뷔 초기 화면비율 4:3의 희귀 영상 자료가 대거 활용되다보니 이들을 오랜 기간 응원했던 팬들에겐 그때의 추억도 함께 되살려 줄 법하다. 영광의 순간 뿐만 아니라 팀의 감추고 싶은 흑역사, 또는 멤버들의 아픈 개인사까지 직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점은 제법 놀라움도 느끼게 한다.
다만 데뷔 초기의 이야기들에 큰 방점을 부여하다보니 2005~2007년 총 3년의 기간에만 1부를 할애하면서 나머지 기간을 다룬 2부의 전개가 다소 중심을 잃는 느낌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초반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 넣으면서 뒷심이 부족한 장거리 마라토너를 연상케한다. 이 점을 제외하면 <슈퍼주니어: 더 라스트맨 스탠딩>은 모처럼 만나는 케이팝 다큐멘터리로서 충분히 볼 만한 값어치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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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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