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오피스'의 웃음이 가린 것
[고은 기자]
"업무 중 에어팟 빼라고 얘기하면 꼰대인가요?"
직군에 따라 원만한 합의를 통해 해결하면 될 문제라 생각했는데 현실의 논의는 다르게 흘러갔다. 자신은 꼰대가 아니라고 항변하는 자의 맞은편에는 개념 없는 요즘 것들이 앉아있었던 것이다.
▲ 쿠팡플레이의 <SNL 코리아 시즌 3> 코너 ‘MZ 오피스’ 한 장면. 에어팟을 착용하고 일하는 MZ신입사원 |
ⓒ 쿠팡플레이 유튜브 |
MZ세대 풍자, 터지는 웃음 사이로 굳어지는 세대론
쿠팡플레이의 <SNL 코리아 시즌3>는 이 즐거운 논쟁을 놓치지 않고 코미디로 재구성했다. 'MZ 오피스' 코너는 다양한 세대가 부딪히는 회사를 배경으로 20대 초반 신입사원이 입사해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앞서 이야기했던 각종 논란과 관행상 유지됐던 막내의 역할이 공석이 된 상황에서 벌어지는 눈치 게임이 주된 갈등이다.
"MZ를 십분 이해한다"는 말을 10분으로 이해해 유발되는 웃지 못할 오해, 9시에 딱 맞춰 출근하는 신입사원의 모습은 기성세대의 시각에서 재현된다. '나는 이 세대가 싫다'는 선언이 목적인 풍자라면 각종 논란을 나열하는 식의 개그는 그 목적을 달성한 것처럼 보인다. 박해수 팀장의 핏대 세운 호통, 김슬기의 욕 딜리버리 서비스는 'MZ 사원 참교육'이 시원하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렇다면 'MZ오피스'를 잘 만든 세대 풍자물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갈등에서 파생되는 말싸움과 해결방식, 사람들의 반응에서 실상 다른 욕망이 발견된다. 먼저 세대론의 외피를 입고 웃음을 끌어내는 방식은 여성들의 기싸움과 눈물의 화해, 시원한 비속어 사용이다. 미디어에서 반복되는 '여자의 적은 여자'의 구도를 차용해 안전한 웃음을 주는 것이다. 기존 콘텐츠와 다른 점이라면, 가슴에 사표를 품고 다니는 청일점 원훈 주임 캐릭터를 두어 각자가 믿고 싶었던 여성들의 사회생활을 판단할 수 있는 공백을 만들었다.
▲ 쿠팡플레이의 <SNL 코리아 시즌 3> 코너 ‘MZ 오피스’ 한 장면. 개념없는 MZ신입사원을 향한 김슬기의 욕딜리버리 서비스. 쿠팡플레이 유튜브 캡처 |
ⓒ 쿠팡플레이 유튜브 |
MZ세대론의 주인공이 누구인가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려들 생각은 없지만, 한 번은 정색하고 질문할 때가 왔다. MZ세대 당사자들도 청년을 일반화하는 세대론을 경계한다. 세대론 안에서 지워지는 개인의 구체성과 다양성의 맥락을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SNL MZ오피스를 기점으로 우후죽순 만들어지는 오피스 콘텐츠가 조회수 100만을 담보하는 시대에서 결국 이 웃음이 무엇과 연결되는지 고민해야 한다.
MZ 세대론을 사랑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누구일까. 2018년, '대학 내일 20대 연구소'에서 처음 사용된 'MZ세대'라는 용어가 언론과 각종 마케팅 홍보자료에 쓰이고 변형되어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왔다는 것을 모두 안다. 결국 담론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주체가 기득권이며 세대론 자체가 주류의 형식인 것이다.
영문도 모른 채 세대론에 포획된 당사자들은 우왕좌왕하며 이미 만들어진 틀 안에서 반문하는 방식으로만 저항해왔다. 세대론의 허구성이 폭로되면서도 유지되는 이유는 세대론에 속한 20대의 자발적인 공모와 재생산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도 한 줄로 정의하지 못한 나의 세대를 기성세대가 정의하도록 두어도 괜찮은가? MZ오피스에서 터뜨리는 웃음이 우리를 잘 설명하는 웃음인지, 우리에게 필요한 언어를 희석하고 있지 않은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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