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오피스'의 웃음이 가린 것

고은 2023. 1. 20. 09: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장] 기성세대의 관점 재답습... '청년을 일반화한 세대론' 경계해야

[고은 기자]

"업무 중 에어팟 빼라고 얘기하면 꼰대인가요?"

직군에 따라 원만한 합의를 통해 해결하면 될 문제라 생각했는데 현실의 논의는 다르게 흘러갔다. 자신은 꼰대가 아니라고 항변하는 자의 맞은편에는 개념 없는 요즘 것들이 앉아있었던 것이다.

업무상의 문제는 삽시간에 MZ세대의 문제로 확대됐고 정시 출근의 의미, 회식 때 고기 굽는 역할 등의 논란으로 살을 붙여갔다.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이자 공정과 개인주의 가치가 최우선인 시민으로 퉁 쳐져 기업 마케팅과 정치권에 끌려다닌 것도 모자라 이제 사회초년생의 발목까지 잡히는구나 싶었다. 
 
 쿠팡플레이의 <SNL 코리아 시즌 3> 코너 ‘MZ 오피스’ 한 장면. 에어팟을 착용하고 일하는 MZ신입사원
ⓒ 쿠팡플레이 유튜브
 
MZ세대 풍자, 터지는 웃음 사이로 굳어지는 세대론  

쿠팡플레이의 <SNL 코리아 시즌3>는 이 즐거운 논쟁을 놓치지 않고 코미디로 재구성했다. 'MZ 오피스' 코너는 다양한 세대가 부딪히는 회사를 배경으로 20대 초반 신입사원이 입사해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앞서 이야기했던 각종 논란과 관행상 유지됐던 막내의 역할이 공석이 된 상황에서 벌어지는 눈치 게임이 주된 갈등이다.

"MZ를 십분 이해한다"는 말을 10분으로 이해해 유발되는 웃지 못할 오해, 9시에 딱 맞춰 출근하는 신입사원의 모습은 기성세대의 시각에서 재현된다. '나는 이 세대가 싫다'는 선언이 목적인 풍자라면 각종 논란을 나열하는 식의 개그는 그 목적을 달성한 것처럼 보인다. 박해수 팀장의 핏대 세운 호통, 김슬기의 욕 딜리버리 서비스는 'MZ 사원 참교육'이 시원하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렇다면 'MZ오피스'를 잘 만든 세대 풍자물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갈등에서 파생되는 말싸움과 해결방식, 사람들의 반응에서 실상 다른 욕망이 발견된다. 먼저 세대론의 외피를 입고 웃음을 끌어내는 방식은 여성들의 기싸움과 눈물의 화해, 시원한 비속어 사용이다. 미디어에서 반복되는 '여자의 적은 여자'의 구도를 차용해 안전한 웃음을 주는 것이다. 기존 콘텐츠와 다른 점이라면, 가슴에 사표를 품고 다니는 청일점 원훈 주임 캐릭터를 두어 각자가 믿고 싶었던 여성들의 사회생활을 판단할 수 있는 공백을 만들었다.

한편, 젊은 꼰대 역할의 주현영에게는 오히려 개념 없는 후배만 들어와 안쓰럽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신입사원이 이해 불가한 신인류로 그려질수록 선임의 일방적인 충고는 정당성을 얻는다. 결국 관행, 사회생활이라는 단어가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고 새로운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중요한 시그널이 무시된다. 오히려 MZ 오피스에 근무하는 신입사원 중 1이 되지 않으려 달아나는 20대의 노력이 다시 윗세대의 방식을 답습하는 것으로 흐를까 우려스럽다.
 
 쿠팡플레이의 <SNL 코리아 시즌 3> 코너 ‘MZ 오피스’ 한 장면. 개념없는 MZ신입사원을 향한 김슬기의 욕딜리버리 서비스. 쿠팡플레이 유튜브 캡처
ⓒ 쿠팡플레이 유튜브
 
MZ세대론의 주인공이 누구인가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려들 생각은 없지만, 한 번은 정색하고 질문할 때가 왔다. MZ세대 당사자들도 청년을 일반화하는 세대론을 경계한다. 세대론 안에서 지워지는 개인의 구체성과 다양성의 맥락을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SNL MZ오피스를 기점으로 우후죽순 만들어지는 오피스 콘텐츠가 조회수 100만을 담보하는 시대에서 결국 이 웃음이 무엇과 연결되는지 고민해야 한다.

MZ 세대론을 사랑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누구일까. 2018년, '대학 내일 20대 연구소'에서 처음 사용된 'MZ세대'라는 용어가 언론과 각종 마케팅 홍보자료에 쓰이고 변형되어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왔다는 것을 모두 안다. 결국 담론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주체가 기득권이며 세대론 자체가 주류의 형식인 것이다.

영문도 모른 채 세대론에 포획된 당사자들은 우왕좌왕하며 이미 만들어진 틀 안에서 반문하는 방식으로만 저항해왔다. 세대론의 허구성이 폭로되면서도 유지되는 이유는 세대론에 속한 20대의 자발적인 공모와 재생산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도 한 줄로 정의하지 못한 나의 세대를 기성세대가 정의하도록 두어도 괜찮은가? MZ오피스에서 터뜨리는 웃음이 우리를 잘 설명하는 웃음인지, 우리에게 필요한 언어를 희석하고 있지 않은지 묻고 싶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