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말고 ‘발로란트’… e스포츠 지각 변동

문대찬 2023. 1. 2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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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엇 게임즈의 FPS 게임 '발로란트'.   라이엇 게임즈

“피지컬 좋다는 애들은 요즘 다 ‘발로란트’로 빠져요.”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국내 e스포츠 리그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에 속한 게임단 관계자의 말이다. 글로벌 e스포츠 종목으로 도약한 ‘발로란트’ 열풍이 국내에도 부는 모양새다.

지난 2020년 출시된 발로란트는 LoL을 개발한 라이엇 게임즈의 FPS(1인칭 슈팅) 게임이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고유 스킬을 이용한 전략적인 플레이가 매력으로 꼽힌다.

작년 VCT 챔피언스에서 3위에 오른 DRX 선수단.   라이엇 게임즈

북미에선 LoL 넘어 주류 e스포츠로… 일본서도 선풍적인 인기

출시 3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e스포츠 종목으로서의 위상은 벌써 LoL에 견줄 만하다. 

라이엇은 발로란트 출시와 함께 ‘e스포츠화’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10년간의 LoL e스포츠 운영으로 다져진 경험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다.

발로란트 e스포츠는 FPS 게임 선호도가 높은 서구권 등지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매년 40% 가까이 뷰어십을 끌어올렸다. 북미에선 LoL e스포츠 리그인 LCS를 밀어내고 주말 황금 시간대 중계를 꿰찼을 정도다.

FPS 게임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은 아시아권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특히 이웃나라 일본에선 LoL을 넘어 가장 인기가 많은 e스포츠 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작년에 개최된 ‘발로란트 챌린저스 재팬’의 스테이지2 결승전은 대규모 콘서트나 스포츠 행사가 열리는 사이타마현의 슈퍼 아레나에서 열려 화제를 모았다. 이에 힘입어 오는 6월엔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VCT)의 연중 두 번째 국제대회인 마스터스 개최를 앞두고 있다.

FPS 불모지로 통하는 국내에선 인기가 상대적으로 시들했다. 하지만 10대 게이머 사이에서 차츰 입소문을 타더니, 작년 국내 발로란트 팀 DRX가 국제대회인 ‘2022 VCT 챔피언스’에서 3위에 오른 것을 기점으로 기류가 변했다. 지난 7일 마무리 된 참여형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인 ‘팀 에이스 : 결정전’에는 1만 명 이상의 신청자가 몰리며 뜨거운 관심도를 입증했다.

참여형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인 '팀: 에이스' 결정전에서 우승한 오버퀄리티.   라이엇 게임즈

국내서도 기류 변화… 1년 만에 수강생 74배 늘어

자연스레 발로란트 프로를 꿈꾸는 이들도 많아졌다. LoL과 발로란트 팀을 보유한 젠지e스포츠가 운영 중인 젠지 글로벌 아카데미(이하 GGA)에 따르면, 2021년 발로란트 관련 수강생은 4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2년엔 294명으로 크게 늘었다. GGA의 10대 수강생은 “요즘 또래 사이에서 인기가 무척 높다. PC방에서 다 발로란트를 한다”고 전했다. 

업계는 향후 발로란트 e스포츠의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라이엇은 올해부터 e스포츠 리그의 빈도와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21개 챌린저스 리그에 더해 미주-EMEA(유럽·중동·아프리카)-아시아태평양 등 3개 지역으로 나눈 국제리그를 별도로 운영해 공격적인 확장에 나선다. 

게임코치 아카데미 홍대점의 이승훈 원장은 “LoL 수강생보다 발로란트 수강생의 증가 추세가 높다”면서 “타 FPS e스포츠 리그의 횟수나 규모가 전보다 줄어든 상황에서, 발로란트는 상대적으로 대회 접근성이 좋다. 10년 째 e스포츠 리그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온 라이엇 게임즈의 후광을 업고 많은 선수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경쟁 종목들이 있지만 추후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발로란트 e스포츠 인기는 계속 상승할 거라고 본다”고 예측했다. GGA 관계자 역시 “VCT가 새롭게 열리는 등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이들에게 기회의 장이 지속적으로 마련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발로란트 인게임 화면.   유튜브 캡처

발로란트 e스포츠 인기, FPS 시장 점유율도 바꿀까

발로란트 e스포츠를 향한 높아진 관심이, 국내 FPS 시장 내 발로란트의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발로란트는 19일 기준으로 PC방 점유율 4.72%를 기록 중이다. 경쟁작인 넥슨의 ‘서든어택(5.73%)’, 블리자드의 ‘오버워치2(5.05%)’에 다소 뒤처진다.

다만 라이엇은 발로란트가 국내 출시 초기의 아쉬운 성적을 딛고 작년부터 여러 지표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e스포츠의 인기가 게임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라이엇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으로 발로란트의 국내 월평균이용자수(MAU)는 전년도 동일기간 대비 약 120% 성장했다. 게임이용시간 역시 전년도 동일 기간에 비해 128% 올랐다. 

라이엇 코리아 관계자는 “오버워치2 등 경쟁작 출시에도 점유율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1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최근에는 다른 연령층까지 범위가 확대되는 등 유의미한 지표들이 나오고 있다. e스포츠를 통한 이용자들의 역유입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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