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쟁탈전' 사라지자…휴대폰 비싸게 사는 사람들
이통사 경쟁 안하니 보조금도 줄어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이동통신사를 변경한 휴대전화 이용자가 월평균 30만명대로 낮아지며, 이통사 간 '가입자 뺏고 뺏기기' 경쟁이 모습을 감추고 있다. 이통사 입장에선 가입자 유치에 쓰던 마케팅 비용을 줄여 이익이 높아졌지만, 소비자들은 단말기 보조금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20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표한 지난해 이동통신 3사와 알뜰폰의 번호 이동자수는 452만9524명으로 전년(508만1700명)보다 55만2176명(11%) 감소했다. 월평균으로는 37만7460명에 그쳤다.
2012년 105만명에 육박했던 월평균 번호이동자수는 이통사의 보조금 경쟁을 제한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여파로 2015년 58만명으로 떨어졌다. 이후 3년간 50만명대를 유지하다 2018년 40만명대로 내려앉았다.
이통사별로는 SK텔레콤으로 번호 이동한 이용자수가 103만8500명으로 전년(126만1124명)보다 22만2624명(17%)으로 줄었다. 2012년(551만874명)에 비해서는 5분의 1 수준이다. SK텔레콤 번호이동자수는 2019년 205만1321명을 기록한 이후 100만명대로 줄었다.
KT는 71만3243명으로 전년(91만4898명)보다 20만1655명(22%), LG유플러스는 80만979명으로 전년(97만211명)보다 16만9242명(17%) 감소했다. 이들도 지난해 번호이동자가 100만명대 밑으로 떨어진 후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통신업계는 지난해 스마트폰 신제품 효과에 e심 및 5G 중간요금제 도입 영향으로 번호이동 시장이 예년보다 활발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삼성전자 갤럭시와 애플의 아이폰이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했음에도 번호이동 시장은 잠잠했다. 이통사들이 수익성 강화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줄인 게 이유다. 1개의 휴대폰으로 2개 번호를 사용할 수 있는 e심 제도 효과도 없었다. 가계통신비 경감을 위해 정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한 5G 중간요금제로 통신사별 이동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깨졌다.
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사간 보조금 출혈 경쟁이 사그라들면서 소수 이용자만 혜택을 보는 '이용자 차별'은 완화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로 인해 많은 이용자들은 휴대전화를 비싼 값에 사게 됐다. 오히려 혜택은 이통3사가 받았다. 과거처럼 보조금 경쟁이 과열되지 않자 이통 3사는 매년 호실적을 냈다. 결국 통신사의 배만 불리고, 국민에게 통신비 부담만 가중됐다. 전 국민이 '호갱(호구+고객의 합성어)이 된 셈이다.
지난해 이통3사의 영업이익은 4조5000억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가의 5G 요금제로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늘었다. 대신증권은 SK텔레콤의 무선 ARPU이 3만1100원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3만3000원, 3만400원으로 각각 3.8%, 0.3% 늘었다. ARPU가 늘었다는 건 이용자들이 그만큼 통신사에 돈을 더 냈다는 의미다. 일부 이용자들이 단통법을 폐지해 자율경쟁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반면 알뜰폰으로 갈아탄 사람은 늘었다. 통신비를 줄이기 위한 20~30대 젊은 세대들에게 유심 요금제와 자급제 단말기 조합이 인기가 높아서다. 알뜰폰 요금제는 기존 통신요금 대비 최대 30% 저렴하다.
지난해 알뜰폰 번호이동자수는 197만6802명으로 전년(193만5467명)보다 소폭 증가했다. 알뜰폰 번호이동자수가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알뜰폰으로 번호 이동한 이용자수는 2019년 86만5696명, 2020년 119만3017명, 2021년 193만5467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알뜰폰 가입자 수는 2021년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한 후 지난해 11월 기준 1263만 명을 넘어섰다. 알뜰폰은 전체 이동통신 시장의 16.4%를 차지하며 LG유플러스 자리를 넘보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알뜰폰이 5G 서비스 중심인 이통 3사의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알뜰폰 이용자 대부분이 LTE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어서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마케팅에 투자하기 보다 기존 가입자를 지키면서 많은 매출을 끌어올리는 방향을 선택하는 게 효율적이다.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넣은 고가 5G 요금제로 이용자를 유인하는게 남는 장사라는 판단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할수록 소비자들에게 가는 혜택은 늘어난다"면서 "통신 시장 경쟁을 촉발할 카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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